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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현직 Jun 23. 2017

창의력이 부족한 당신에게

어떤 사람들이 '창의적인 사고'를 할까?

마케팅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에 하나는 마케터로 일하기 위해 "창의적인 사고"가 정말 중요하냐는 것입니다. 정답부터 이야기 하자면 네, 아주 중요한 것이 맞습니다.


사실 창의적인 사고를 요하지 않는 직업은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대학생들이 자주 확인하는 기업 홈페이지의 인재란에 보면 '창의적인 사고'는 어떤 기업과 부서를 막론하고 항상 중요한 역량으로 꼽힙니다. 마케팅 전략과 소비자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마케팅 또한 어느 부서 못지 않게 창의적인 사고는 아주 중요한 역량입니다. 


하지만 이 말을 듣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스스로가 창의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하여 낙담합니다. 학생들은 창의적 사고란 소수의 사람들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재능이라고 생각하여, "내가 가진 창의적 사고 역량은 무엇일까?"라는 고민 보다는 "나는 창의적이지 않다"는 결론을 내리고 쉽게 포기해 버립니다. 


아무도 생각치 못한 무언가를 만들어 세상을 바꾸어 보겠다면 다른 이야기이겠지만, 마케터로서 일하기 위한 창의적 사고는 사실 그렇게 대단한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가끔 평범하리 만큼 평범한 사람들만 모인 팀에서 창의적인 결과물이 나오기도 하고, 지루해 보이는 사람들도 가끔 특정 분야에서는 창의적인 면모를 보여 주기도 합니다. 여기서, 제가 만나본 마케터들을 통해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도 어떻게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지 이야기 해 보고자 합니다. 



회사에서도 흔한 '아무말 대잔치'

마케팅 아이디어 회의에서 혹은 마케팅 수업의 프로젝트에서 다른 사람들이 생각치 못한 아이디어들을 쏟아 내는 사람들이 있는 것을 보면, 분명 타고나는 창의성도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남들이 생각치 못한 아이디어를 생각해 낸다고 해서 반드시 창의적인 사람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보통 이런 사람들의 아이디어는 '아무말 대잔치'인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회의 시간에 조용하고 말을 많이 하지는 않지만 프로젝트의 결과물은 항상 창의적이었던 사람들을 본 적도 있습니다. 


'아무말 대잔치'를 즐겨 구사하는 사람들은 그저 '남들이 하지 않은 생각'을 해 내는 순발력에만 집중합니다. 이런 사람들은 "왜 그 아이디어를 소비자들이 좋아하지? 왜 그 아이디어가 가장 좋은 솔루션이지?"라는 질문에 "특이하다" 혹은 "색다르다"라는 말로 밖에 설명하지 못합니다. 이렇게, 우리 제품이나 서비스, 소비자가 가지고 있는 핵심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소비자들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이 빠진 아이디어를 창의적인 사고라고 부르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회의에서는 비록 조용하고 평범해 보일지라도 창의적인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몇 가지 성격상의 특징을 보이는데, 이 특징들은 특별한 소수의 사람들만이 가진 그런 것들이 아닙니다. 오히려 아주 평범할 수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바로 (1)오타쿠이거나, (2)'연결고리'에 집차착하는 사람이거나, 혹은 (3)불만이 아주 많은 사람들입니다. 



(1)아주 모르거나, 아주 잘 알거나

마테켕 회의를 하다보면 가장 위험한 종류의 사람은 무언가를 아주 적당히 아는 것입니다. 우리가 자전거를 마케팅 한다고 생각해 봅시다. 자전거나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의 인사이트를 아주 적당히 아는 사람들(common user)이 말하는 아이디어는, 자전거를 몇 번 타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아무말'일 확률이 높습니다. 


