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시대의 온라인 전시회 영상 제작기
흔히 그렇듯 이번 프로젝트 역시 어김없이 다소 적은 예산, 촉박한 시일, 주최 측의 전문 인력이 부재한 상황에서 출발했다. 그러니까 2020년 한 학기 동안 진행되던 부산시내 학교와 학생교육문화회관에서 함께 진행해 오던 <사제동행 아트 전시회>가 코로나의 영향으로 시급히 온라인 오프닝으로 전환되면서 <아트앤소울 스튜디오>로 급하게 연락이 온 것이다. 사실은 나에게 행사 진행에 관해 개인적 컨설팅이 온 것이라고 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내가 대표이자 유일한 직원이므로 어쨌든 일단 담당자와 미팅을 통해, 제작 여건에 대해 함께 검토해 보기로 하고 협의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주최 측과 함께 결론적으로 도출한 제작을 위한 사전 가이드는 다음과 같았다.
4일 동안 진행되는 작품 설치 행사에 관한 전체적인 묘사가 있을 것.
참여한 40여 개 팀 모두의 작업이 영상에 담겨야 할 것. (아!!)
5분 여로 영상을 정리하되 행사의 취지와 진행들이 영상에 모두 담길 것.
온라인 오프닝 행사의 매인 영상으로 우선 사용 이후, 홍보 용상으로 다목적 활용이 가능할 것.
일정상 설치 일정 4일 후에 마스터 영상이 제출될 것. (미션 임파서블!)
이외에도 몇 가지 사항들이 있었지만 다소 지엽적인 것이라 생략. 이건 영상 제작이라기보다는, 행사 스탶이 되어서 함께 전체 과정을 풀어가지 않으면 표피적인 포트폴리오 밖에 되지 않을 것이 뻔했다. 제작 여건을 검토하다 결국 내가 직접 뛰어들어 함께 영상으로 행사를 담아 보기로 했다. 부산에 프로덕션 업체가 다소 있을 것으로 추측이 되지만, 추최 측에서는 내가 다름 아닌 미술작품을 제작하고 있다는 것과 이런 성격의 아트 프로그램을 아주 잘 이해하고 있다는 것에 점수를 주고 과감하게 새로운 패턴의 영상물을 만들어 보고자 한 것이 아닐까 싶다.
1인 스튜디오에 불과한 아트앤소울 에서 4일 동안 약 260명이 참여하는 행사를 주최 측이 원하는 방식으로 다 담아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 었지만, 어쨌든 4-5명의 스탶을 꾸리고 영상에 제작에 관한 사전 준비에 돌입했다. 프로덕션 시스템이라는 것이 1인 창작과는 달리 준비할 부분이 예상외로 많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떻게 행사의 외양이 아니라, 이러한 학생과 선생님, 미술 작품들이 행사의 주된 주인공으로 드러나게 할 것인가 이다. 그래서 우선 이러한 행사 성격이 드러나는 구성을 설계했다. 뻔한 기관용 행사 홍보물이 아닌, 눈길이 가는 에피소드를 담아내는 것이 주요 포인트가 되어야 한다.
영상 타이틀은 일단 가제 <지금은, 여기에, 우리가..>로 정했는데, 추최 측의 요구로 공식 타이틀만 사용했다. 다음에 써먹어야지. 러프한 구성에는 사실상 공간 구성을 위주로 설계한 부분이 많았는데, 정막 실제 촬영에 들어가서는 4일 동안의 일정과 참여 팀을 모두 담아내기가 너무 벅찬 러닝타임이라, 많은 부분을 생략할 수밖에 없었다. (다음엔 이런 식의 병렬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서 참여 인원을 100% 묘사하는 방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는 권유를 해야 할 필요성이 있을 듯하다.) 영화 촬영을 4일동안하고 4일 후에 개봉하는 격이다. 이런 조건에서 의미 있는 기승전결은 가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이후엔 세부적인 기술적인 부분, 장비와 콘티를 좀 더 다듬어 스탶들과 공유했다. 이 영상에서 드러내 고자 했던 행사 이면의 사람들, 생각들이 잘 드러나기 위해서는 참여 학생들의 인터뷰가 확실하게 필요했다. 그래서 영상의 전반적인 매인 트랙을 인터뷰를 주로 하면서 활동들이 함께 펼쳐지는 방식을 택했다. 1개의 팀으로 인터뷰와 설치 장면 촬영을 함께 해야 해서 4일 동안은 꽤 멀티플레이어적으로 진행했다.
