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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광웅 Aug 09. 2016

100일 내가 본 유럽-산토리니

색깔, 고양이

2015년 11월 19일


산토리니 숙소 근처


색깔- 이아 마을


 산토리니의 건물들은 크레타 섬의 건물들과 달리 곡선이 많았다. 아치형으로 생긴 창문과 문 지붕들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건물들이 죄다 흰색과 파란색이었다. 흰색 바탕에 파란색으로 꾸며놓은 모습은 전형적인 산토리니의 모습이었다.

'유럽 100일 여행 中 D-96'


화산 폭발로 인해 고대 시대의 모습이 잘 보존된 섬. 산토리니에 도착한 날, 섬 지형의 고도와 가파르게 깎여 있는 절벽은 하이킹을 하는 나의 온몸을 흠뻑 젖게 만들었다. 그래도 힘든 걸음을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은 산토리니의 독특한 색감이 나의 마음을 설레었기 때문이다. 산토리니 여행의 기점지인 피라에서 석양이 예쁜 도시 이아까지 나는 산토리니의 수많은 풍경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피라 마을의 전경
페인트 칠 중인 산토리니의 건물


어렸을 때 봤었던 이온 음료 광고와 함께 산토리니는 내 머릿속에 흰색과 파란색의 천국으로 각인되었다. 세상에 저런 곳이 존재할까라는 그 당시의 충격과 내가 보고 있는 풍경의 이미지가 겹쳐지면서 산토리니의 신비스러웠던 수수께끼들이 하나씩 풀려나갔다. 상업적인 건물들이 많아 분주했던 피라 마을과 산토리니의 전형적인 건물들을 볼 수 있었던 이메로비글리 마을, 비수기라 더 이상 운행을 하지 않는 당나귀들, 옛 화산 폭발의 흔적이 남아 있는 붉은빛을 띠는 화강암 길. 그리고 마지막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섬의 끝자락에서 나를 반겨주던 이아 마을이었다. 이 모든 것들이 산토리니를 이루고 있었다.


나귀. 이메로비글리 마을


마을 골목 어귀에 화려한 이아 마을의 색감과 어울려 빨갛게 피어난 꽃들, 점점 붉게 물들어가는 에게해의 바다 빛은 섬을 찾은 관광객들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어 주었다. 해안 절벽 위에 그림 같이 자리한 풍차와 둥그런 지붕의 교회들, 저 멀리 수평선에 잠기어 가는 붉은 태양 그리고 얼굴을 스치는 따뜻한 에게해의 바람. 산토리니를 그림같이 만들어주는 순간은 잠시 뿐이었지만 이 순간은 이 곳을 찾는 모든 사람들의 가슴에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화사한 꽃들. 이아 마을
전망대에서 바라본 이아 마을



2015년 11월 20일


페리사 해변으로 가는 길


고양이- 페리사 해변


버스를 기다리는데 근처 음식점 주인이 음식을 근처 구석으로 가지고 왔다. 어느샌가 새끼 고양이들이 몰려들었다. 주인은 이렇게 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주나 보다.

고양이들이 울면서 가져온 음식들을 뜯어먹기 시작했다. 서로 자기 먹을 것을 뜯어가면서 먹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니까 귀여워 보였다.

야생 고양이들이 이렇게 많은 것을 보면 신기하다.

 '유럽 100일 여행 中 D-97'


검은 해변이라고 불리는 페리사 해변은 검은색의 고운 화산 모래로 유명하다. 나는 수영복을 챙겨 산토리니 섬의 도로를 따라 산토리니 섬 남동쪽으로 이동했다. 해변에는 뒤늦게 산토리니를 찾아온 몇몇 관광객들만이 검은 모래밭에 자신의 발자국을 남기고 있었다. 11월의 산토리니 섬은 현지인도 관광객도 보기 힘들 정도로 쓸쓸했지만 나는 오히려 한적함을 느낄 수 있었다. 해변가에는 휴가를 떠나 텅텅 빈 식당뿐이었지만 운 좋게도 데크 체어 이용을 무료로 제공해준다는 안내문을 보게 되었다.


해변 근처에서 보이는 커다한 화산


의자에 누워 지중해의 햇빛을 만끽하는 중이었다. 갑자기 주변에서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이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살펴보았다. 울음소리의 근원지는 의자 밑의 조그만 틈새였다. 굶주린 작은 들고양이가 내 주변으로 다가와 먹을거리를 달라고 우는 것이었다. 나는 당장 가지고 있는 것이 없었기 때문에 고양이에게 미안하다고 할 수밖에 없었다. 그 고양이도 내가 음식이 없다는 것을 눈치챘는지 내 말을 듣자마자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나를 찾아온 고양이
데크 체어에 누워서. 페리사 해변
페리사 해변


들고양이들은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이나 이탈리아 아말피 해안 지방에서도 많이 봤었다. 그곳의 들고양이들은 유독 사람들을 무서워하지 않았고 어떻게 사람들에게 연명하여 먹고사는지 알고 있었다. 고양이들은 내가 음식을 먹고 있으면 근처로 다가와 구슬프게 울었다. 처음에는 애써 무시하려고 했지만 고양이들의 귀여운 모습을 보자 도저히 나 혼자만 먹고 있을 수 없었다. 결국 나는 빵을 조금씩 뜯어주며 음식을 나눠주곤 했고 그때마다 고양이는 친구들을 불러 모아 나를 더 당황시켰다.


피라 마을로 돌아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던 도중에도 수많은 들고양이들을 보게 되었다. 저녁 시간이 되자 근처에 있던 가게 주인이 손님들이 먹다 남은 빵을 던져주었다. 잠시 후 냄새를 맡고 많은 고양이들이 몰려들었다. 고양이들은 각각 자신이 물은 빵조각을 뜯어가며 허기를 달랬다. 인간들이 주는 음식에 길들여져 야생이 아닌 도심을 배회하는 그들의 모습이 얄밉기는 했지만 한편으로 고양이들도 먹고살기 위해 그들만의 방식으로 열심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한적한 페리사 해변가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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