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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odsoozin Dec 07. 2017

브랜드는 뭘까? #1

스타트업 브랜드 마케터의 #3일차 업무 일지 


스타트업 브랜드 마케터의 3일차 업무 일지  



브랜드는 뭘까? 

마케팅은 뭘까?? 

브랜드 마케팅은 또 뭐지??


'마케터'라는 이름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브랜드'과 '마케팅'이라는 단어를 정말 많이 썼다. 하지만 여태껏 그 단어가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 깊이 생각보지 않았다. 당연히 그런 의미겠거니, 상대방도 그렇게 받아들이겠거니 모두가 생각했고 실무에 투입되기 바빴다. 새로운 일을 시작했고 브랜드 마케터라는 직함을 달았다. 의미를 다시 생각하는 것부터 일이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오늘로 입사한지 3일차, 이제는 '브랜드'와 '마케팅', '브랜드 마케팅'에 대해 스스로 정의를 내려 볼 시간이 됐다.


* 감사하게도 사수님이 깊이 고민해볼 시간을 넉넉히 주셨다.



#1

십여년 전 이야기. 어느날 갑자기 오빠가 '리복' 운동화를 사달라고 엄마에게 졸랐다. 울오빠는 원래 그런 성격이 아니었기 때문에 엄마 뿐만 아니라 어린 나까지 그런 오빠의 행동이 낯설었다. 하지만 오빠는 아랑곳하지 않고 엄마가 사주지 않자 '리복~리복~' 노래를 만들어 하루 종일 부르기까지 했다. 


대체 리복이 뭔데? 울오빠가 왜 저러나? 생각했다. 오빠가 어디서 리복을 접했는지 모르지만 그 당시 오빠에게 "리복 운동화"는 신고 다닐 멀쩡한 신발이 있는데도 갖고 싶은 것, 다른 운동화보다 몇배가 비싼데도 갖고 싶은 것, 신으면 다른 멋진 집단에 속할 수 있게 해주는 것 같은 마법의 물건이었다. 엄마에게 리복은 '겉멋 든 비싼 운동화' 였지만 오빠에겐 단순한 운동화 이상이었던 셈이다.  



#2

나는 수능이 끝나고서 내 핸드폰을 마련했다. 새 핸드폰들이 반짝반짝 나열되어 있는 폰매장으로 데려간 울오 이모는 이런 건 "삼성"을 사야된다고 했다. 나는 핸드폰을 드디어 산다는 것만으로 신나있었기 때문에 별다른 고민 없이 삼성 핸드폰 중에서 하나를 골랐다. 집에 돌아오자 엄마는 무슨 "삼성 핸드폰이나 골랐냐"고 했고 이모는 "이왕 살 거 좋은 걸 사야 한다"고 했다.    






고대 이집트에서도 벽돌에 이름을 표시했다니 브랜드는 먼 시간부터 존재했던 것 같다. 아마도 '우리가 만들었어' 판매자를 명시하기 위해 새긴 작은 표식들에서 브랜드가 시작된 것이 아닐까 않았을까 짐작한다. '판매자를 알아보게 하기 위한' 표식이 그 물건에 만족하는 사람이 생기고, 사람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서 '믿을 수 있는 품질'을 약속하는 의미로 확장되었을 거다. 


그렇게 우리 부모님 세대는 따져 묻지 않고 삼성 제품을 샀고, 울 오빠는 짧지만 강렬했던 리복 열병을 앓았다. (하지만 이후로는 한번도 거들떠 보지않았다.) 좋고 멋진 제품이 넘쳐나는 지금, 브랜드란 어떤 의미일까? 나는 어떤 브랜드를 만들고 싶은 걸까? 우리는 브랜드에 무엇을 기대하는 걸까?



펜을 꺼내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를 쭉 적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번호를 매겨 좋아하는 순서대로 정리했다. 



1. 좋아하는 브랜드 

애플, 에어비앤비, 반스, 틴더, 스포티파이

: 완전 좋다! 뭘하든 좋고, 어떤 일을 할지 궁금해. 


2. 많이 써본 적은 없지만 좋아하는 브랜드

록시, 홀푸드마켓, 트레이더조스, 하와이언 에어라인

: 좋다. 러브마크 까진 아니지만 무슨 일을 하는지 귀를 쫑긋 열어놓고 있는 브랜드. 지나가다 샵을 보면 꼭 한번 들리게 돼.


3. 잘 모르지만 관심있는 브랜드 

파타고니아, 포터, 구글, 다이슨, 스페이스 엑스, 배달의 민족, 레드불, 테슬라, 로우로우, 세포라

: 언젠가 시간내서 이 브랜드에 대해 찾아봐야지.


