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2. 귀농인 이 사람
2012년 5월 뜬봄샘(귀농인 잡지) 기사임을 밝힙니다.
취재 인터뷰 <귀농인 이 사람>
귀농해서 적응하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인데, 어른보다 더 의연하게 잘 뿌리내린 아이를 만났다. 귀농인의 2세들이 뿌리내리는 방법을 박병천을 통해 알아본다.
처음 병천이를 알게 된 것은 귀농협 카페에 올라온 그의 글이었다.
거기서 뭔가 남다른 병천이를 보았고, 그의 블로그(http://minna55.blog.me)를 유심히 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를 취재할 기회를 얻었다.
병천이네는 2006년 3월 귀농했다. 지금 고3이니까 초등학교 6학년 때 귀농을 한 것이다.
병천이는 벌써 지역에서 유명인이다.
닭이 알을 품는 것을 보고 인공부화기를 만들었다. 이미 수많은 부화기를 만들었고, 지금은 몇 백 개의 알을 동시에 부화할 수 있는 전자동 대형 인공 부화기를 주문 제작으로 판매 중이다. (기존 브랜드상품보다 가격 면에서, 품질 면에서도 월등하다 –기자생각)
토종닭과 병아리(1개월령)도 판매한다. 토종병아리 5,000원, 연산오골계병아리 7,000원에 월 600마리 이상을 판매한다고 하니... 학생이 학교를 다니면서, 이만한 매출을 올리는 것을 보면, 어른보다 낫구먼... 이란 생각이 드는 게 사실이다.
병천이는 닭이 알을 품는 것을 보고 부화기를 만들었다. 알을 품는 닭의 알까지 빼와 부화기에 넣기도 했다. 알을 품는 암탉에게는 미안하지만, 병천이도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이 있기 때문이다. 의지와 뜻이 뚜렷하고, 역경에 굴하지 않을 아이.
(기자는 집에 닭이 알을 품지 않아, 스티로폼인공부화기를 만들어본 바 있다.)
병천이의 블로그는 하루 방문자 1000명 이상으로 부화기 제작, 병아리 생산, 사육, 마케팅, 판매까지 모두 혼자서 다 처리하는 것이다. 학교를 다니면서...
이 인공부화기로 지난 4월 전북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에서 금상으로 입상했다.
동아일보를 비롯한 여러 신문에 기사화되었다.
미국의 다국적 기업인 '카길애그퓨리나'의 한국법인에서 축산 관련학과로 들어갈 경우, 대학등록금 전액을 약속받기도 했다.
병천이는 돈을 직접 관리하지만, 돈은 거의 쓰지 않는단다.
병천이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면서 병천이의 부모님은 어떤 분들이 실지 너무 궁금했다.
아이가 커가는 데 있어서 부모님이야말로 성장의 밑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병천이의 부모님도 남다른 생각을 가진 멋진 분들이었다.
인공부화기를 만들고 돌리면서 어느 달은 전기세가 50만원 정도 나온 적이 있는데도 병천이의 부모님은 병천이를 나무라지 않았단다.
아버지는 서울에 살 때, 장애가 있는 아이를 업고 가는 어느 어머니의 표정을 보고 기본적인 것이 갖춰지면, 나머지 모든 것이 욕심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서울에서도 그 흔한 학원 한번 보낸 적이 없었다고 한다.
병천이네 삼형제는 모두 손재주가 있다고 하니, 이 집의 남자들 넷이서 충분히 뭔가 이뤄 낼 만하지 않겠는가... 이들이 어떤 행보를 걸어 나갈지 너무 궁금하고 기대된다.
병천이는'앞으로의 농업 수준이 지금 이대로라고 한다면 미래는 없다’고 생각한단다. 귀농해서 농사를 짓고 있는 어른의 한 사람으로 참으로 뜨끔하게 들리는 한마디가 아닐 수 없다.
그가 요즘 관심 있는 분야는 식물공장이다. 방 한 켠에 자연광대신 LED로 식물을 키우는 실험관을 만들어 놓았다. 앞으로 지구에 환경적 위기가 닥치거나, 인구가 90억 이상 늘어났을 때를 대비하기 위해서 <농업첨단 시설분야>는 피할 수 없는 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몬산토>같은 거대 다국적 농업기업에 대해서도, 앞으로 있을지 모를 인류의 식량부족을 대비할 수 있는 기업이라고 당차게 말한다. 일단 부정적으로 보는 귀농인들의 일반적인 시선과는 거리가 있지만... 밝음과 어둠의 양면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어른으로 성장하기를 기도한다.
Sky Farm.
병천이가 만들 미래 회사의 사명이다. 벌써 사업계획서까지 만들어놓았다.
사업의 동기 및 목적, 시장환경과 경쟁기업 현황, 사업아이템 및 구체적 마케팅전략(SWOT분석), 사회공헌활동계획까지... 아이가 적은 것 같지 않은 사업계획서를 구경하고 싶다면 그의 블로그를 방문해보라. 덧글을 남겨주면 병천이와 친구가 될 수 있겠다.
취재차 들렸지만, 너무나 따뜻한 가족과 부모님의 모습에 병천이가 부러워진다.
귀농인의 아이들이 더 큰 꿈을 키워가게 하기위해서, 아이의 부모뿐 아니라 주변 어른들이 작은 관심이 더해진다면... 또 다른 세상을 준비해가는 귀농인 2세의 앞날은 더 희망적이지 않을까?
p.s. 병천이에게...
언젠가 기회가 될 때, 병천이네 가족 다시 보고 싶구나...
병천이가 첨단 선진 농업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처럼, 선조들의 옛 농사방법을 되살려내려는 여느 어른들의 노력도 참 뜻 깊은 일이란 것도 알아주었으면 한단다. 그리고, 다국적 농업기업들이 갖고 있는 이면에 대해서도 한번 스스로 알아보고, 생각해보길 바랄게.
병천이가 해야 할 일이 있는 것처럼, 닭이 알을 스스로 품는 것도 얼마나 소중한 가치인지...잠시 멈추어 생각해보기.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신 아버지, 따듯한 어머니같이... 어쩌면, 병아리에게도 병천이가 다 해줄 수 없는 어미닭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한 건지도 모르겠지. 단순한 포란율의 수치를 떠나서 말이야.
더 큰 사람이 되기 위해서...
너의 뜻 속에 여유롭고, 따뜻한 마음까지 품고 갈 병천이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