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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명 Sep 06. 2019

첫 도서를 출간하다.    

<영상예술의 이해> 출간

꿈꾸는 것과 실행 사이 



언젠가 한 번쯤 책을 내고 싶었다. 어떤 책을 낼 것인지는 구체적으로 구상해 놓지는 않았지만 내 분야에서 나름의 전문적인 활동을 하고 나면 책 한 권쯤은 쉽사리 내어 놓지 않을까? 하고 막연하게 생각해 왔던 것 같다. 그렇지만 나의 삶과 내 분야에서의 활동은 책과는 거리감이 있는 쪽으로 이끌려 갔던 것 같다. 주로 작품을 제작하여 전시를 하거나 혹은 전시를 기획하는 데에 코디를 해야 하는 그간의 활동이, 글을 직접 다루기보다는 작품을 제작하거나 진행을 해야 하는 일에 더 집중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한 권의 책을 만들어 놓고 다시 돌이켜 보니 역시 첫 작품은 참으로 쉽지 않다는 것, 또한 자신의 분야와 차이가 있는 프로세스에 적응한다는 것이 결코 만만한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결국 책을 만들어 본 것은 내가 그래도 가장 좋아했던 일, 가장 지속적으로 해 왔던 일이 다름 아닌 '글쓰기'였기 때문이었다. 


브런치라는 플랫폼을 접하고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 2년 여가 지난 것 같다. 내가 영상에 관해 주로 작업을 하고 강의를 하고는 있지만, 또 이 직종의 특성상 항상 글로 작가들의 작품이나 수업 내용을 정리 해 두어야 한다. 그래서 이왕이면 브런치에 조금 형식을 갖추어서 연재를 하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시작한 브런치 매거진이 <영상예술의 이해>라는 다소 거창한 제목의 글 묶음이었다. 매거진에 노출되는 동안 브런치 에디터들이 적극적으로 매인에 소개해 준 덕택에 많은 독자들이 글을 읽어 주었다. 사실 약간은 전공분야나 기술적인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일반일들이 쉽게 대중적으로 선택할만한 글은 아니었지만 의외로 브런치에서 자주 소개를 해 주었기 때문에 나는 본격적으로 브런치에 글을 연재할 수 있었다. (온라인 상의 브런치 글쓰기 기능의 편리함도 한몫했다.)


어느 정도 글이 묶이고 나서 브런치에서 추천 매거진으로도 소개가 되고 나니 자연스레 출판을 해 보면 어떨까 하는 마음이 생겨났다. 사실 브런치 북으로 완성한 글 묶음이 두 가지였다. (하나는 작품에세이인 '마음에 비치는 그림'이다.) 그러나 일단 '영상예술'이라는 테마가 당장 실용적으로도 강의 시에도 사용성이 넓을 것 같아 우선 도서로 만들어 보자고 생각하게 되었다. 생각해 보면 살다보니 책이 저절로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었다! 세상의 모든 일들이 그렇듯이 꿈이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긴 과정의 첫 실행이 필요했다. 아무리 오랜시간 꿈을 꾸어 왔지만 내가 직접 배우며 실행하지 않으면 기회는 저절로 오는 것만은 아니었다.  




책을 만드는 몇가지 방법들 


아무리 자료를 뒤져 보고 고민을 해 봐도, 가장 현실적으로 접근이 빠른 방식은 Pod라고 하는 주문형 출판이었다. 정식 출판은 기획출판, 반기획출판, 자비출판이 있는데, 생각보다 자비출판으로 발행되는 도서도 상당수 있었다. 이 방식이 가장 간단하고 편리한 방식의 출판이긴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제작비가 많이 든다. 출판사에서 검토 후 모든 것을 직접 제작, 출판, 판매하는 기획출판의 경우는 출판사의 상업성과 희소성, 트랜디에 관한 판단이 우선이므로 이 부분에서 작가와 코드가 잘 맞아떨어져야 한다. 그러니 접근 과정이 쉽지는 않다. (물론 유명강사나 이미 이름난 작가분은 제외)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사회적 명망이나 네트워크를 쌓아둘걸 그랬다. 또한 직접 1인독립출판을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었다. 일단 나 역시 출판사 등록을 해 두긴 했다.   