적당히 아는 사람들보다 차라리 아예 모르는 사람들(new user)이 더 낫습니다. 자전거를 한번도 타 보지 않았거나 자전거를 아예 모르는 사람들이 기존의 자전거 상품이나 마케팅 캠페인을 보았을 때 익숙한 사람들은 미처 인지하지 못한 문제점이나 기회 요인을 찾아 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무엇 하나에 미쳐있는 사람들(extreme user)은 그 분야에 있어서는 창의적인 사고를 합니다. 자전거 광고를 한편 만든다고 하면, 자전거에 미쳐 매주 금요일 밤이면 퇴근 후 한강을 찾아 자전고 동호회 지인들과 비오듯이 흐르는 땀을 거친 바람으로 닦으며 아름다운 서울의 야경을 달려 본 사람이라면 아마 아주 창의적인 광고를 한편 만들어 낼 지도 모릅니다. 또한 이런 익스트림 유저들은 대부분의 커먼 유저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제품의 문제점이나 진정한 자전거 유저들을 위한 영감(inspiration)을 찾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다양한 우물을 조금씩 파기 보다는, 한 우물을 아주 깊게 파는 것을 좋아합니다. 휴가를 내고 세상 여기저기를 여행다니는 사람들의 부류는 아니겠지만, 휴가를 내고 본인이 가진 지식과 경험을 한 단계 더 높이기 위하여 시간을 보내는 부류입니다. 주말마다 다양한 경험을 찾아 다니는 것을 귀찮게 생각할 지도 모르지만, 아마 매일 작업실이나 체육관에서 반복적인 연습과 훈련으로 시간을 보내며 한 분야에서의 본인의 존재감을 더 키워가고 싶은 사람들일 것입니다. 


창의적인 사고로 고민하고 있는 마케팅 취준생들에게 제가 주는 첫 번째 조언은 본인이 정말 진정성 있게 좋아하고 누구보다 깊이 알고 있어 스스로 익스트림 유저라고 부를 수 있는 분야에 지원 하라는 것입니다. 자전거에 정말 미쳐있는 사람이 자전거 회사의 마케팅 부서로 지원을 하게 된다면, 본인이 보여줄 수 있는 진정성, 깊이있는 지식과 다양한 경험으로 면접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찬가지로 자전거에 미쳐있을) 면접관에게 영감을 줄 수 있으며 본인이 향후 그 회사에서 펼칠 수 있는 창의적인 사고의 가능성을 유감없이 보여줄 수 있을 것입니다. 



(2)응급실의 의사들과 레이싱 메카닉들이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보통 다양한 경험이 창의적인 사고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정확히 어떤 식으로 도움이 되는지 생각해 본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확실히 다양한 경험과 영감은 창의적인 사고에 도움이 됩니다. 이런 방식으로 창의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거나 보지 못하는 못한 두 개념(concept)사이의 공통점을 찾아내고 연결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그 연결을 통해 창의적인 솔류션을 생각해 냅니다.


응급실의 오퍼레이션(operation)이 비효율적이라고 판단한 의사의 경영진들이 응급실의 오퍼레이션을 효율적으로 개선해 줄 아이디어를 찾아 달라고 의뢰를 했다면, 어떤 식으로 생각을 시작해야 할까요. 어떤 사람은 그 의뢰를 전달 받자마자 망설이지 않고 자동차 레이싱의 메카닉들을 만나러 떠났습니다. 레이싱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평소 레이싱을 즐겨 보던 그 사람은 평소 단 몇 초만에 엔진부터 타이어를 모두 교체해 내는 자동차 레이싱의 메카닉들이 신기했었고, 분과 초를 다투는 응급실을 개선할 아이디어는 여기에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을 것입니다. 바로 남들은 생각하지 못한 응급실과 자동차 레이싱의 '연결고리'를 찾은 것이고, 아마 그 연결고리가 창의적인 사고의 시작점이었을 겁니다.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매일 다양한 경험과 다른 자극을 찾아 다닙니다. 다소 산만하다고 보여질 수 있지만 새로운 것에 거리낌이 없고 낯선 것과 금방 친숙해 집니다. 무언가에 진득하게 붙어 전문성을 쌓기 보다는, 문 밖의 다양한 세상을 궁금해 하는 사람들일 것입니다. 아마 이들은 휴가에 낯선 곳으로 여행을 갈 것이고, 주말마다 낯선 사람들을 만나는데 주저함이 없을 것입니다. 여름에는 서핑을 하고, 겨울에는 스노우보드를 타는 사람들일 것입니다.


