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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매한 인간 Aug 24. 2023

때수건을 파는 카페를 운영 중입니다.

두 번째 직업, 카페사장

애매한 인간의 두 번째 직업은 바로 '카페 사장'이다. 카페 창업에 있어서 강조하는 세 가지 요소가 있다. 첫째는 입지요, 둘째는 입지요, 셋째도 입지라는 것이다. 웅장한 인테리어, 사진을 찍고 싶게 만드는 베이커리, 특별한 메뉴나 특출난 맛은 부가적 요소다. 요새는 산골짜기에도 바닷가 앞에도, 오죽하면 절 옆, 교회 앞에도 카페가 있다. '이런 곳에도 카페가 있어?' 할 정도로 구석구석 야무지게 들어가 있는 게 바로 카페라는 업종이다. 그럼 애매한 인간이 운영하는 카페는 어디에 있을까?


경남 진주 문산읍 월아산로 1047-14번지, 이곳이 우리 카페가 있는 곳이다. 문산읍은 참 특별한 동네다. 60대 할머니가 "막내야"라고 불리며 70-90대 어르신들의 물 심부름을 다니는 곳. 지금은 폐역이 된 구 문산역이 있던 기찻길은 자전거도로가 된 곳. 예쁘게 포장된 도로에는 다니라는 자전거는 안 다니고, 경운기만 털털거리며 지나다니는 곳. 진주의 그 어느 동네보다 강아지가 많은 곳. 외로움을 달래줄 그 강아지와의 산책이 어르신들의 유일한 낙인 곳. 마을 곳곳에 심어져 있는 가로수, 그 가로수들 사이사이 1m마다 대파와 상추가 심어진 곳. 봄에는 찬란한 매화꽃이 피고, 여름에는 탐스러운 매실이 열리고, 겨울에는 어르신들의 속을 달래줄 매실주가 탄생하는 곳. 이곳이 우리 동네다.


카페 창업에 있어서의 핵심 요소, 그리고 부가적 요소까지 모두 만족하지 못한 이 카페는 철저히 망했다. 한 달에 커피 한 잔도 팔지 못했던 날을 세는 것보다, 한 잔을 팔았던 날을 세는 것이 더 빨랐다. 그나마 매출을 올려주는 이도 꼬박꼬박 돈을 내고 1인 1잔을 하는 부모님이었다. 그리고 어쩌다 한 번씩 6명의 어르신이 각출하여 낸 돈으로 사 먹는 냉커피 한 잔.


현명하고 합리적인 사람은 이쯤 '폐업'을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나는 왜 이리 미적거리는 걸까. 뭐가 나를 망설이게 하는 걸까. --- 회사를 그만두고 무작정 카페를 차린다는 나를 두고서, 꾸짖기보단 "무엇을 도와줄까?"하고 먼저 묻던 부모님의 애정이 나를 붙든다. 북카페처럼 책을 전면 전시하고 싶다는 내 말에, 5시간에 걸쳐 콘크리트 벽을 뚫고 못 100개, 벽 선반 20개를 달아준 아빠의 땀이 코에 맴돈다. 평생을 주부로만 살아온 엄마가 힘들다는 딸에게 그 어떠한 경제적 도움도 줄 수 없기에, 고민고민하다 밤새 때수건까지 만들어왔다. 밤을 지새우며 한 장, 한 장 때수건을 만들 때의 엄마의 마음은 과연 어땠을까? 어떤 마음이 엄마에게 때수건을 하루 만에 100장이나 만들게 한 걸까. 때수건을 건네던 엄마의 까칠하던 손끝이 잊히지 않고 여전히 나를 간질인다. 그래, 나는 이 공간을 이대로 포기하고 싶지 않다. 발버둥이라도 쳐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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