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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imho Nov 06. 2017

계약직을 40년동안 시킨 디자인철학 뱅앤올룹슨

덴마크 디자인 이야기

 


photo by insta @ aim_ho

코펜하겐 중심 시내에  자리잡은 뱅앤올룹슨 매장. 덴마크의 긴 겨울이 오기전 공사를 마무리하려는 듯 매장이 있던 건물위 층에선 서둘러 공사중이었다.


덴마크에 무슨 오디오회사?


뱅과 올룹슨, 출처 : 뱅앤올룹슨 페이스북

뱅앤올룹슨은 피터 뱅과 스벤드 올룹슨, 두 명의 엔지니어가 모여서 만든 덴마크에서 만들어진 대표적인 전자기기 회사다. 덴마크를 떠올리면 흔히 낙농업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이런 덴마크 우유의 영향력이란.. 민트라떼가 맛있는지 맛었는지 치약 맛이니 뭐니 지나가면서 한번씩은 이야기 해봤을 것이다. 여하튼 덴마크에게는 낙농업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머리 속에 '우유'가 강하게 남아있는 이유는 당연하다. 덴마크의 산업은 신재생에너지를 비롯해 해운업이나 의약품 같은 일상생활에서 자주 접하지 않는 분야가 강하기 때문이다. 이 산업 중의 하나로 오디오 산업이 있다. 오디오 산업에서 덴마크는 거대한 국가다. 앞으로 이야기 할 뱅앤올룹슨을 제외하고도 그리폰(Gryphon),다인오디오(Dynaudio), 야모(Jamo), 스칸디나, 달리(Dali)같은 오디오 브랜드가 있고 스캔스픽, 스카닝, 비파 등 스피커를 개발하고 제조하는 업체도 있다. 






Bang & Olufsen Story


 뱅앤올룹슨은 라디오에서 시작한 브랜드다. 스피커를 거쳐서 텔레비전 등 가전제품으로 역량을 늘렸다. 1925년부터 시작된 뱅앤올룹슨은 매우 클래식할 것 같은 연식을 가진 브랜드이지만 그 어떤 다른 오디오 브랜드보다 어려보인다. 뱅앤올룹슨은 다양한 영화에 출연했다. 다크나이트나 과속스캔들에서 등장했던 것 처럼 인물의 고급스러운 집을 연출하는 소품으로 쓰이곤 한다. 실제로 오디오의 가격이 어마어마하다. 







오늘 날에 들어서 뱅앤올룹슨이 어디선가 들어본 느낌이 드는 이유는 LG v20이 뱅앤올룹슨과 콜라보레이션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또 뱅앤올룹슨 카오디오부분을 가지고 있는 하만을 삼성이 인수하면서 LG와 뱅앤올룹슨의 관계에 대해 이슈가 되었던 적이 있었다.




Bang & Olufsen의 디자인 철학


브랜드의 성공은 곧 브랜드의 위기가 되기도 한다. 성공한 브랜드는 성공했던 디자인을 고집하게 되고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게 된다. 예전에는 꼭 손에 넣고 싶었던 신발과 옷 브랜드가 지금은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지 조차 모르겠는 브랜드가 되기도 한다. 뱅앤올룹슨은 이런 문제를 자연스럽게 해결한다. 디자이너에게 독립적인 지위를 부여해 일종의 콜라보레이션을 한다. 전에 이야기 했던 로얄코펜하겐에서 디자이너들과 협업을 해서 자신들의 색깔을 재해석했던 것과 비슷한 방식이다. 덴마크의 많은 브랜드의 디자인은 이런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뱅앤올룹슨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고 평가하는 데이비드 루이스는 40년간 프리랜서로 뱅앤올룹슨과 함께했다. 우리나라의 관념에서는 말이 안된다고 생각이 들것이다. 40년간 계약직으로 일한 것이니까. 뱅앤올룹슨의 디자이너는 CEO보다 높은 결정권을 가진다. 디자인이 완성되면 그에 맞춰서 개발과 경영을 한다. 사내 디자이너가 아니기 때문에 회사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 디자이너는 뱅앤올룹슨의 개발 부서와만 소통한다. 가장 중요한 본질인 디자인의 자율성을 지키고자하는 뱅앤올룹슨의 노력은 아직까지 그들을 최고의 자리에 머무르게 한다. 우리나라의 많은 기획과 디자인이 샹향식 보고체계를 통해 오염되고 실패하는 모습을 보았던 우리에게는 참 부러운 모습이다. 