Pod의 경우 직접 편집하고 내용을 작가의 의도대로 모두 살리는 점, 또한 초기 인쇄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점이 장점이었다. 우선은 브런치에서 협력사로 추천하고 있는 부크크를 통해 어느 정도 출판 방식을 알아보았다. 부크크는 한글이나 워드로 기본 포맷을 제공하고 이를 다운로드하여서 형식에 맞게 편집해 주면 부크크 쪽에서 PDF로 최종 학인 파일을 보내줘서 문제가 없으면 바로 인쇄 주문을 할 수 있다. 자간이나 글의 여백 등도 지정되어 있어 도서를 처음 편집하는 사람에겐 편리하다고 할 수 있다. 그 전에 도서 신청 시에 ISBN(도서번호)이 발행되고 부크크에서 책표지에 알맞게 넣어준다. 오프라인에서 유통은 되지 않지만 예스 24, 알라딘에 온라인 유통이 되기에 필요한 사람은 얼마든지 주문이 가능하고 온라인 홍보에도 큰 무리가 없다. 이것이 간단한 절차 같지만 처음 해보면 모든 것을 하나씩 배워가면서 진행해야 하기에 결코 간단하지만은 않았다. 나의 경우 원고 정리와 표지그림까지 직접 도안해서 거의 한 달 이상이 소요된 것 같다. 


내지와 표지 등 나름의 우여곡절을 거쳐 출간 후에도 부크크에서 세번째 수정 업로드를 한 뒤에 마무리 되었다. 



나름의 우여곡절


한글로 정리하고 편집한 후 확인한 책을 주문하니 약 일주일 정도 이후에 책이 도착했다. 참 오래 걸린 첫 작품이다. 막상 받고 나니 첫 책이라는 감동보다는 틀린 글자, 오류나 아쉬움만 더 눈에 띄었다. 나의 경우는 참 우여곡절이 많았다. 처음 인쇄된 책을 받고 나니 아무래도 편집에 좀 더 욕심이 생겼다. Pod 출판의 단점은 바로 한정된 사이즈와 정해진 원고 포맷에 맞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 인디자인indesign 으로 다시 편집을 시도했다. 이때 인디자인으로 다시 편집에 돌입해서 약 한 달을 툴을 배워나가면서 재편집을 했다. (아, 인디자인은 만만하지가 않다. 그러나 일단 한번 어느정도 익히고 나면 정말 편집 레이아웃을 위한 가장 완벽한 툴이 되어준다.) 나의 경우 그래도 기존의 그래픽 툴을 어느 정도 다루어서 나름 속독으로 배워나갔지만, 그렇지 않은 작가들이 재빨리 익숙해 지기는 쉽진 않을 것 같다. 


인디자인을 통해서 도서 편집의 기본적인 부분은 조금 알 수 있었다. (나의 경우 제일 애매한 부분이 한글 자간 같은 것들이었는 데, 한글의 경우 자간은 -20 이상으로 좁게 붙인다는 것을 뒤늦게 발견했다.) 그래서 한번 더 재편집을 꼼꼼하게 하고 나서야 내 눈에 누가 봐도 책으로서의 완성도를 갖추게 된 것처럼 보였다. 두 번째 편집된 책을 받고 나서 표지라든가 자간이라든가 주위에 나름 내놓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분분해서, 세 번째 편집에서야 이제는 내 손을 떠났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책을 받아 들게 되었다. (표지 역시 몇번의 변경을 걸쳐) 수 개월에 걸친 이 과정이 두세 번의 재편집을 거쳐 이제는 완성된 책으로 내 손 안으로 들어왔다. 이제야 좀 독자들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책의 외양을 지니게 된 것 같아 마음이 놓인다. 


