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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따가 Jun 10. 2024

집이 좋은 사람 (9)

금요일. 연애 남매를 기다린다. 영화도 길다고 보지 못하는데도. 두 시간 세 시간씩 봐야 하는데도. 연애남매의 세 시간은 길지 않다. 초반에는 남매 시트콤인 줄 알았던 연애남매였건만, 알고 보니 심리 서스펜스다. 자정까지 보고 나면 아주 피곤하고 스트레스를 받게 되지만 그래도 멈출 수는 없다. 연애 프로그램을 보면서 처음엔 '나 이런 거 좋아하네' 싶었다. 뭐 남들 연애하는걸 왜 보나 싶었는데. 아저씨들이나 남의 연애 좋아하는 거 아닌가 싶었는데. 이제 나도 저항할 수 없는 아저씨인가 한다. 


본방이 끝이 아니다. 다양한 리액션 영상과 해석 영상을 충분히 보고 나서야. 나의 연애남매 시청이 마무리된다. 다른 사람들이 연애남매 보는 모습을 보는 나는 그제야 알게 된다. 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제대로 읽지 못한다. PD가 알기 쉽게 편집해서 보여주는, 의도가 드러나는 영상일 텐데. 나는 출연자들의 마음과 의도를 제대로 읽지 못한다. '왜 그러지' 라거나 '응?' 하고 넘어간다던가 했던 장면들에서 다른 사람들이 '저건 저래서 그렇고' 라든가. '앞 장면에서 이랬기 때문에 지금 저러고 있는 거야. 진짜 너무하네' 라든가 해주면. 나는 그제야 '아하 그래서 그런 거구나~' 한다. 그 깨달음의 도파민이 내가 계속해서 연애프로그램을 보게 되는 원동력 중 하나다. 


집 밖에 나가서 사회생활을 하면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된다. 항상 끝까지 모르던 건 나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다 나처럼 별 생각이 없을 거라고 여기는지. 내가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을 때는 이미 너무 늦어버렸을 때인데. 혼자 멍청하게 머리를 비우고 있던 나는 어쩌면 사회 부적응자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가도 연애남매 보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그래도 영 아닌 놈은 아닌 것 같은데. 조금 더 사회생활 할 수 있지 않을까. 용기를 내어보면 좀 더 사회생활의 즐거움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다. 


저번 주에 사내 독서모임에 지원을 해버렸다. 신청하자마자 후회했지만 물의를 일으켜가며 취소할 용기도 없었기에 그냥 두었다. 또 아주 피곤하겠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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