뱅앤올룹슨은 기존의 디자이너들 뿐만 아니라 BeoCreate라는 과정을 통해 다양한 디자인 학생들과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고 있다. 끊임없이 도전과 새로움을 받아들이고 있다.






Bang & Olufsen과 Apple


뱅앤올룹슨을 보면 Apple이 생각난다. 2011년에 데이비드가 작업한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도킹가능한 베오사운드8을 보면 애플에서 개발한 스피커인가 오해하게 할 정도로 두 브랜드의 조화가 돋보인다. 스티브잡스는 뱅앤올룹슨 오디오를 상당히 좋아했다. 스티브 잡스는 학창시절 뱅앤올룹슨의 미니멀한 디자인에 매료되었지만 구입할 돈이 없어서 뱅앤올룹슨 오디오의 사진을 주머니에 넣어두었다. 투병중에는 뱅앤올룹슨 베오사운드 8 2 대를 각각 침실과 병실에 두어 음악을 들었다. 아이팟을 디자인할 때 뱅앤올룹슨의 무선전화기인 베오컴6000에서 영감을 받았다고도 한다.




Bang & Olufsen의 아노다이즈드 알루미늄


애플과 뱅앤올룹슨이 잘 어울리는 이유는 재질에서 드러난다. 둘의 매끄러운 디자인은 아노다이즈드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진다. 알루미늄은 아이폰에서 많이 느꼈던 것처럼 기스와 찍힘이 쉽게 난다. 뱅앤올룹슨은 오히려 제품이 견뎌온 시간과 가치를 보여준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플라스틱은 너무 가벼워 장난감 같은 느낌을 주고 쇠는 차가운 느낌을 주는데 반해 알루미늄은 사용자에게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뱅앤올룹슨은 이 분야에서 정상급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 



뱅앤올룹슨은 아노다이즈드 알루미늄과 더불어 패브릭을 사용한다. 필자가 뱅앤올룹슨 매장에 찾아갔을 때 깜짝 놀라는 경험을 했다. 매장에서 다른 손님들이 베오비젼을 통해 영화를 보고 수치를 재다가 나가고 손님이 나만 남았을 때였다. 직원이 음악을 틀었는데 어디서 들리는지 알기 어려웠다. 소리가 어느 방향에서 온다는 느낌이 아니라 그냥 풍부하게 들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피커마다 귀를 기울이며 하나 둘 찾아갔는데 예술작품이라고 생각했던 물건에서 소리가 나고 있었다. 제일 구석에 벽에 붙어있는 베오사운드 셰이프(beosound Shape)였다. 아래 왼쪽 사진이 그 제품이다. 이 제품은 6각형의 벽걸이 스피커를 색깔 패브릭 바꿔가며 다양한 모양의 나만의 아트워크를 만들 수 있었다. 매장에서 나의 구매욕구를 가장 솓구치게 만들었던 제품이다.


photo by insta @ aim_ho

-실제 매장에 붙어있던 베오사운드 셰이프



photo by insta @ aim_ho


우리가 즐긴기엔 B&O PLAY


뱅앤올룹슨은 고가의 시스템 오디오가 아닌 다양한 고객을 마련하고자 만든 브랜드 베오플레이를 만들었다.

우리가 흔하게 접하는 헤드셋, 이어폰, 블루투스 스피커들은 베오플레이 라인에 속한다. 그렇다고 저렴한 제품들은 아니기 때문에 꽤 괜찮게 사용할 수 있다.






마치며


나에게 오디오는 생소한 분야다. 어렸을 때 5.1돌비 채널을 놓았다고 아버지가 자랑하셨을 때 뒤에서 자꾸 소리가 난다고 무섭다고 했던 기억밖에 없다. 해드셋은 피시방에서 말고는 찾아본 적이 없고 이어폰은 지하철에서 파는 만원짜리를 자주 바꿔가며 끼는게 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 하물며 오디오 디자인은 어떨까. 생소한 분야의 기능과 그것을 극대화시키는 디자인을 만나는 경험은 훌륭했다. 바다를 처음 본 것처럼 헤드셋의 방음에 놀라고 스피커의 간편한 인터페이스에 놀랐다. 뱅앤올룹슨은 무엇이 좋은지 모르는 나에게도 훌륭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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