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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odsoozin Dec 11. 2017

브랜드는 무엇을 이야기 해야 할까?

삼성은 왜 애플이 되지 못하나



브랜드 마케터 입사 면접에서 CMO님과 나는 애플과 삼성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좋아하는 브랜드에 대해 이야기 하다보면 꼭 이렇게 이어지게 된다. CMO님이 물었다. "삼성도 좋은 제품을 만들고 좋은 이야기를 하는데 삼성은 왜 애플이 되지 못하는 걸까요?" 나는 잠깐 고민하고 말했다. "삼성은 그걸 진짜 믿지 않으니까요." 입사 후에야 들은 이야기지만 이 대답 덕분에 CMO님은 나의 채용을 확정했다고 하셨다. 


회사에 들어와서 '브랜드'가 어떤 것인지 오래 고민했다. 그리고 나를 표현해주는 그런 브랜드를 만들어 가고 싶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전글 브랜드는 뭘까? #1) 이번 글에선 그런 브랜드가 되기 위해선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의 이야기를 적어보려 한다. 




#1.

6년 전에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하고서 내가 맡은 일은 삼성전자의 컨텐츠 제작이었다. 그때 삼성은 갤럭시 S3 출시를 코 앞에 두고 있었다. 관련 컨텐츠를 한 주에 몇개씩 만들어 내야 했다. 클라이언트였던 삼성이 내세우고 싶어하는 건 온통 갤럭시 S3가 얼마나 얇은지, 배터리가 얼마나 오래 가는지, 배젤이 얼마나 얇아졌는지 하는 스펙에 관한 것들 이었다. 마치 혁신적인 기술에 스스로 도취된 사람 같았다. 나는 컨텐츠를 만들면서도 왜 그런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 도무지 공감 할 수 없었다. 진짜 소비자는 이런거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데 '정말 모르는 걸까?'



#2.

그 즈음에 나는 등산에 홀려서 거의 매주 한번씩 산을 타러 다녔다. 자연스레 등산을 좋아하는 다른 친구들이 생겼고 그들을 통해 쿨한 브랜드를 몇개 알게 됐다. 특히나 내 맘을 끈 건 "파타고니아"라는 브랜드였다. 박음새도 로고도 이뻤는데 더 쿨한 건 그들의 신념 이었다. 우리의 신념에 동의하지 않으면 우리는 당신이 필요하지 않다. 우리 옷을 사지 마라. 라는 브랜드가 던지기 힘든 이야기를 했다. 그냥 멋져보이려고 한 말이 아니라 정말 믿기 때문에 하고 있는 이야기라는게 와 닿아서 '얘네 봐라?' 하고 열심히 브랜드 히스토리를 찾아보게 될 정도였다. 그리고 나는 더더욱 파타고니아가 좋아졌다. 파도가 좋은 날은 서핑을 하러가라니 진심입니까?



#3.

또래분들과 연애 이야기를 했다. 셋 모두 연애를 하고 있었고 각기 나름대로 고충이 있었다. 커플을 둘러싼 상황이 바뀌어서 길을 찾고 있는 분도 있었고, 남자친구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어 알쏭달쏭하다는 분도 있었다. 그러면서 상황을 개선 시키기 위해 서로가 취한 방법들을 이야기 했는데 신기하게도 그 방법이 똑같았다. 마법 같은 그 방법은 "서로에게 솔직할 것"이었다. 



#4. 

브랜드(기업)는 종교를 닮아가고, 종교는 브랜드(기업)를 닮아간다고 한다. 좋은 브랜드는 브랜드의 신념을 전파 시킨다. 





줄곧 브랜딩은 별을 마음 속에 품고 거기에 닿기 위해 따라가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별이 어디인지 알 수 가 없었다. 그 브랜드가 제공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끝 지점을 이야기 하면 되는 걸까? 멋진 이야기를 하면 되는 걸까?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하는 걸까? 고민 끝에 나만의 답을 찾았다. 



브랜드는 스스로가 믿는 것을 이야기 해야 한다. 



사랑에서 솔직해야 하는 것 처럼. 브랜드도 소비자에게 그래야 한다. 솔직하게 믿는 바를 말했을 때 자연스레 그 신념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찾아온다. 그렇게 같은 걸 믿는 사람들이 함께 일하게 되고 팬이 되고 정말 강력한 브랜드가 만들어진다. 


파타고니아 공식 홈페이지의 아티클. 브랜드와 닮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모여있다.



그래서 나는 혁신을 이야기 하는 애플을 좋아했고 새로운 세상을 진심으로 바라는 테슬라에 반하게 됐던 거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몰랐지만 어쩌면 면접에서의 질문에서 나는 이미 답을 알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머릿속에서 정리가 되어 아! 하고 튀어나오는 포인트는 늘 시간을 들여 고민을 한 이후다. 나의 오랜 고민들을 한방에 관통하며 깔끔하게 정리해준 사이먼 시넥의 영상을 공유한다. 마케터라면, 리더라면 꼭 보시길 바란다. 



https://www.youtube.com/watch?time_continue=582&v=1YBzDZEr_GE

당신은 그저 물건을 팔고 싶은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이젠 우리가 정말 무엇을 믿고 있는지 고민해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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