만약 이런 방식으로 창의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라면, 자소서나 면접에서 본인이 가진 다양한 경험들이 지원한 분야나 기업과 어떤 연관성을 가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좋습니다. 간단한 조사를 통해 지원한 분야나 기업의 문제점에 대해 파악하고, 본인이 가진 다양한 경험과의 '연관고리'를 생각해 본 후 어떤 대안을 도출해 낼 수 있을지 여러번 생각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본인이 다녀온 다양한 해외여행 경험과 교환학생 경험을 단순히 '견문을 넓히고 왔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여 적극적으로 어필해야 합니다.



(3)불만이 없다면 바꿀 것도 없다

가장 쉽고 누구나 따라할 수 있는 창의적인 사고의 방식은 바로 불만을 가지는 것입니다. 불만이 많은 사람들의 특징은 남들은 그냥 지나칠 수 있는 현상이나 상황에도 딴지를 걸고 넘어집니다. 남들에게는 괜찮은 것도 그들에게는 괜찮지 않습니다. 나쁘게 말하면 불만과 불평이 많은 것이지만, 이를 좀 더 긍정적으로 표현해 보자면 "왜 저래야 하지?"라는 호기심이 많고 관찰력이 뛰어난 사람들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호기심은 창의적인 사고의 가장 큰 재료이며, 통찰(insight)라고 불리는 것의 실체입니다. 호기심이 왕성하고 불만이 많은 사람들은 남들이 보지 못하는 문제점을 봅니다. 그리고 남들은 그냥 지나쳐 찾아 내지 못했지만, 무릎을 탁 칠정도로 모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문제점을 찾아냈다면 창의적인 사고의 80%는 끝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남들이 찾지 못한 근원적인 문제점을 찾아 냈다면, 남은 것은 그 문제점을 가장 효율적이거나 가장 효과적으로 해결할 방법을 문제점과 매칭(matching)하는 것 뿐입니다. 이 과정이 바로 통찰이고, 인사이트를 가진 사람들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입니다.  


이런 방식의 창의적인 사고의 장점은 다양한 창의적인 아이디어 중에서도 단연 '설득적'이라는 것입니다. 왜 이 아이디어가 효과적인지를 설명할 필요없이, 통찰력 있는 문제점에 대한 공감대만 있다면 승인권자나 클라이언트를 쉽게 설득할 수 있으며, 통찰력을 바탕으로 큰 방향은 정해졌으니 해결 방안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향후 아이디어를 보태고 수정하며 충분히 창의적인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통찰력있는 문제점을 명확히 한다면, 그 아이디어를 집행했을 때의 결과나 효과를 쉽게 예측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이런 창의적인 사고의 장점입니다. 


이런 사람들인 본인이 지원하고자 하는 분야나 기업에 대한 왕성한 호기심을 적극적으로 보여주어야 합니다. 기업 면접에서 질문을 받거나, 입사 후 마케팅 프로젝트 진행 시에도 항상 유심히 소비자들이 느끼는 '문제점'과 시장 트렌드를 '관찰'하고, 이를 바탕으로 통찰력있는 문제점을 도출하여 생각을 발전시켜 나가야 합니다.


소극적인 것보다는 적극적인 태도가 득이 될 때가 많다

시간이라는 것은 한정되어 있으므로 우리 모두가 어느 한 분야에 누구보다 못지 않는 지식을 가진 오타쿠임과 동시에, 매일같이 다른 경험을 찾아 나서면서 불만이 가득하여 눈에 비치는 세상의 작은 부분 하나하나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일 수는 없습니다. 다만, 우리가 그 세 부류 중의 하나라면 충분히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방벙들을 안다고 해서 완벽히 창의적인 사고를 완성할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물론, 각 방법이 가진 창의적인 사고의 단점도 명확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적극적인 태도가 필요한데, 창의적인 사고란 단 한명에 의해서 완성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호기심이 왕성한 부류의 사람이라면, 통찰력 있는 문제점을 발견하여, 창의적인 해결책까지 찾기 위해서 적극적인 태도로 '오타쿠'들과 '연관고리를 찾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내가 '오타쿠'라면 깊은 아이데이션을 시작하기 전에 '불만이 많은 사람들'을 찾아가 통찰력있는 문제점을 함께 찾아야 할 것입니다. 창의적이지 못한 우리가 창의적인 사고를 한다는 것은 여전히 힘들 일이고, 적극적인 태도는 보통 득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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