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은형 Jun 27. 2023

출판사 대표가 되어 첫 책을 내어 보니... 15

사업이란 것이 또 다른 관점에서의 삶이자 도이고, 놀이임도 알겠다.

    

1인 출판사를 시작하면서 막고 싶을 정도로 세월의 흐름이 빨라졌다. 

19일은 임진왜란 때 막사발을 구현하신 신정희선생님의 가마를 이어가고 있는 사기장 신한균 선생님을 만나 뵙고 <수라, King’s Dinner>에 대한 조언을 들었다. 무엇보다 도자기란 그것을 기획하고 만든 사람이 누구인가를 알 수 있는 표식이 중요한데, 수라는 그 점이 가장 안타깝다는 말씀을 주셨다. 그와 더불어 미니어처 사발을 만들어서 전통역사 교구와 교재로 만들자는 제안을 드렸다. 단순히 교구 교재만이 아닌, 아트비즈니스 측면에서의 투자도 될 수 있는 컨셉이었다. 


출판관련 아이디어는 많으나 이것을 구체화할 수 있는 인력이 보강되어야함은 확실하다.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아웃소싱에도 한계가 있다는 것을 첫 출판으로 절감했다. 아직도 온라인 서점에 신규 계약 건이 계속 진행 중이고 패키지 만드는 일 또한 계속 진행중이다보니 체력이 딸리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다. 적어도 지속적으로 수입지출을 정리하고 추진해줄 행정파트의 일꾼 한사람과 디자인 편집 전문가가 한 사람 정도는 있어야 내가 생각하는 스케일과 비젼의 출판사가 굴러갈 듯하다. 


그를 위해서도 전문공간은 절실하다. 뭔가 가시적으로 눈으로 보고 확인할 수 있는 공간과 장치로서의 <수라 king’s dinner> 북 패키지 팝업 스토어라도 당장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은 명확하다. 여기 저기 장소를 물색하고 있으나 아직 직관적으로 여기다 싶은 곳이 없다. 일요일엔 논산에 있는 논과 산야도 둘러보았으나 내게 말을 걸어오는 땅은 없었다. 


비즈니스는 선택의 문제다. 얼마나 직관적이고 명확하게 지혜를 발휘시켜 선택하고 집중하느냐에 따라 성패는 달라진다. 특히 터전을 새롭게 잡아가는 일은 더더욱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신한균 선생님 연구실을 나와 휴무였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평산책방도 둘러 보고 통도사 금강계단에서 기도도 올리고 나니 몇 달 동안의 마음의 여독이 좀 풀리는 듯 가벼워졌다. 



오랜만에 경주의 지인들을 만나 산책도 하고 3개월 동안 나누지 못했던 생과사의 이야기들을 두루두루 나누던 중 나도 모르게 소파에서 그냥 잠이 들어버렸다. 마치 엄마 곁에서 편히 잠든 아기 같은 심정이었을까? 일 생각 없이 곤히 잠든 깊은 단잠을 자본 것이 얼마만이었을까? 지인들이 있다는 것은, 어떤 상황에서도 나를 응원하고 지지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그냥 행복이다. 


남이 아닌 가족이 되어가는 사람들..... 가족은 본래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탄생 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점점 더 깊어진다. 산내면 숲속의원에서 눈을 뜨자마자 출발한 감포에서도 버선발로 반겨주시는 감포 식구들 덕분에 참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대전으로 출발!



바닷가 사람들은 육지 사람들보다 모험과 도전에 더 열려있고 기세가 좋다. 아마도 바다라는 무대를 중심으로 매일매일 모험을 나서는 일상 때문은 아닐까? 바다로 나서는 사람도, 육지에서 기다리는 사람도 모두 매일매일이 모험이자 도전인 바닷가 사람들이 아니던가? 그들의 자세와 태도는 나의 사업적 모험과 도전에 큰 응원과 힘이 되었다. 나야말로 사업이라는 바다로 무작정 뛰어들어 첫 항해를 시작하지 않았나? 뱃사람의 하루하루가 모험이고 도전이듯 사업가로서의 나의 하루 또한 모험이고 도전임을 잊지 말고 기세 좋게 살아가야 함을 깨달았다. 


타고난 인복과 인덕으로 57년의 세월 동안 바위처럼 단단한 삶의 토양 위에 뿌리를 탄탄하게 내리며 살아올 수 있었다는 것에 새삼 감사했다. 사업의 목표가 돈을 벌어 자산가가 되는 것임은 분명하지만 그를 위해서는 더 많은 사람들과 서로 베풀고 나누며 살아가는 관계를 절실히 맺어야함 또한 비즈니스의 근본인듯하다. 


관계를 넓혀가되 사업의 목적에 비추어가며 더 다양한 관점으로 관계를 맺어가는 것 또한 비즈니스임을 알겠다. 수 많은 삶의 고난을 통해 누구와도 편하게 대화하고 먼저 다가가 말을 건네는 여유와 뻔뻔함?을 증득한 것은 내 삶의 새로운 변화에 대한 준비과정이었음도 알겠다. 



사업이란 것이 또 다른 관점에서의 삶이자 도이고, 놀이임도 알겠다. 


나는 사업이 재미있다. 

왜? 마치 정복할 수 없는 산에 오르는 등산가들처럼 끊임없는 모험과 도전으로 꿈꾸게 만들고 희망을 품게하며 살아있는 순간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요즘엔 내가 선생으로 행복하지 못했던 이유를 좀 더 자명하게 알겠다. 내가 정말 못견디는 것은 반복적이고 기계적인 일들이다. 틀에 박힌 시험문제를 내고 정답오답을 가르지 않는 것만으로도 나는 선생보다 사업가가 더 적성에 맞는 것 같다.



 백아와 종자기처럼 일종의 지음이랄까? 새로운 상상과 그것을 현실로 만들어내는 능력의 백아절현....  스스로의 힘으로 상상력을 발휘하고 그것을 현실로 구현해내는 사업이야말로 서로를 제대로 잘아야 리듬을 탄다. 너의 곡조를 안다는 건, 나의 곡조를 안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너에 파동이 나의 파동이 되어 함께 일음일양의 리듬을 만들어내는 것이야말로 사업의 재미가 아닐까? 삶을 함께하는 나의 모든 지인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네가 있으므로 내가 있다. 

작가의 이전글 시적으로 말하고 싶다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