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릴레오북스 소개작
이틀 만에 단숨에 읽었다. 책을 읽으며 윤가도 생각나고 한뚜껑도 생각났다. 연구자들 사이에서 '늙은 여우'라는 별명을 가진 침팬지 이에룬을 보면서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떠오르기도 하고, 암컷 집단과는 거리를 두면서 수놈들과 어울리며 기회주의적 행동을 하는 파위스트를 보면서 왕년에 심블리라는 애칭을(잠시) 가졌던 전직 정치인을 떠올리기도 했다.
'권력은 공백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말은 인간에게만 통용되는 것은 아닌가보다. 아니, 그보다는 이 책의 말마따나 인류보다 정치가 먼저 있었으니 우리 영장류는 대개가 그런가보다.
상담심리학도로서, 나름 정치고관여층의 시민으로서 인간의 언어적 의사소통 이면에 감춰진 행동양식들을 이해하고자 책을 펼쳤다. 책을 읽어나가면서 수많은 정치인들과 주변사람들, 그리고 나 자신을 침팬지들의 행동 및 해석에 대입해보았다. 그러나 다 읽어갈 때 쯤엔 결국 어떤 고정된 역할과 지위로 자타를 규정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살아서 타인 및 세상과 관계 맺는 매 순간마다 우리의 역할과 지위는 계속 변화하고 있다. 피곤한 일이다. 하지만 어쩌랴. 생존을 위해 그렇게 진화해 온 것을.
현재의 나는 지금 타인에게 어떤 지위와 역할로 관계 맺어져 있는지, 어떤 지위와 역할을 하고 싶어하는 것인지 오늘밤 차분히 생각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