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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현석변호사 Feb 14. 2024

형사합의의 7단계 프로세스 및 형사합의가 중요한 이유



어떠한 이유에서건 형사사건의 피의자가 될 경우 당사자는 다양한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본인이 범행을 저지르지 않았던 것이 확실하다면 자신있게 혐의를 부인하고 무죄의 항변을 하겠으나, 그에 비하여 피의자 스스로 판단하기에 범죄성립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될 경우에는 과연 범행을 인정하는 것이 적절한지 여부에 대하여 많은 고민에 휩싸이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와 같은 상황은 범행을 인정하고 속죄하고자 하는 마음과  처벌에 대한 두려움의 내적 충돌에 따른 것인바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게 되는 반사적 기제로서 해당 피의자가 평균보다 간악한 사람이기 때문도 아니요, 표리부동한 사람이기 때문도 아니다. 다만 이러한 상황에서 피의자가 어떠한 선택을 내리는지에 따라 인생의 방향성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기에 부디 현명한 선택을 내릴 것을 권한다. 



1. 형사사법절차의 목적          


형사합의를 실시하는 목적에 대한 인식을 살펴보면, 범죄혐의를 인정하되 선처를 받기 위한 수단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목적과 수단의 선후가 뒤바뀐 것으로서 적절하다고 보기 어렵다. 실무상 형사합의가 이루어질 경우 긍정적 양형사유로 참작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는 형사합의에 따른 2차적 결과일 뿐 선처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된다 할 것인바 그 구체적 이유는 다음과 같다.


형사사법절차의 궁극적 목적은 [1) 피해 회복, 2) 재범방지]로 구분되는바, 피의자(피고인)에 대한 수사와 공판절차를 거치는 과정에서도 이와 같은 형사절차의 철학은 견고하게 유지된다. 이러한 이유로 형사절차에 임하는 피의자(피고인) 역시 이 2개의 철학적 기반을 염두해 두고 변론을 실시해야 한다 할 것인바, 적어도 진행 중인 형사절차에서 범행을 인정하고 형사합의를 시도하고자 한다면 그 과정에서 스스로의 노력이 피해회복과 재범방지의 목적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에 대한 냉정한 분석과 실행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수의 피의자들이 형사합의를 선처의 수단으로만 생각하고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수사기관과 법원 모두 과연 해당 피의자가 반성을 하고는 있는지, 피해자가 진심으로 피의자를 용서한 것인지, 피해자로부터 용서를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피의자에게 선처를 제공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 것인지 등에 대하여 고민에 빠지게 되고, 결국 양형참작 조차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만 이루어지게 되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이와 같은 기술적 형사합의에 매몰되어 선처를 받은 피의자의 경우, 진지한 반성과 경각을 얻지 못한 상태에서 형사절차가 종결됨에 따라 여전히 재범의 위험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되고, 그 결과 또 다시 수사기관에 소환될 상황이 재발한다는 것이다. 



2. 형사합의의 순서


위 살핀 바와 같이 이른바 '기술적 형사합의'에 집중할 경우, 범죄피해자에게 물질적 피해를 회복할 수는 있을 지언정 정신적 피해를 진정성 있게 회복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피의자의 자기갱생도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결국 피의자 스스로 재범의 위험성을 잔존시키는 결과가 발생한다 할 것인바, 이 경우 형사절차의 근간을 이루는 피해회복과 재범방지의 철학을 모두 놓치는 불상사가 벌어지기 십상이다.


그렇다면 형사합의를 실시하고자 하는 피의자라면 응당 다음과 같은 순서로 합의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본인을 위해서도, 피해자를 위해서도 합당하다 할 것인바 실무에 참고할 것을 권한다.


