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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실물보관소 Mar 08. 2023

기사 3. 터널 말고 버스얘기

약자의 안전과 강자의 편의-자연인 신종영


글을 쓰고 싶은데, 그게 잘 안 되신다기에

이야기를 듣고 써드렸습니다.

이 분  재일 3세라서 한국말과 글이 조금 서툽니다.



저는 장수군 산서면에 사는 신종영이라고 합니다.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우리 지역에 사는 가장 약한 사람들이 쳐해 있는, 위험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세월호 사고의 위험은 ‘가장 어리고 힘없는 이들’ 앞에 아직도 존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이 이야기에 대해 귀 기울이려 하지 않습니다.

버스를 꼭 타야 하는 어린 학생들은 투표권조차 없으니까요.

하지만, 돈 없고 힘없는 이들은 모두 우리의 이웃이고, 자녀이고, 형제들입니다.


이들은 운전면허가 없기 때문에 싫어도 버스를 타야 합니다.

저도 매주 낡디 낡은 버스를 타고 비행기재를 넘습니다.


버스가 2대인데, 아마도 버스회사는 적자상태일 것입니다. 버스회사를 비난하는 내용이 아닙니다. 이용하는 사람이 적으니까 회사는 경영상태가 악화되고, 버스가 낡으니 사람들의 이용은 적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겠지요.


버스를 타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 버스는 지금 당장이라도 크나큰 참사를 부를 수 있는 용광로같이 느껴집니다. 버스 철판은 녹을 슬어서 함석같이 얇고 구겨져 있습니다. 여러 곳에 구멍이 나 있습니다. 버스 안의 기둥은 버스 천정을 뚫고 밖으로 오르내림을 반복합니다.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마다 좌석은 공중에 떴다가 내려앉습니다. 좌석을 고정하는 쇠가 부식돼서 떨어져 버렸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무도 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야기를 해도 외면해 버립니다.


우리는 아마 곧 닥칠지 모를 ‘비행기재의 비극’을 외면한 채로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비극이 현실화되면 사람들은 분명히 누구의 책임인가?라고 물으며 책임소재를 가르고, 회사는 검찰에 고발되고, 몇 명을 감방에 보내는 것으로 분풀이를 하고 또 잊어버릴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일상의 돈벌이에 바빠서, 우리의 가난한 이웃을 외면해 버리는.

바로. 지금. 여기. 우리 자신의 돌이키지 못할 과오인 것입니다.

“버스를 새것으로 바꾸자.”라는 이야기가 “터널을 뚫자.”라는 이야기보다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교통편의’ 보다 기본적인 ‘공공의 안전’이 먼저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어쩌면 ‘약자의 안전’보다, ‘강자의 편의’를 먼저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봐야 할 문제입니다.


깨어나야 합니다.


이런 문제를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정치인이나 해야 할 문제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더 큰 문제입니다. 우리 일반 국민 하나하나가 먼저 의식하고 행동해야 정치인도 따라오는 것입니다.

정치인의 몫으로 돌려버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먼저 행동하고 정치인이 행정적인 절차를 거쳐 이런 작은 문제부터 풀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회는 곧 우리의 마음이라 생각합니다.


누구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우리 마음을 바꿨을 때, 나와 당신의 세상은 정말 변해진 것을 보게 될 것입니다.  

저는 버스를 새로 구입하는 모금운동을 제안합니다.


저부터 돈을 내겠습니다.

많은 액수보다, 부담되지 않는 적은 액수(천 원이라도)로 보다 많은 분들이 모였을 때, 힘은 더 커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랑과 정의가 있는 세상을 꿈꾸시는 분이라면.

가장 구석진 곳에서 참사를 겪게 될지도 모르는, 내 이웃들의 위험을 남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되시는 분들은

작은 정성을 모아주시기를 바랍니다.


먼저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수 있을지 여러분의 의견을 기다립니다.


제 전화번호를 남깁니다. 귀가 좀 어두운 관계로 문자를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 글이 sns에 실린 후, 버스는 바로 교체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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