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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용 Feb 08. 2021

Day 25, 희망사항:늙어가는 두려움 떨쳐내기

숨고르기 연습, 서른여섯의 마지막 기록.

당신이 꿈꾸는 10년 뒤 당신은 어떤 모습인가요?



 잘 상상이 되지 않네요. 10년 전 스물여섯의 제가 지금의 제 모습을 감히 상상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요. 모든 것이 불안정했던 10년 전엔 ‘뭐라도 되어 있겠지’라는 마음으로 10년 후를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때의 저는 매우 심오한 척은 했지만 사실 속은 별 볼 일 없이 고민만 달고 사는 겉멋쟁이였으니까요.

 10년 후 마흔여섯의 제가, 지금의 저를 돌아볼 때도 비슷한 느낌이지 않으려나요. 생각의 깊이나 삶의 연륜은 지금보다 배로 가진 존재일 테고, 육아도 시행착오를 다 겪은 이후일 테니 지금의 이 어리숙함 속의 부질없는 고민들도 의미가 없음을 깨달은 중년이 되어 있겠지요.

 저는 한 살 더 먹어가는 그 시간에 기대를 하는 편입니다. 적어도 작년의 나보다는 올해의 내가 더 나은 인간이겠고, 내년의 나는 어쨌건 지금보다는 진일보한 존재일 테니까요. 그런 면에서 저는 항시 류이치 사카모토 선생님을 롤모델로 삼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어서도 자신이 하는 일이 세상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선한 영향력을 끼친다는 것.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고 그것이 끊임없이 외부 세계와 교감하며 내 자리를 제 발로 찾아간다는 것은 여간해선 정말 쉽지 않은 일 같거든요. 동일본 대지진 이후 피해지역 아이들을 데리고 도호쿠 유스 오케스트라를 결성해 리드를 하고, 적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신기술을 접목해 자기 발전을 도모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10년 후에도 고민을 달고 살며 쉽게 두려워하는 존재이겠지만, 적어도 그때는 ‘선한 영향력을 가지고자 고민하는 사람’이 되어 있기를 기대합니다. 나의 늙어감이 그저 죽음을 향해 내닫는 시간이 아니라 그때의 내가 가지고 있는 재주와 능력으로 내가 설 자리를 직접 찾아갈 수 있는 사람. 늙어간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스스로 떨쳐버릴 수 있는 사람이 되어 있기를 서른여섯의 김승용은 꿈꿉니다.




이 글은 2020년, 서른여섯 끝자락에 서서 지난 날을 되돌아보며 쓴 글입니다.

2020년 12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magazine 컨셉진으로부터 총 31개의 질문을 받고,

매일 서른하나의 대답을 1000자 이내로 하며 써 내려간 기록임을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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