1) 혐의 인정


앞서 살핀 바와 같이 인간이라면 누구나 처벌에 대한 두려움에 압도되어 사회질서 또는 피해자의 고통에 둔감해질 수 있는 반사적 기제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만일 이러한 두려움 때문에 범행을 인정하지 않고 처벌에 이르게 된다면 범행을 인정하고 진정성 있게 피해회복을 위한 노력을 하는 경우보다 오히려 가중된 처벌을 받게 될 수 있는바, 피해회복 등의 본질적 요소를 차치하더라도 만일 처벌이 두렵다면 오히려 범행을 인정하고 피해를 회복하며 더 적극적인 자기갱생의 노력을 기울임으로써 처벌수위를 경감시키는 것이 합리적이라 할 것인바, 피의자로서는 처벌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과감하게 혐의를 인정하기 위한 결단이 필요하다 할 것이다. 다만 이와 같이 결단하였다 하더라도 불현듯 마음 깊은 곳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처벌의 두려움에 또 다시 현혹될 우려가 있는바, 만일 혐의를 인정하기로 결단하였다면 변호인과 상의하여 혐의를 인정하는 취지의 서면을 수사기관에 제출해 둠으로써 더 이상의 번복가능성을 스스로 차단해 두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으므로 참고하기 바란다.


2) 내적 성찰


형사실무에 비추어 볼 때 가장 중요한 절차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간과하는 부분으로 보인다. 앞서 살핀 바와 같이 형사절차의 근간을 이루는 철학에는 '재범방지'가 있는바 동일한 범행을 다시 저지르지 않기 위해서는 그 원인을 제거해야 한다 할 것이며, 원인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무엇인지 여부를 분석해야 하는 점은 논리적으로 자명하다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피의자(피고인)는 이러한 원인을 분석하고 이를 발본색원하는 것에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당해 사건의 결과를 희석시키는 것에만 집중하다보니, 막상 해당 사건에서 선처를 받고난 후에는 교도소에 수감되지 않은 것에 대한 안도의 한숨만 내쉴 뿐 당해 범행의 원인이었던 요소를 제거하지 못한 채 사건 전의 일상으로 돌아옴에 따라 또 다시 동종 범죄에 연루되는 악순환을 겪게 되는 경우가 많다. 무릇 '재범방지'에 관한 형사사법절차의 철학은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것에 있을 뿐 아니라 피의자 본인의 남은 인생을 위해서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할 것인바, 피의자 스스로 자기갱생을 통한 재범방지 효과를 도출하지 못하면 지금 당장의 사건에서 선처를 받는 것에 그다지 큰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없다. 예컨대, 당해 사건에서 내적성찰이 없는 기술적 형사합의를 통해 집행유예를 받았다 하더라도 또 다시 범죄를 저질러 실형을 선고받는다면 종전 사건에서 받은 선처는 그저 다음 범죄의 씨앗이 되었을 뿐이므로, 오히려 본인의 인생에 독(poison)으로 작용하고 만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형사합의를 시도하기 전에는 다음과 같은 물음에 스스로 답해 보는 시간을 충분히 가져야 할 것이다.


당해 범행에 이르게 된 구체적 이유가 무엇인지                    

환경적 요소가 작용하였는지 및 그 내용은 무엇인지                    

내적 요소가 작용하였는지  및 그 내용은 무엇인지                    

이와 같은 원인을 제거할 수 있는지, 제거할 수 있다면 그 구체적 방법은 무엇인지, 제거하기 어렵다면 대안은 무엇인지                    

원인제거에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누구로부터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본인이 진정 추구하였던 인생의 방향성은 무엇이었으며 이를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과 절차가 필요한지 

