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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용 Feb 08. 2021

Day 21, '감사한' 다섯가지

숨고르기 연습, 서른여섯의 마지막 기록.

‘내 삶은 왜 이렇지?’ 불평하다가도
문득 그래도 이 정도면
참 감사할 만한 일들이 많다는 생각도 들어요
당신의 삶에서
감사한 일 다섯 가지를 생각해보세요



 아들 이준. 어렵게 찾아온 쭌쭌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지며 새로이 인생을 사는 느낌이에요. 쭌쭌이가 커가는 모습을 보며 행복을 느끼기도 하지만, 이준이를 키우면서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저의 어렸을 적 모습, 환경을 거꾸로 유추해가면서 내 부모님의 삶을 내 일상에서 발견하기도 합니다. 이준아, 고마워.

 가족. 온전한 나를 이해해주고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굉장한 힘이 됩니다. 지금의 어려운 상황을 잘 이해해주고 일어설 수 있게 부축해주는 아내, 그리고 지금 여기에 오기까지 물질적인 것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지원을 해주셨던 부모님.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마음의 빚을 가지고 있는 누님과 동생까지. 제 편이 이렇게도 많다는 생각은 부끄럽지만 지금 처음 해보게 되네요.

 아침에 시리얼을 먹을 수 있는 여유. 새벽같이 일어나는 이준이를 따라 일어나 시리얼을 먹을 수 있는 경제적, 심적 여유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 제가 인지하지 못했던 작지만 아주 큰 기쁨이네요. 부족함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은 또 다른 생산적인 일을 할 수 있게끔 하는 기본요건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생계가 불안정하면 ‘우리’ 보다는 ‘내’가 더 우선일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음악. 글을 쓰거나 편집을 할 때 항상 영감을 주는 쪽은 음악이었어요. 다른 예술가의 미술 작품이나 저명한 소설보다는 음악을 통해 ‘정서’를 마련했다고 할까요? 음악이 없었다면 지금의 제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되어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Thank you for the music!

 믿음. 성당에 나가지 않은지 오래된 불량 신자이긴 하지만 신앙의 뿌리를 간직할 수 있는 믿음이 있는 것은 감사한 일 같아요. 언제든 마음을 의지하고, 나와 주변을 돌아보는 기회가 그 믿음으로부터 시작되거든요. 제가 어머니로부터 어렸을 적에 물려받은 이 믿음을, 올해 초 이준이에게도 첫 세례로 물려줄 수 있어 기뻤던 기억도 떠오릅니다.




이 글은 2020년, 서른여섯 끝자락에 서서 지난 날을 되돌아보며 쓴 글입니다.

2020년 12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magazine 컨셉진으로부터 총 31개의 질문을 받고,

매일 서른하나의 대답을 1000자 이내로 하며 써 내려간 기록임을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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