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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페로망 Aug 19. 2022

세상 절반의 취미가 독서와 음악 감상이라던데

이력서 취미란에 독서, 음악 감상이라고 적던 사람들은 다들 어디 갔을까?

요즘도 이력서에 그러한 항목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한참 구직활동에 열심이던 졸업반 시절에 주야장천 쓰던 이력서에는 꼭 취미와 특기란이 있었습니다.


보통 이력서의 특성상 "나는 남들과 다르다"를 보여주기 위한 수많은 공란 중 유독 이 취미/특기는 부연설명 없이 딱 한 단어로 표현해야 하는 공란이었는데요, 정확한 통계는 찾을 수 없지만 경험 상 절반에 가까운 사람들이 이 취미/특기란에 "독서"나 "음악 감상"을 적곤 하는데요, 그렇게 책을 읽고 음악을 듣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정작 능동적으로 그 좋은 책을 직접 쓰거나(집필) 음악을 만드는(작곡, 연주)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아 보입니다.


좋아하면 파고들게 되고 파고들면 좋아하게 된다

좋아하는 것(취미)과 깊게 파고드는 것 사이 어떠한 장벽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합리적인 의심을 해보게 됩니다. 독서의 영역에서는 읽고 즐기는 취미를 넘어 독서 리뷰(서평 혹은 독서노트)를 쓰게 되고 자신의 생각을 글을 표현하면서 더 나아가 자신의 책을 펼쳐내기까지 단순한 취미를 넘어 창작의 경지에 이르는 시도와 이를 권장하는 모임, 자료가 다양하게 존재하는 반면, 음악의 경우 감상이 연주나 창작으로 이어지는 시도와 안내서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으로 보았습니다.


어쩌면 브런치를 통해 글을 쓰기 시작한 것도 그러한 틈새시장과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XX일만에 독학 기타 완성", "패턴으로 마스터하는 OO기타" 등과 같이 방법을 알려주는 책들은 많지만 삶의 한 구석 감상과 관심의 영역에 자리 잡은 음악을 직접 만들고 연주하기까지 지평을 넓히는 것, 그 과정이 순탄치는 않지만 꽤나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이라는 점을 이야기해주는 글이나 책도 하나쯤은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요.


능동적 음악 행위의 장점

편의상 '감상의 수준을 넘어 연주와 창작을 통해 음악을 누리는 취미의 수준'능동적 음악 행위라고 하겠습니다. 그렇다면 이와 같이 좀 더 진지하고 깊게 음악을 취미로 한다는 것은 다른 취미에 비해 어떠한 장점이 있을까요?


1. 에이징 커브가 없다(나이를 먹을수록 역량이 반감되기는커녕 되려 숙성되고 향상된다.)

피지컬(신체적 능력)을 중시하는 스포츠, E Sports와 비교했을 때 음악(연주)의 경우 나이를 먹어도 체력적인 한계에 부딪히지 않는다는 점은 음악이 가지는 최고의 장점입니다.

물론 피크를 쥘 힘 조차도 없는 상태라면 연주라는 취미가 불가능하겠지만 취미로 수년째 혹은 수십 년째 악기를 다루는 어르신들의 연주를 볼 때면 세월을 거쳐 연마되고 표현되는 연주는 단순히 기술 연마의 수준을 넘어서는구나를 절감하게 됩니다.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는 실로 어마어마합니다.)


2. 가성비가 뛰어난 취미(악기 수집병만 생기지 않는다면...)

이 경우는 반론의 여지가 있을 수 있는데요, 특정 악기에 빠지게 되어 이 악기, 저 악기에 관심을 보이며 악기를 사 모으는 데에 관심을 가지는 경우라면 음악이 그다지 가성비 좋은 취미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일반적으로 일반인이 취미로 다루는 악기의 경우 일단 악기를 하나 구매하고 나면 큰 유지보수 비용 없이 연주생활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게다가 악기의 경우 감가상각비가 크지 않아 중고시장에서 원하는 수준의 악기를 쉽게 사고팔고 할 수 있고요. 또한 유행을 크게 타는 편이 아니어서 시대가 바뀐다고 악기를 불가피하게 바꿔야 하는 상황도 좀처럼 생기지 않습니다.


3. 연주하는 기쁨, 들려주는 기쁨

'오늘 내가 조기축구 모임에서 무회전 킥으로 결정적인 중장거리 슛을 날렸다'라는 사실은 사실 축구를 좋아하는 이들 사이에서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지만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에게 어떠한 감동과 기쁨을 선사하지는 못합니다. 반면에 음악의 경우 다른 예술분야의 취미와 같이 자신의 예술적 행위(공연, 창작)를 타인과 나눌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물론 초기 입문 단계나 습작 단계에서 나오는 연주와 작품은 주변 사람들에게 소음이나 안물안궁한 노래가 될 수 있겠지만 날이 갈수록 점차 들을만하고 거칠고 생소하지만 날것의 느낌이 있는 결과물을 주변 사람들과 나눌 수 있다는 점은 음악이란 취미가 삶에 기여하는 바가 작지 않다 할 수 있습니다.


4. 초 언어적, 초 국가적 취미

여행을 다닐 때마다 피부로 와닿는 장점 중 하나는 "음악에는 국경이 없다"라는 점입니다.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각자가 가진 사상과 배경이 달라도, 음악은 이를 넘어 사람과 사람이 교감할 수 있는 감동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2014년 스리랑카 여행을 하던 중, 기차로 10시간 정도 걸리는 산속 마을로 이동하던 중 기차에는 다양한 국적을 가진 관광객과 현지인들이 타고 있었습니다. 언어가 다른 사람들이 각자 일행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던 중 어느 한 무리가 노래를 부르면서 흥을 돋우기 시작했을 때 하나 둘 익숙한 멜로디를 따라 부르며 흥얼거리기 시작했고 때마침 가지고 있던 기타(우쿨렐레)를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니 모두가 장단을 맞추며 노래를 부르며 기차 여행을 즐기던 때가 생각이 납니다.(물론 이러한 시도가 가능했던 이유는 제가 현지의 히트곡을 알고 있었고 이를 부르는 것에서 시작했지만요.)


이렇게 장점이 많은 능동적 음악 행위이다 보니 저로서는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을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능동적인 음악이 주는 삶의 풍요로움은 잠시의 귀차니즘과 수고를 충분히 감내할만합니다. 이렇게 멋진 취미, 한번 시도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덤으로 취미/특기 란에 '음악 감상' 대신 '기타 연주', '작곡', '싱어송라이팅'이라고 적을 수 있는 점은 덤으로 치더라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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