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찾은 서로를 위한 영향력
(Note 01) You can read the translated article in English below.
가족, 친구, 직장 동료. 너무나 일상적인 일이기에 잘 느낄 수 없지만, 우리는 많은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맺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나와 당신의 말 한마디는 삶에 지쳐가는 누군가에게 다시 한번 힘을 낼 수 있게 만들어 주는 마법의 주문이 될 수도 있고, 어떤 이에겐 평생 잊지 못할 상처가 되기도 합니다. 반대로 우리가 다른 누군가로부터 그런 경험을 할 수도 있죠.
이런 경험들은 매우 익숙하고, 일상적이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의 말과 행동이 상대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쉽게 잊어버리곤 하는 듯합니다. 저는 요즘 감사한 경험을 많이 합니다. 자주 찾는 카페의 바리스타님은 언제 올지 모르는 저를 위해 제가 좋아하는 디저트를 여러 개 만들어 보관해 주시기도 하고, 어느 바텐더는 메뉴에서 사라진 술을 제가 찾는다는 이유로 가지고 계시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또 글을 쓰기 시작한 이후 우연히 만난 독자님께서는 제 글이 자신에게 위로가 되었다고 말하시며, 오히려 제 상태를 걱정해 주시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얼마 전 하루에 수십 번 뒤바뀌는 감정과 생각으로 인해 너무 지쳐, 오래전 진료받던 정신과를 다시 찾았고, 양극성 장애(조울증) 진단을 받았습니다.
코로나, 이별, 실직, 친구들의 안타까운 죽음, 우울과 불안, 그리고 공황 발작 등 수많은 외부 상황으로부터 ‘나’를 지키기 위해 심리학, 명상, 운동, 종교 등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으나, 나를 바라볼수록 내 안의 감정과 생각들은 멈출 줄 모르고 올라왔습니다. 심한 날은 정신병원 입원을 심각하게 고려하는 상황 끝에 방문했습니다.
혼자 수많은 생각과 감정에 매몰되어 있다 방문했기에,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했고, 도리어 내 상태를 제대로 알고 나니 알 수 없는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상담 중 의사 선생님이 해주신 말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저에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성민 씨는 용기 있는 사람이에요. 모르고 살면 편할 텐데, 힘든 상황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과거와 감정을 돌아보고, 회복하고자 스스로 노력한다는 건 큰 용기를 내야 하는 일이거든요. 많은 환자들을 만나 봤지만, 이런 노력을 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어요.”
이렇게 미쳐가는구나 생각했을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제가 겪는 이 현상들이 미쳐가는 것이 아닌, 용기 있게 내딛었기에 겪는 성장통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나아가 이런 감사한 경험들은 가끔 죽는 게 낫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힘든 순간일지라도, 삶은 그리고 세상은 잘 살고 싶고, 살아갈 가치가 있는 것이라 느껴지게 만들었습니다.
저는 이렇게 평범해 보이는 현실 속에서 살아갈 이유와 힘을 얻습니다.
저는 사람들의 작은 선의의 말과 행동들이 저에게 그랬듯, 당신이 건넨 말 한마디가 누군가에겐 큰 울림이 되어, 살아갈 이유가 되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우린 언제부터 서로가 주고받는 소중한 영향들을 잊어버리게 되었을까요?
아마 ‘인플루언서’라는 새로운 직업이 나타난 이후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더 인플루언서'라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더욱 확고해졌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77명의 인플루언서들이 각자의 팔로워 수와 영향력을 기반으로 경쟁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이를 통해 우리는 숫자와 외적인 인기만으로 사람의 영향력을 평가하는 현상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모습들로 인해 어느 순간부터 ‘인플루언서’만이 영향을 줄 수 있는 존재인 것처럼 생각하고 있진 않나 합니다.
뿐만 아니라 이런 현상은 ‘상대적 박탈감’이라는 사회 문제를 만들어 냈습니다. 상대적 박탈감(Relative Deprivation)은 자신이 가진 것과 다른 사람들이 가진 것을 비교하면서 느끼는 불만이나 부족함을 의미합니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다른 사람들의 ‘성공적으로 보이는’ 삶을 보면서 자신이 상대적으로 덜 성취했거나 부족하다고 느끼는 현상이죠. 그리고 이런 비교는 특히 ‘좋아요’ 수나 ‘팔로워’ 수와 같은 숫자로 사람의 가치를 판단하게 되는 현상과 맞물려 더욱 악화되고 있는 듯합니다.
끝없는 비교로 우리는 진정한 관계의 가치를 잊어버립니다
저 역시 사람이기에 이런 정보들로부터 자유롭지 않습니다. 인스타그램이라는 플랫폼에 기반하여 활동하고 있고, 마케팅을 업으로 삼고 있으니 신경 쓰이지 않는다고 말하면 거짓말일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소셜 미디어를 이용중에 타인과 비교하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할 때마다, 나 역시 누군가에겐 큰 영향을 주고 있는 존재임을 기억하려 합니다. 그리고 ‘영향’이라는 것은 특별하지만 그다지 특별한 것도 아닌, 그저 우리 주변에 항상 있는 것임을 느낍니다.
그리고 이렇게 글을 씁니다. 글쓰기라는 행위를 통해 제 자신을 돌아보고, 성장할 수 있길 바라며, 나아가 저의 경험과 생각을 정리하고, 함께 공유함으로써 ‘숫자’로 판단되는 영향력이 아닌 실제로 의미 있는 영향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습니다.
나아가 이 노력들이 제 자신을 비교에서 벗어나 나만의 의미를 찾는 길이 되길 바랍니다.
친절한 말 한마디, 감사하기, 응원하기. 오늘 당신이 건넨 선의의 행동과 말이
누군가에게 가치를 줄 수 있길, 그런 당신 역시 인플루언서임을 잊지 않길 소망합니다.
editor 천성민 / @billycheo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