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혀둔 '편지들'을 모으며..
살다보면 무언가를 호소해야 할 순간들을 만난다
사랑을 표현할 때,
누군가에게 존경을 표해야 할 때,
그리고 사회 생활을 하면서 얻고자 하는 것을 얻어야만 할 때 조차도
나는 말보다 글을 택했다
생각해보면 어렸을 때 갖고 싶은 레고를 사달라고 아버지께 조를 때도
떨린 가슴을 안고 사랑을 고백할 때도
나는 편지를 썼다.
말로 했을 때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민망한 상황을
일단 피할 수 있었기 때문에 편지는 나에게 아주 좋은 무기였다
하지만 수많은 편지들을 쓰면서
내가 말에는 미처 싣지 못하는 '진짜 생각'들을 편지에 담고 있음을 깨닫게 됐다.
말 주변이 없어서 택한 궁여지책이었지만
편지에는 지나간 '나'의 흔적들이 묻어 있다
그 지나간 '나'를 보기위해
여기에 수취인이 분명하고 목적 또한 분명한 그 편지들을
하나하나 모아본다
일상의 권태 속에서
나의 이름으로 보낸 수많은 편지들 속의
'뜨거운 나'를 다시금 마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