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서 찾은 여유
카테고리 : 플레이스
이름 : 광릉수목원
주소 : 경기 포천시 소흘읍 관릉수목원로 509
인스타그램 : @kna_story
플레이스 : 광릉수목원
저는 요즘 들어 종종 숲을 찾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도시로, 바다로, 사람이 북적이고 활기가 넘치는 곳만 갔었는데 점점 나무를 보고, 숲속을 거니는 것이 사람이 북적이는 곳에 가는 것보다 좋다고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본격적으로 나무를, 숲을 보러 다니기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그동안은 내 소유의 차가 없다는 핑계로 도시를 벗어나기보단 항상 서울 안에만 머무르려 했고, 시간이 지나서는 서울이라는 도시를 벗어날 수 없는 현 상황에 대한 불만만 토로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선택지가 분명히 있었음에도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스위스 여행을 계기로 숲과 산, 호수를 좋아하게 된 것 같습니다.
사진으로만 보았던 높은 산과 넓은 초원, 그리고 호수까지 한국에선 쉽사리 볼 수 없을 것만 같은 그런 이국적인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을 때, 답답했던 마음 한편에 맑은 바람 한 줄기가 들어와 좋지 않은 생각들을 쓸어가는 느낌이었습니다.
지난 7월, 2주간의 유럽 여행을 하루아침에 결정하고, 떠나기까지 단 일주일. 그 일주일 사이 처리해야 할 일들이 많아 물리적으로 알찬 여행을 계획한다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하지만 그 불확실한 여행이 오히려 저에게 현재를 더 풍부하게 경험할 수 있는 여유를 준 것 같습니다.
불확실성이 가득 했기에, 오히려 확실성에 대한 기대를 놓아버릴 수 있었고 그랬기에 더 지나가는 순간순간에 더 집중하고, 있는 그대로, 보이는 그대로 그저 높은 산, 푸른 숲, 넓은 호수를 하염없이 바라볼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도시와 바다를 더 좋아했던 이유는 그 곳에 항상 사람들이 가득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혼자 있으면, 힘든 생각만이 떠올라 자꾸 날 괴롭히는 나날들이 많았기에 혼자 있기보단 사람들과 어울리며 내 고민과 걱정거리를 날려 보내려고 했습니다.
고민과 걱정거리를 ‘잠깐’ 날려버린다 할지라도 결국 해결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도 말입니다.
그런 생각을 한 후라서 그럴까요. 여전히 사람이 많은 곳이 좋긴 하지만 어차피 혼자 견뎌내야 할 시간이기에 종종 숲을 찾고 있습니다.
홀로 숲에 가 푸르른 나무를 보고 거닐고, 새소리, 물소리, 곤충들의 울음소리를 듣고 있으면 사람이 많은 곳에서조차 느끼던 외로움을 조금을 덜어내는 기분이 들기 때문입니다.
그곳에선 사람의 소리가 아닌 자연의 소리가 가득하고, 그 소리와 풍경을 통해 내 마음 깊은 곳이 환기되는 느낌입니다.
처음엔 숲에 혼자 간다는 것이 쉽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아무도 없는 숲을 대화하길 좋아하고, 사람을 좋아하는 제가 혼자 걸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기 때문인 거 같습니다.
그래서 바로 숲을 가기보단 집 주변의 공원을 거닐고, 나무 한 그루라도 있는 곳부터 조금씩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스위스에서 보았던 그 풍경이 그리워졌고, 서울 근교에서 숲을 볼 수 있는 공간을 찾았습니다. 꾸며진 자연이 아닌 그 자체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면 가장 좋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오랜 친구들과의 저녁 식사에서 제 이야기를 들은 친구가 ‘광릉숲’을 추천해 주었습니다. 서울에서 멀지 않은 곳, 차로 약 50분 정도 달리면 나오는 이곳은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어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수목원으로 가는 길목은 시내에서 보는 나무들과 다른 웅장한 자태를 가진 나무들이 길을 드리우고 있고, 숲 옆을 흐르는 천을 따라 흐르는 물소리가 잔잔히 들려와 숲으로 향하는 길을 더 즐겁게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광릉숲’의 입구는 매우 소박합니다. 하지만 작은 매표소를 지나고, 하천을 건너면 초입에는 잘 정리된 공원 같은 곳이 나옵니다. 하지만 숲으로 향하는 길에서 만났던 나무들보다 더 크고, 멋진 모습의 푸른 나무들이 한적한 길을 감싸고 있어 숲임에도 마음이 뻥 뚫리는 개방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숲 사이사이 나 있는 길들을 따라 걷다 보면 마치 숨겨진 공간을 발견한 것처럼 실내 정원, 삼림 박물관 등 다양한 전시와 희귀한 식물들을 볼 수 있는 비밀 장소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더 깊은 숲으로 들어가면 나오는 연꽃이 한가득 피어있고, 여유롭게 헤엄치는 물고기들이 사는 작은 호수가 나와 한층 환기된 내 정신을 더욱 맑고, 개운하게 만들어 줍니다.
때로 사람에 지칠 때면, 자연의 숲으로 가시기를 바랍니다.
그곳에서 마음의 위안과 치유를 받으시길 바랍니다.
언비트 에디터 천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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