본인이 추구했던 인생의 방향성에 있어서 개별 범죄가 어떠한 장애요소로 작용할 수 있는지                    


3) 진정한 사과


형사절차의 근간을 이루는 양대 철학 중 하나는 '피해회복'이라 할 것인바, 피해회복의 시작은 진정성 있는 사과에서 비롯한다는 점은 달리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로 자명하다. 이러한 이유로 형사합의에 있어서 진정성 있는 사과가 필요하다는 점에 대하여는 누구나 널리 인식하고 있다 할 것이나,  무엇이 진정성 있는 사과인지 여부에 대하여는 조금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무릇 정성 있는 사과란 가해자(피의자)의 태도와 노력을 기준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피해자가 그러한 사과를 통해 얼마나 마음의 상처와 고통을 회복할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평가함이 타당하다. 그에 비하여 형사합의 실무를 살펴보면 피의자는 본인 나름의 예의와 정성을 갖추어 사과를 하였음에도 피해자가 사과 받기를 거부한다며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은바, 이러한 상황은 '사과'와 '용서'가 별개의 작용임에도 불구하고 두 개의 절차를 한 번에 해결하려는 피의자측의 이기심에서 비롯하는 경우가 많다. 요컨대, 가해자가 사과를 했으면 피해자도 용서를 하는 것이 공평한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일반적인 이치에 부합하지 않을 뿐 아니라 원만한 합의절차에 장애요소로 작용할 수 있는 생각으로서 실무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 범행의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사과를 하는 것은 사회적, 윤리적 관점에서 응당 실시해야 하는 것이며, 피해자가 가해자를 용서할 지 여부는 오로지 피해자의 양심에 기초한 내역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서 가해자가 사과를 하였다는 이유만으로 피해자가 용서를 해야 할 의무가 발생한다고 볼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이러한 이유로 만일 피의자가 사과를 하고자 한다면 사과의사를 전달하는 것으로 마무리 지어야 하는 것으로서. 용서받을 것을 기대하고 사과를 하거나, 용서를 받지 못할 것 같아서 사과를 하지 않는 등의 대응은 사회적, 윤리적 관점에서 납득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소송실무적 관점에서도 부적절하므로 주의를 요한다.


그렇다면 진정성 있는 사과란 무엇일까? 개별 사안의 내용에 따라 다를 수 있겠으나 일반적인 피해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건대, 신체적 피해 또는 재산적 피해를 제외하고 범죄 피해자가 가장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부분은 가해자가 피해자의 고통에 전혀 공감하지 않은채 오로지 가해자 본인의 입장에만 매몰되어 오히려 피해자를 비난하거나 제3의 원인을 들먹이는 등의 행태로 인한 것인 경우가 많은바, 적어도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고자 한다면 해당 범행을 당한 피해자가 어떤 심정이었을지, 범행 당시에는 어떤 충격을 받았을 것이며, 앞으로 어떠한 정신적 고통 속에 살아가게 될 것인지에 대한 역지사지의 노력을 견지해야 한다는 점에 다툼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나아가 이러한 고민을 할 때에는 단시간동안 직관적인 판단만으로 만족하여서는 아니될 것이고 충분한 시간을 기울여 피해자의 마음에 공감하고 나아가 스스로 공감이 어렵다면 객관적인 제3자의 조언을 들어서라도 피해자의 입장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할 것이며, 그 마저도 어렵다면 범죄예방강의를 수강함으로써 사회학, 심리학 등 학술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방법도 있으니 부디 편협하고 얕은 수준의 어줍잖은 형식적 사과에 이르는 오류를 범하지 말고, 피해자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치유할 수 있는 수준의 깊은 성찰 후에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할 것을 권한다.