인터뷰는 지루함을 피하기 위해 내용상 서로 유사성이 있는 키워드로 문장을 끊어서 서로 묶었다. 또한 이를 보완하는 장면들을 팀별로 배치해서 크게 인터뷰이의 언급과 중어긋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연결되도록 배치했다. 영상의 전체 파트는 따라서, 환경적 배경 - 작업의 주제 - 행사 진행과정에서의 에피소드의 3파트로 이루어지게 된다. 콘셉트 시트와 영상 구성은 다음과 같이 최종적으로 정리되었다.
마지막 크레디트 부분은 학생들이 학교에서 미리 작업했던 장면들을 제출하도록 해서 이를 모션으로 활용하여 참여자에게 기념이 되도록 이름과 학교 자막과 함께 활용했다. 참여한 학생들과 선생님들에게는 모두 추억의 영상으로 남지 않았을까 하는 바람이다. 으례히 전쟁처럼 치르게 되는 교육청 행사, 학교 프로그램이지만, 또 이것이 기억과 추억으로 남지 않게 된다면 어떤 시간에 어떤 생각으로 이 모든 작품들과 행사들을 치른 것인지 망각하기 쉬울 것 같다. 당연히 이런 행사들의 주인공은 참여자 학생들이 되어야 하는 것인데 말이다.
4일 동안 4-5명의 스탭들이 따라다니며 전쟁처럼 촬영하여, 이후 4일을 편집에 매달려 완성한 그림이다. 일단 <아트 앤 소울>이 확실히 전시라는 프로그램의 내용을 아주 잘 이해하고 있기에 가능한 작업이기도 했고, 영상에 그 학생들의 이야기를 담았다는 것에서는 아주 만족하는 영상이라고 생각한다. 그 때문에 설치와 인터뷰를 함께 촬영하는 것, 소음과 음성을 분리해서 퀄리티를 확보하는 것 등등 쉽지 않은 조건에서 작업을 진행했지만 말이다. 그래서 완성되어 온라인 오프닝에 라이브로 송출된 영상은 위와 같다.
이런저런 테크닉으로 정형화된 홍보물을 만들기 쉬울지는 몰라도, 하나의 스토리 안에 사람들의 생각과 기억을 되살리는 장면들을 볼 기회는 흔치 않다. 주관하는 기관의 철학이나 과감하게 새로운 이야기를 써내려 가고자 하는 약간의 열정만 있다면, 영상이라는 것이 단지 행사 홍보라는 요식 절차가 될 필요는 없다. 다가오는 시대에 오히려 영상은 이야기와 의미를 담아내는 주된 만남의 공간이 될 수도 있다. (이 부분에 관해서는 다음에 한번 다루어 볼 기회가 있을 것이다.)
언택트 시대로 접어들며 행사를 위한 행사, 만남을 위한 만남은 점점 더 자취를 감출 것이라고 본다. 행사 설계 단계에서 무엇을 위한 만남과 어떠한 공간적 결합이 되어야 하는지 한 번쯤 고민을 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미디어와 창의성, 즉 아날로그적인 에피소드가 좀 더 깊은 차원에서 만나야 최초에 구상했던 그 의미를 떠올려 볼 수 있을 테니깐 말이다. <아트앤소울 스튜디오> 는 이러한 접근을 공유하는 주체가 있다면 언제든 협업의 파트너가 되기를 고대해 본다.
끝으로 빡빡한 일정에 끝까지 흐트러지지 않았던 우리 소대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thanks to staff : 김현명 촬영 연출 / 김민우 편집/ 김영건 음향, 보조촬영/ 이재훈 조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