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는 우리말로 경력이라고 하는데요. 경험의 ‘경’과 역사의 ‘력’이 합쳐진 말입니다. 그래서 커리어는 경험의 역사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구체적으로 어떤 경험의 역사를 말하는 것일까요?
바로 문제 해결이라는 경험의 역사입니다.
제가 어릴 때는 ‘포켓몬스터’ 게임이 유행이었어요. 얼마 전 주인공 ‘지우’가 20년이 넘는 연재 끝에 포켓몬 챔피언이 되었다는 소식으로 다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 게임은 12개의 지역을 탐험하며 포켓몬 마스터가 되기 위한 여정을 그립니다.
12개의 지역을 탐험 하려면 각 지역의 ‘체육관 관장’에게 도전해야 합니다. 체육관 관장은 각 스테이지의 ‘보스’같은 것이고, 모든 지역의 체육관 뱃지를 모으면 도전할 수 있는 ‘끝판왕 보스’가 있어요. 이 끝판왕을 클리어하면 포켓몬 마스터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각 지역의 체육관 관장을 이기는 것이 여간 까다로운 문제가 아닙니다. 키우고 있는 포켓몬 레벨도 올려야 하고, 결투 상성이 유리한 포켓몬의 조합도 공부해야 하거든요. 호기롭게 결투를 신청했다가 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도 괜찮아요. 관장에게 도전할 수 있는 기회는 많고, 결투를 하면서 관장의 전투 패턴과 약점을 알게 되거든요.
그렇게 다양한 지역을 탐험하며 희귀하고 강한 포켓몬을 모으고, 또 꾸준히 레벨을 올리면 충분히 끝판왕도 이길 수 있어요. 조금씩 어려워지는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이 이 게임의 매력입니다.
하지만 게임에서 마주하는 문제를 피하면 게임을 끝내지 못합니다. 첫 번째 체육관 관장을 넘지 못할 거에요. 남은 11개의 지역에 만나보지 못한 귀엽고 희귀한 포켓몬들과 포캣몬 마스터라는 엄청난 여정을 뒤로 한채요. 첫 번째 지역에는 맨날 보는 피존, 버터플, 모다피와 같은 포켓몬들 밖에 없거든요.
저는 경력이란 ‘문제 해결’이라는 경험의 역사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이 경험의 역사에서 ‘숫자’에 집중합니다. 이는 마치 ‘나는 포켓몬 게임을 10년이나 했어’, ‘나는 포켓몬을 100마리나 잡아봤어’라는 것이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하지만 10년 동안 모든 스테이지를 클리어하고 포켓몬 마스터가 되어보지 못했다면 10년의 의미에 경쟁력이 없고, 100마리의 포켓몬을 잡는 동안 ‘전설의 포켓몬’을 구경조차 못해봤다면 큰 숫자의 의미가 없어집니다.
커리어라는 경험의 역사에서도 문제 해결 경험이 중요합니다. 이 간단한 원리가 커리어에서는 쉽게 잊혀집니다.
문제 해결에 도전 했다가 실패 하면요? 괜찮아요. 체육관 관장들이 항상 도전에 열려있듯 기회는 많기 때문입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다고, 도전에 실패했다고 첫 번째 마을에만 머물러 있으면 앞으로 기다리고 있을 먼진 포켓몬들을 만날 수 없어요.
문제를 풀지 못했다고 민망해 하거나 부끄러워 할 필요도 없어요. 한번에 체육관 관장을 이기는 사람은 없거든요. 지우도 20년이 지나고 나서야 포켓몬 마스터가 되었어요. 그저 도전 할 때마다 잘 기억하면 됩니다. 이번에 풀어야 하는 관장의 공격 패턴과 약점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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