만들어 놓고 보니 간단한 책 한 권이 나의 시행착오와 더불어 제대로 모습을 갖추고 세상에 탄생하게 되었다. 비록 주문형 출판이라는 색다른 방식의 판매형태이긴 하지만, 이 세상에서 유일한 나의 책이다. 글의 내용과 표지 디자인, 글자 하나하나가 나의 손길을 통해 만들어졌기에 뿌듯하고 애착이 간다. 그렇지만 이 책이 세상에서 보여질 때를 생각하면 또한 부끄럽고 한없이 부족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나의 강박증 때문인지 pod 라는 출판 방식에서는 최선의 수정을 거쳐, 마지막으로 결정된 표지와 내지. 다음엔 기획출판으로 좀 편하게 ^^ 내어 보고 싶다. 



나의 책은 누구를 만날까?   


영상예술에 관한 책이 많은 사람들에게 보편적인 관심을 가지고 읽힐만한 내용은 아닐지 모른다. 우선은 내가 진행하는 수업과 강의에서 보충설명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소개가 될 것이고, 그 다음은 이 분야에 대해 관심이 있는 일반 독자들에게 소개되었으면 한다. 아주 기술적인 부분만 있는 것도 아니고 비평적인 미학을 심오하게 파고든 책은 아니다. 최근 편집과 스토리텔링에 관한 부분은 분야를 막론하고 모두에게 어느 정도 필요한 부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교양과 상식의 부분에서도 영상 미학이 모두에게 필요한 요약의 힘으로서 관찰의 태도를 길러줄 수가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나만의 관점과 미적인 접근이 담겨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막간의 광고성 멘트.)  


어쨌든 생애 첫 책은 이렇게 탄생했고, 세상에 나왔다. 언젠가 막연하게 생각했던 나의 책이 이러저러한 과정을 통해 나오게 되었다. 아마 브런치라는 편리한 글쓰기 플랫폼이 없었다면 그때그때 글들을 제대로 모을 생각을 못했을 것이고 간단하게나마 이렇게 책이라는 현실 속에서 글자를 마주할 일이 없었을 것이다. 두세번의 수정을 거치는 동안 처음 완벽하지 않은 버전을 사신 분들께는 참 미안한 생각이 든다. 다시 수정본을 드리고 싶은 심정이다. 일인다역의 고충과 시간 투자가 있긴 했지만 올 상반기에 나는 나름 멋진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이제 첫 단주를 끼웠으니 이미 정리된 글들의 다음 출간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할까 하는 고민이 적지 않다. 1인출판으로 직접 제작 출판을 진행해 볼까 하는 생각도 들기도 한다.  


그 시행착오와 끈질긴 배움의 시간이 가능했던 것은 그래도 내가 항상 책을 좋아했던 사람이라는 것, 어찌 되었든 간에 종이에 인쇄된 잉크와 글자가 주는 은은한 울림들에서 항상 위안을 얻곤 했다는 것이 언젠가 막연한 꿈이 현실이 된 주요한 동기 중의 하나 였을 것이다. 다음 책은 좀 더 깔끔하고 부드러운 과정, 더불어 또 다른 시도들이 즐거운 고민들을 안겨다 주길 바랄 뿐이다. 이 책이 누구를 만나게 될까? 또한 어떤 반응을 얻게 될까? 참 궁금할 따름이다. 다만 약간의 시도로 이루어진 첫 발간 덕택에 나의 어느 부분을 좀 더 명징하게 만나게 되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PS 

아 참 ! 책은 일단 출간되고 나서도 끝없이 고칠 곳이 나오는 신비한 마법의 물건이라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부크크 http://www.bookk.co.kr/book/view/60320 


예스24 http://www.yes24.com/Product/Goods/74792645?scode=032&OzSrank=1


알라딘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95149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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