4) 진지한 반성


위와 같은 내적성찰과 피해자에 대한 사과를 완료하였다면, 이제 진지한 반성을 할 수 있는 어느 정도의 기반이 마련되었다고 볼 만하다. 무릇 가해자의 진지한 반성이란 자신의 범행을 둘러싼 객관적, 주관적 상황을 인식하고 인정하며 피해자의 고통에 공감함으로써, 재범방지를 위한 내적 성찰과 환경적 노력을 병행할 때 완성될 수 있는 것으로서, 만일 피의자가 위와 같은 절차에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다면 수사기관 또는 재판부가 공감할 수 있는 반성의 언행이 자연스럽게 표출된다. 실무상 다양한 유형과 내용의 반성문이 제출되지만 정작 수사기관 또는 재판부를 설득할 수 있는 반성문을 찾아보기 어려운 이유는 위와 같은 성찰이 선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저 처벌에 대한 두려움에 매몰되어 "잘 못했다, 우발적이었다, 선처해주시면 선행을 베풀며 살겠다" 등의 기계적 문장들만을 나열하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근래 인터넷을 통하여 우연히 접하였는데 일부 변호사 사무실에서 감형을 받을 수 있는 반성문을 작성해준다는 식의 광고를 하는 것을 보았다. 그러나 진정성 있는 반성문은 기술적으로 접근하여 작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위와 같이 깊은 내적성찰과 피해자의 입장에 공감할 수 있도록 처절한 노력 끝에 도출될 수 있는 것인바, 앞서 언급한 기술적 반성문을 작성하여 제출하더라도 실질적인 선처의 효과를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일 뿐 아니라 가사 우연히 이러한 내적성찰 없는 반성문을 통하여 선처를 받는다 하더라도 자기갱생의 기회를 놓치게 되어 스스로 재범의 위험성을 키워나가는 우를 범하게 된다는 점도 함께 고려하여, 부디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 진정성 있는 반성과 함께 자기갱생을 위한 노력을 기울일 것을 권한다. 


5) 재범방지를 위한 노력


수사실무상 대부분의 피의자들은 우발적 범행임을 항변하며 선처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법률상 우발적 범행으로 평가할 수 있는지 여부와는 별론으로, 법률상 범죄로 규정된 행위는 사회질서상 엄격한 금지행위인 점을 고려할 때 아무런 사전징후 없이 갑자기 범행에 이르는 경우는 거의 없고 대부분 행위자의 내적 요인 또는 환경적 요인에 의하여 지속적으로 범행의사 및 행위수준이 자라나다가 결국 범죄에 이르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인바 사회적, 심리적 관점에서 완전히 우발적 범행이라 평가할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예컨대, 음주운전으로 보행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운전자는 해당 범행 이전에 수 차례 혹은 수 십차례에 걸쳐 음주운전을 하였거나 부주의한 운전으로 사고유발 가능성이 증대되고 있었음에도 이를 스스로 제지하지 않다가 결국 범행에 이르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볼 때 적어도 실제로 범행을 저질러 수사를 받고 처벌을 받게 될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면 이와 같이 범행을 유발할 수 있는 내적요인과 환경적 요소를 제거할 수 있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인바, 이러한 요소를 분석하는 것은  위 '2) 내적성찰' 단계에서 충분히 이루어졌을 것인 이상 이를 제거함으로써 재범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고, 그 구체적 방안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을 수 있으므로 참고할 것을 권한다.


범죄예방강의 수강                    

사회적 약자 또는 범죄피해자 지원단체에 대한 봉사활동                    

일상생활에 대한 멘토 확보                    

범행유발 환경적 요소 즉시 제거                    

범행유발 내적요인을 제거하기 위한 일체의 노력(지속적인 종교활동, 심리상담, 치유커뮤니티 활동 등)                    

나아가 위와 같은 활동을 적극적으로 실시하고 이에 관한 증빙자료를 수사기관 또는 재판부에 제출한다면, 사법기관으로서는 재범방지 위험성이 상당부분 경감되었다고 판단하여 긍정적 양형사유로 참작될 수도 있다 할 것인바, 진정성 있는 노력과 함께 제반 증빙자료도 잘 확보해둘 것을 권한다.


