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축제의 맛, 야끼 삼총사
일본의 여름을 논할 때 빼먹을 수 없는 메뉴가 야끼 삼총사(오코노미야끼, 타코야끼, 야끼소바)다. '야끼(焼き)'는 일본어로 '구이, 볶음'이라는 뜻이다. 오코노미야끼는 취향대로(お好み) 구운 것, 타코야끼는 문어(たこ)를 구운 것, 야끼소바는 메밀국수(そば)를 볶은 것이라고 번역할 수 있다. 이들은 오사카를 필두로 한 간사이(関西) 지방 음식으로 알려져 있는데, 정직한 이름과 간단한 조리법에 시원시원한 간사이 사람들의 성격이 배어있는 느낌이다. 이런 호쾌함 때문인지 간사이 음식을 꽤나 좋아한다. 이열치열이라고, 지글지글 불판에 야끼 삼총사를 구워 먹어야 여름을 제대로 난 느낌이 든다.
스물둘 여름, 처음으로 일본 땅을 밟았다. 10여 년 동안 일본어를 배우며 한 번쯤 현지에서 언어를 연습해보고 싶다고 부모님을 조른 끝에, 교토에 계신 먼 친척에게 3개월 동안 신세를 지게 되었다. 최고기온이 40도에 육박하는 교토에서 여름을 나며 일본의 여름이란 무엇인지 제대로 체험할 수 있었다.
여름내 여러 축제(마츠리)가 이어졌는데, 일본의 3대 축제 중 두 군데를 경험할 기회가 있었다. 약 1000여 년 전부터 이어져온 교토의 기온마츠리는 7월 내내 교토에 활기를 더한다. 저녁이 되면 교토 중심부의 야사카 신사 앞으로 가게들이 하나 둘 들어서고 거리가 축제 분위기로 변한다. 유카타를 입고 북적이는 거리를 걷다가 마음에 드는 포장마차에 들러, 아이스박스에서 막 꺼낸 맥주를 한 캔 집어 들고 타코야끼와 야끼소바를 안주 삼아 먹으면 여름밤의 들뜬 기분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7월 말, 옆동네 오사카에서 열린 텐진마츠리에도 들렀었는데 시끌벅적한 분위기와 끝없이 이어지는 포장마차, 밤하늘을 수놓은 불꽃놀이가 한 데 어우러져 여름의 정수를 맛볼 수 있었다.
축제가 없는 날에도 야외에서 바비큐를 해 먹거나 종종 열리는 불꽃놀이를 구경하곤 했다. 이때 야끼 삼총사가 빠지지 않았는데, 이들의 짭조름하고 달짝지근한 맛이 태양의 강렬함을 닮았다고 생각했다. 땀으로 빠져나간 염분을 보충해주는, 여름의 맛 그 자체였다.
야끼 삼총사 중 가장 좋아하는 건 오코노미야끼인데, 오사카 출신 친구에게 레시피를 배운 후 한동안 매일같이 만들어먹곤 했다. 오코노미(お好み)는 취향이라는 뜻으로, 좋아하는 메뉴를 양배추 반죽에 넣고 부치기만 하면 되는 요리다. ‘취향대로'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여러 변주가 가능한데 가장 기본적인 메뉴는 돼지고기와 계란을 넣은 부타타마(豚卵)다. 이 외에 새우 및 오징어가 들어간 해물 메뉴나 명란, 떡, 그리고 치즈가 들어간 멘타이모찌치즈 메뉴가 인기가 많다. 히로시마풍 오코노미야끼는 밑에 굵은 면이 깔려있는데 두툼하고 묵직한 것이 그만의 매력이 있다. 도쿄에서는 비슷한 메뉴로 몬자야끼가 있는데 좀 더 흐물거리면서 쫀득한 질감으로 철판에서 조금씩 긁어먹는 재미가 있다. 이처럼 다양한 재료와 형태를 수용하는 포용성이 이 메뉴의 가장 큰 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