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이커머스의 비상경영이라는 허상
숫자만 보는건 과거에 대한 반성만 하겠다는 것
전년도 뜨겁게 일하고 몰입하는 경험을 한 이후 내가 근무하고 있는 회사에서는 비상경영의 바람이 불었다.
사실 크게 놀랍지도 않았는데, 전략이 없는 경영계획. 사업계획과 동떨어진 목표설정. 인재육성의 중요성을 모르는 경영. 이 모든것이 혼합되어 있었던 회사였기 때문이다.
좋은 사업모델을 선점함으로 시장에서 가장 두각을 드러내고 빠르게 큰 회사가 되었지만, 이 경험이 저주가 되어 경영의 수준을 끌어올려야 할 시기에 방만한 조직이 되며 자연스레 시장 후발주자에게 선두자리를 내어주게 되었다. 그리고 시장에는 수익을 내지 않는 회사에 더이상 투자를 하지 않는 겨울이 왔다,
경영계획이 따로 놀았으므로 실제 달성할 수 있는 수준에 비해 인건비는 무거워져 있었고,
아무나 뽑아도 달성되던 숫자가, 이제는 그 아무나들로는 해결하지 못하는 숫자들을 쳐다만 보고 있어야 했다.
이 모든 것이 일어나는 기간동안 숫자를 책임지던 CFO 가 오히려 사업의 영역까지 권한을 확대 받게 되었고, 이는 늘 그러하듯 다른 C레벨을 영입해서 균형을 이루려 노력하기 보다는 창업주와의 사적관계가 있는 이에게 더 큰 걸 맡겨두는 '한국식 스타트업 경영' 의 전형이었다.
사실 대기업들에서 근무경력이 있는 분들이라면 '비상경영' 이란 것이 으레 커리어 중 두어번은 찾아오는 것들임을 알고 있겠지만,
업력이 길지 않은 국내 이커머스 업체 중 한군데인 곳에서 선포된 '비상경영' 치고는 CFO가 숫자를 조금 더 꼼꼼히 보는 스탭조직을 셋팅하고 비용을 줄이는 곳에 회사의 모든 리소스를 재분할 투자한 것 외에는 그 어떤 우선순위 전략과 응집력과 리더십을 보기는 정말 힘들었다.
거의 반기가 지난 이시점에서 다시 돌이켜 보며... 다시 한다면 어떻게 해야 했을까....
1. 비용을 줄여야 할 곳과 줄이지 않을 곳을 구분한다. 이 구분에는 사업영역별, 카테고리별, 어카운트별 등 굉장히 세부적으로 구분할 수 있을 것이며, 대학교 경영학 시간에 배우는 BCG 매트릭스에 넣어보면 상당히 좋은 구분법이 될 수 있을 듯 하다.
2. 모든 것을 다 하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과 같다는 것을 명심한다. 피터드러커도 조직의 전략적 폐기에 대해 강조했는데, 무언가를 폐지하지 않으면 무언가에 집중할 수 없는 것 같다.
3. 무엇보다 조직은 사람으로 구성된다는 것을 이해하자.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방법을 고민하지 않으면, 그리고 지속적으로 실행하고 피드백하지 않으면, 결국 목표에 다다를 수 없다. 이는 내가 22년과 23년 맡은 사업부의 성과를 끌어올릴 때에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었다.
4. 결국 리더가 중요하다. 똑똑함/부지런함 이런 부분도 굉장히 중요하지만, 리더가 스트레스에 잠식되는 순간에 조직과의 소통을 피하게 되고 스스로를 외로운 포지션에 몰아넣으며, 이로인해 조직은 더 수동적으로 변함을 확인하였다. 리더에게도 힘이 되는 현명한 조언자들이 많이 필요하다.
이렇게 22년 23년 2년간의 한 이커머스 플랫폼에서의 경험 중 '비상경영' 에 대한 준비와 지속과정에 대해 회고를 해보았다.
이 또한 나의 여정에서 좋은 배움으로 자리 잡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