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와 소비자, 그 중간이 없어진 시대
뭔가 라떼 타령을 하는 것 같지만 제가 작곡과 연주에 관심을 가지고 빠져든 90년대에 비해 오늘날 취미로 하는 음악은 꽤나 입지가 애매해졌습니다. 물론 요즘엔 취미로 악기를 배울 수 있는 실용음악학원도 많아지고, 학교 밴드부나 교회 찬양팀 같이 여전히 취미로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연주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지만 그들이 사회생활을 하고 직장생활을 시작하는 10년쯤 뒤의 모습을 보면 전문 음악인의 길을 걷기로 한 프로 (지망생) 외에는 대부분 "나도 예전에 밴드에서 XX 좀 쳤었는데..."라며 추억이 되어 있을 뿐 음악 하던 자신을 잃어버리고 사는 모습을 종종 발견하게 됩니다.
음악의 양극화라고 해야 할까요? 예전엔 프로 뮤지션(지망생)과 듣고 즐기는 청취자(소비자) 사이, 직접 음악을 만들고 연주하며 즐기는 아마추어 뮤지션들이 많았지만 요즘은 그 중간층이 매우 얕아진 듯합니다. 아예 입시 준비를 하는 프로 지망생과 음악을 즐기는 청취자 사이 중간이 없는 모습입니다.
분명 운동 같은 경우 조기축구회나 사회인 야구팀, 동호회 등을 통해서 꾸준히 아마추어로서 업이 아닌 운동을 향유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에 반해 음악은 상당 부분 취미의 영역에서 설자리를 잃은 것은 아닐까 하는 괜한 걱정을 해봅니다.
아마추어 뮤지션이 감소한 큰 이유 중 하나는 음악의 특성상 그 음악을 들어줄 대상(관객 혹은 청취자)을 전재로 하기 때문입니다. 야구와 축구의 경우 자신의 수준에 맞는 팀에 들어가 비슷한 수준의 상대와 경기를 하는 것으로 지속적인 활동이 가능하지만 음악은 아마추어의 수준을 수용할 수 있는 관객(청취자)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 음악이 지속적인 취미가 되기 어려운 결정적인 이유인 것 같습니다.
요즘은 통신과 매체의 발달로 스트리밍 사이트나 유튜브 등에서는 많은 이들에게 조회되고 검증된 아티스트들의 음악을 쉽게 소개받고 소비할 수 있어 굳이 가다듬어지지 않고 거친 아마추어의 음악을 찾아 들을 이유가 없어졌으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노래를 만들고 부르는 모든 이들에게 허락되는 몇 안 되는 무대 중 하나인 오픈 마이크는 업이 아닌 음악을 붙잡고 사는 아마추어에겐 참으로 소중한 공간입니다.
우연히 같은 회사 같은 부서에서 만난 대학 동기들과 밴드를 결성해서 처음 무대에 서게 된 곳도 이 오픈 마이크라는 무대였는데요, 이 무대를 통해 법학을 전공하다가 싱어송라이터를 해보고 싶어 기타 하나만 들고 노래하는 친구(김사월)부터, 대구에서 버스킹을 하다가 서울에 상경해서 설 무대를 찾다가 오픈 마이크를 찾은 친구(신현희, 김루트), 시각장애를 가졌지만 믿을 수 없는 감미로운 기타 연주를 들려주던 친구(신재혁) 등 다양한 뮤지션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직 가다듬어지지 않은 옥석 같은 아티스트들의 태동을 볼 수 있다는 점이 오픈 마이크의 매력 아닐까요?
오픈 마이크는 신예 뮤지션들의 등용문이자 설자리 없는 아마추어 뮤지션들의 유일한 무대이기도 합니다.
프로슈머(Producer + Consumer의 합성어, 생산자이면서 동시에 소비자인 사람들을 지칭하는 말)로 지칭되는 신흥 계층이 대두되고, UCC(User Created Contents), 1인 출판사, 1인 미디어 등의 영향력과 가능성이 커지면서 생산자(전업 예술가)와 소비자 사이의 입지에 대한 가능성이 높아져 가는 시대입니다. 이른바 프로와 아마추어 사이의 중간자 프로추어(Professional + Amateur)라고 할까요? 업이 아닌 음악을 대하는 나의 자세는 어떠한지, 이런저런 고민을 해 보는 밤입니다.
덧 : 오랜만에 홍대 오픈 마이크 공연장에 가서 요즘 친구들은 어떤 노래를 부르고 있는지 듣고 싶어 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