4. 편리하지만 큰 애정은 없는 브랜드

넷플릭스, 스카이 스캐너, 토스, h&m, 쿠팡

: 자주 쓰지만 더 나은 서비스가 생기면 망설임 없이 떠날 수 있어.


5. 자주 쓰지만 언제든 갈아탈 수 있는 브랜드

카카오톡, 제주항공

: 잘 쓰고 있지만 경쟁자가 생겨서 서비스가 더 나아지면 좋겠어.


6. 자주 쓰지만 좋아하지 않는 브랜드

네이버

: 매일 쓰지만 제발 경쟁자가 생기길.



적고 보니 신기하게도 상위 호감 브랜드를 엮는 키워드가 보였다. 



1. 좋아하는 브랜드 애플(아이폰과 맥), 에어비앤비, 틴더, 크롬, 스포티파이, 반스

    왜? 나와 닮았다 : 비슷한 사람이다. 닮았다고 느낀다. 


2. 많이 써본 적은 없지만 좋아하는 브랜드

    왜? 닮고 싶다 : 이런 사람이고 싶다. 

- 록시, 홀푸드마켓, 트레이더조스, 하와이언 에어라인 : 하와이 & 서핑


3.  잘 모르지만 관심있는 브랜드 

    왜? 나와는 다르지만 멋져 : 매력적인 타인 

- 배달의 민족, 레드불, 포터, 로우로우 : 그들의 마케팅 활동

- 파타고니아, 구글, 다이슨, 스페이스 엑스, 테슬라 : 그들의 비전  

- 세포라 : 친구들이 정말! 좋아해서 그 이유가 궁금



신기하게도 상위 브랜드를 엮는 건 모두 '나' 였다. 어렴풋이 짐작은 했지만 정리를 해보니 정말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좋아하는 브랜드를 취향이 비슷한 사람을 좋아하듯이 좋아하고 있었다. 심지어 다른 사람의 철학을 그 사람이 쓰는 브랜드로 유추하기도 했다. 첫 미팅에서 낯선 분이 아이폰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면 왠지 맘 맞는 사람을 만난 것 마냥 맘 속으로 반가워했다. 아이폰만 보고서 내가 믿는 무형의 가치를 그 사람도 믿을 거라고 지레짐작한 거다. 마음이 잘 맞을거니 프로젝트가 잘 진행될 것 같다까지 생각했다. 반대로 갤럭시를 쓰는 디자이너는 왠지 믿음직 스럽지 않았다. 


내가 만들고 싶은 브랜드는 이런 거였다. 사람같이 성격이 있는 브랜드. 그 브랜드를 좋아하는 사람들마저 더 좋아하게 만드는 브랜드. 나는 이런 의미를 브랜드에 담고 있었다. 



그렇다면 정의해보자. 내가 정의하는 좋은 브랜드는 무엇인가?


좋은 브랜드는,

- 브랜드만의 고유한 신념과 취향이 있다. 

- 고객이 브랜드가 가진 신념과 취향을 이해하게 만들고, 자신과 닮았다고 느끼게 한다. 그랬기 때문에 고객은 그 제품을 구입하게 된다. 

- 다른 브랜드와 비교했을 때 동일한 가격 혹은 높은 가격이더라도 해당 브랜드만의 고유한 신념과 취향 때문에 그 브랜드 제품을 구입하게 된다. 

- 해당 브랜드의 제품을 사용하며 (제품 본래의 활용과는 별개로) 자신을 표현하는 만족을 준다. 

- 같은 브랜드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동질감을 느끼도록 만든다. 




Aaker 교수는 브랜드가 주는 여러가지 편익 중에서 자아표현적 편익 self-expressive benefit 이란 항목을 설명했다. 위에서 설명한 브랜드의 속성이 드러난다. 


"브랜드에 자아를 투영하는 수준에 이르면, 사람들은 해당 브랜드를 문화적인 아이콘으로 인식하게 된다. 자아표현적 편익은 단순히 기능이나 가격 중심의 마케팅 관점에서 찾아볼 수 없는 브랜드의 특징이다. 흔히 어떤 브랜드의 자동차를 타고 또 어떤 브랜드의 옷을 즐겨 입느냐로 그 사람의 성향이나 스타일을 판단하는 것은, 그 사람과 해당브랜드가 갖고 있는 이미지를 동일시 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자아를 표현해주는 브랜드라는 지점은 모든 브랜드가 가고 싶은 목적지 일테다. 그럼 그건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생명이 없는 서비스(물건)에 어떻게 생명을 불어넣고 사람들이 동일시하고 좋아하게 만들 수 있는 걸까?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들은 나에게 어떻게 그 마법을 부린 걸까?







이렇게

브랜드마케터의 고민은 이어집니다.




#반스슬립온 #맥북 #아이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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