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과 불쾌를 가르는 브랜드 일관성
‘쉰내 나는 인스타그램’, ‘영포티의 기획’.
해학의 민족은 카카오톡 업데이트를 육두문자 없이 표현하기에 미션이 생긴 듯합니다. 직접 만든 이들이 듣는다면 멸칭도 이런 멸칭이 없을 것 같습니다. 어찌 보면 고작 어플 UX가 바뀐 것뿐인데, 왜 사용자의 감정을 이토록 건드릴까요.
사실 사용자는 언제나 새로운 UX를 싫어합니다. UX 심리학에서는 변화혐오(change aversion)란 단어로 이를 정의하며 공급자를 안심시킵니다. '익숙한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 배울 때 생기는 인지피로로 사용자는 짜증이 나기 마련이다 , 네 잘못 아니다' 하고요.
"새로운 사용자 인터페이스 디자인을 출시할 때마다, 불만이 나올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새로운 디자인이 기존 디자인보다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단지 그것이 ‘새로운 것’이기 때문이며, 사용자들은 익숙한 방식이 바뀌는 것을 배우는 걸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
-nngroup.com, 세계최고의 ux컨설팅 기업 닐슨노먼그룹
이처럼 사람들의 반응이 낯섦에 대한 거부감으로 해석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면도 살펴봐야겠습니다. "어렵다"며 불편감을 호소하기보다 "최악이다" 쪽의 불쾌함에 가까워 보입니다.
"제품은 공장에서 만들어지지만 브랜드는 마음에서 만들어진다" - 월터 랜더
“Products are made in factories, but brands are created in the mind.”
— Walter Landor, the founder of Landor & Fitch
2010년 고릿적 이야기입니다만,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의 첫 등장 이미지는 쿨한 다윗에 가까웠습니다. 대형 통신사에 부조리한 요금제에 맞서 사용자 편의에 집중한 착한 스타트업. 카카오톡이 기술로 사용자를 80byte에 30원짜리 문자에서 해방시켜 준 대신 사용자는 다윗을 견제하는 통신사 골리앗에 함께 맞서 싸웠습니다. 카카오톡도 그것을 십분 활용했습니다.
"... 통신사들로부터 공격을 받으면 사용자들이 나서서 방어를 해주었다. '착한 기업을 왜 괴롭히는 거야'라는 심리적인 지지자에서부터 통신사 홈페이지에 댓글을 달면서 적극적으로 항의하는... 사용자 모두가 보호막을 만들어주었다." -「관점을 디자인하라」 박용후, 전 카카오 홍보이사
'국민'배우가 연기만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듯 '국민'메신저는 이처럼 전 국민의 지지 속에서 자라났습니다. 실제로 시장에 카카오톡과 비슷한 기능을 제공하는 제품은 있었지만, 카카오톡만큼 정서적 신뢰를 쌓은 브랜드는 없었죠.
하지만 이번 변화는 사용자의 기억을 배신합니다. 가상일지언정 카카오톡은 나만의 공간으로 인식되었었는데 - 늘어난 광고면적, 뜬금없이 보게 된 거래처 영업부장님의 자녀사진, 체류시간 늘리기에 급급한 숏폼 탭은 분명 같은 편이었던 브랜드가 나를 타깃 소비자로 명명하는 기분입니다.
물론 브랜드 철학 이전에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매출이 중요하고, 성장이 둔화된 시점 기업의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시도가 카카오톡이 켜켜이 쌓아온 브랜드 자산과 상반된다면 그 간극은 사용자에게 숨기기는 어렵습니다.
모바일 시대 혁신의 주인공이자 한 국가를 대표하는 메신저 서비스가 제시하는 새로운 디지털 생태계는 전 국민의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의 일상을 뒤바꿀 힘이 있으니까요.
그리고 2025년 현재 카카오톡의 브랜드 페이지를 보면 카카오의 사업과 서비스는 여전히 '사용자'를 중심에 두고 있습니다. 이번 기획도, 시작은 진심으로 사용자의 문제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했을 것입니다. 다만 전달 속도가 느릴지도요.
"사람들은 상품이나 서비스를 사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관계, 이야기, 그리고 마법을 산다." - 세스 고딘
“People do not buy goods and services. They buy relations, stories, and magic.” – Seth Godin
출처
https://www.nngroup.com/topic/user-centered-desig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