6) 피해회복 및 형사합의 개시


위 언급한 혐의인정, 내적성찰, 진정성 있는 사과, 재범방지를 위한 노력 등을 모두 충분히 기울였다면, 이제는 피해회복을 위한 구체적 논의를 진행할 준비가 되었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이러한 절차를 모두 완료하지 않았음에도 피해자가 용서를 하겠다는 의사를 표현하는 사례도 있으나, 만일 그렇지 않다면 적어도 위 절차를 모두 마친 후에 다시 한 번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해볼 것을 권한다. 실무경험에 비추어 볼 때 사회관념상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흉악범죄가 아닌 이상 위와 같은 절차를 충실하게 진행한 경우에는 대부분 피해자로 부터 용서를 받을 수 있었으며, 만일 이러한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용서를 받을 수 없다면 피해자에게 용서를 강권하며 2차 가해를 하였다는 비난을 받는 것보다는 깨끗하게 물러서서 형사공탁 등 제3의 절차를 통하여 재판부를 설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7) 형사합의금의 산정


한편 위와 같은 형사합의 과정에서 실무상 가장 중요시 평가되며 많은 협상의 대상이 되는 것이 구체적 합의금액이라 할 것인바, 형사합의를 해야 하는 당사자(가해자, 피해자)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의 금액으로 합의하는 것이 적절할지에 대하여 많은 고민에 빠지게 된다. 법률전문가에게 물어보더라도 "사안에 따라 다르기에 일률적으로 산정할 수 없다"는 답변이 일반적이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의자 입장에서는 적정 합의금에 관한 개략적인 아웃라인(outline)이라도 있어야 운이라도 띄어볼 수 있다 할 것이기에 실무적 경험에 비추어 조언을 하자면, 유사한 범행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사건(민사사건)에서 법원이 인정하는 손해배상액(판결금)에 약 15~20%를 가산한 금액 또는 500~1000만원을 가산한 금액 중 낮은 금액을 목표로 합의를 진행해 볼 것을 권한다(그럼에도 이러한 금액이 '적정금액'이라 확언할 수 없다는 점은 변함 없음). 한편 유사 사건에 관한 손해배상판결문은 대법원 대국민서비스 중 판결서 인터넷 열람서비스의 키워드 검색을 통해  판결문당 1000원의 비용을 지불하고 확인할 수 있으니 실무에 참고하기 바란다.


https://www.scourt.go.kr/portal/information/finalruling/peruse/peruse_status.jsp


<대법원 판결서 인터넷 열람 신청 페이지 캡쳐사진>



3. 형사합의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진짜 이유


앞서 많은 분량을 할애하여 언급한 바와 같이 가해자가 형사합의를 잘 해야 하는 이유는 단지 사법기관으로부터 선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 아니라, 피해를 회복하고 재범을 방지함으로써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것이 형사사법절차의 본질이며 이러한 본질에서 벗어나지 않고 형사사법질서에 순응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피의자에게 부여된 사명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피의자는 이러한 일련의 절차를 통해 자신의 인생에 내재된 범죄의 위험성과 장애요소를 제거하고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돌아올 수 있는 성찰의 기회를 가짐으로써 더 나은 삶을 구성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는데 나아가, 자신의 범행으로 발생한 타인의 고통과 피해를 회복하고 그 상처를 보듬음으로써 인간으로서의 마땅히 수행해야 할 도리를 다하고 부정적 자의식으로부터 조금이라도 안식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도 있다. 


일반적인 기대와 달리 세상 사람 어느 누구도 죄를 짓지 않고 완전무결하게 살아가는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죄를 지어서 누군가에게 고통을 주었다면 그 피해를 회복하고 자신에게 부여된 사회적 책임을 기꺼이 부담하는 것이 오랜 시간 인간사회를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이자 수천년에 걸쳐 형성된 사회질서라 할 것인바, 이와 같이 자신의 책임을 충분히 인정하고 형사사법절차의 본질에 접근하는 노력을 하는 피의자와 피고인에게 우리 사법체계는 나름의 선처를 베풀고 있다. 부디 범행을 저질렀음에도 처벌이 두려워 마땅히 감내해야 할 인간으로서의 도리를 저버리고 무리한 항변을 견지하다가 엄벌을 받는 것보다는 위와 같은 성찰과 노력을 통해 피해자에게도 피의자 본인에게도 올바른 결과에 이를 수 있기를 기원한다.




관련 문의 : 정현석 변호사 (법무법인 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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