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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abre Jul 11. 2018

필라테스 3일차 (7/9)

신과 함께 필라테스 3일차

 카디오를 했다. 미친듯이 한 동작을 반복하고 바로 다음 동작으로 넘어가 또 반복하며 몸을 불사지르는 운동이다. 박스같은걸 바닥에 내려놓고 그 위를 오르내리기도 하고 한쪽 다리만 가슴높이까지 올렸다내렸다하기도 한다. 두번째 동작부터였나 내 허벅지가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동시에 얼굴은 토마토마냥 빨개지고 온 몸에서 땀이 비오듯 줄줄 흘렀다. 선생님은 마치 열(10)에서 끝낼것처럼 구령하시더니 ‘그대로 5개 더~’를 두 번이나 반복하셨다. 끝나가는 줄 알고 최대치의 근력을 사용했는데 그 이상으로 더 버티려니 허벅지와 종아리 근육이 활활 타올랐다.

 웹툰 신과함께 저승편에는 한빙지옥으로 가는길에 잘려버린 주인공의 손발 위에 뼈살이꽃과 살살이꽃을 올려 다시 자라나게 하는 에피소드가 나온다. 카디오 동작을 하는 내내 그 뼈살이꽃과 살살이꽃이 어찌나 생각나던지.. 저승에서 근육살이꽃도 만들어서 이승에 팔면 전국의 필라테스 회원들이 너도나도 사려고 달려들텐데.. 아무튼 화탕지옥 체험은 얼추 한것 같다.

 덕분에 선생님과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눈 날이었다. 나는 병원에서 치료받을때도 아프다는 말을 못해서 그냥 참을 정도로 초면에 낯가림이 심한데 어제 수업에서는 나도 모르게 괴성을 지르며 ‘선생님!! 저 허벅지가 너무 뜨거워요!!!’라고 외쳤고 그 순간 선생님과 나 사이에 뭔가 트인 느낌이 들었다. 그 이후로 선생님이 불편한데는 없었냐 물으면 통증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었다. 선생님도 거기에 맞춰서 더 신경써주시는 것 같았다. 물론 허벅지가 아팠던 동작은 허리통증과는 거의 관계가 없었지만 그 다음 등허리쪽 운동을 할 때에도 선생님은 수시로 내 통증을 체크해주셨다. 내 몸 상태에 맞게 동작을 조금 변형하거나 동작횟수를 줄이는 식으로 대화는 수업내내 이어졌다. 중간중간 아픈 부위를 꾹꾹 눌러 마사지도 해주셨다. 물론 우리 선생님이 천사같은 분이셔서 잘 케어해주시는거지만 역시 돈이 최고 아니겠습니까? 수업 한번에 이렇게 비싼 이유가 다 있더이다.. 낯가림도 고쳐주고 근육도 맞춤으로 키워주는 1:1 필라테스 최고!!


 +) 3일차 수업이 하루 지난 지금 놀랍게도 허벅지에 통증이 없다. 허벅지가 불타오르던 때 선생님한테 ‘저 내일 못 걸으면 어떡하죠’ 했는데 선생님이 나는 남들보다 근육이 발달되어 있어서 통증이 있어도 근육통은 덜 할거라더니 사실이었다. 근육살이꽃은 내 몸에 있는거였어.. 대신 땀샘이 5분대기조로 오픈돼서 좀만 덥거나 움직여도 얘들이 내가 운동하는 줄 알고 나댄다. 이것만 좀 완화되면 더할 나위 없이 즐거운 필라테스 라이프가 될 것 같다.

 

* 왼쪽으로 약간 기울이고 오른쪽 갈비뼈랑 골반 사이 늘리면서 스트레칭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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