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우리는 같은 취향을 공유해.
오늘의 아침도 당연히 커피와 함께.
어제 데려 온 물범인형의 말랑이는 촉감이 귀여워서 한참을 만지고 놀았다. 다 커서 촉감놀이 따위 필요 없는데 인간은 왜 부들부들 촉감에 반하고야 마는가.
왜 언제나 귀엽고 작은 것에 마음을 빼앗기게 되는지 잘 모르겠다.
심리학 공부가 필요한 문제일까. 모르겠지만 오늘 아침을 부들부들 작은 인형에게 위안받는다.
짝꿍이 일어나지 않은 오전의 평화로운 일상.
혼자만의 시간이 너무 중요하다.
지금 충분히 많이 연습해야지.
집 근처에는 막국수 집이 하나 있는데 점심 영업만 한다고 했다.
제주에 길게 머무르게 되면서 알게 된 점이 많은데 그중 하나는 점심 영업만 하는 가게가 엄청 많다는 것.
이곳도 그런 곳이다. 막국수와 돈까스를 팔고 있는 집인데 며칠 전에 알게 되어서 벼르고 벼르다가 오늘 방문하기로 결정했다.
태풍의 영향권에 접어들고 있는 제주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다.
더 많이 내리기 전에 서둘러서 외출을 마쳐야지.
고소한 막국수가 너무 맛있었다. 포장도 불가능하고, 이런저런 옵션의 주문도 불가하지만 작은 가게를 부부가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사이드 메뉴처럼 주문한 칠리새우는 양이 너무 많아서 놀랐지만, 그래도 꼭꼭 씹어 잘 먹었다.
배부른 한 끼 잘 먹었습니다.
오늘의 일정은 두모악이다.
오늘의 짝꿍은 사진을 보고 싶다고 했다. 김영갑의 사진을 너무 사랑하고, 그의 사진을 제주에 올 때마다 감상한다고 했다.
김영갑 알아? 해서, 알지!라고 대답했더니 되려 놀라는 눈치다.
나도 사진, 전시, 미술, 디자인 좋아하는 사람이거든.
김영갑 갤러리는 나도 제주에 올 때마다 가끔 찾는 곳이기도 했다. 그가 담아둔 제주의 모습들은 너무 아련하게 예쁘다.
오늘의 우리는 같은 취향을 공유한다.
천천히 영상을 보고 사진을 보고 비가 내리는 두모악의 풍경을 감상했다.
비가 오는 날의 전시장은 너무 좋다. 진한 공간 냄새가 보통과는 다르다. 축축한 감성으로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어서 추천하고 싶은 날씨다.
날씨는 매우 중요한 포인트!
내가 욕심내는 김영갑의 사진 도록과 그가 욕심내는 김영갑의 에세이를 사서 나왔다.
그가 그리던 제주의 모습은 이제 거의 남아있지 않지만 사진으로 남겨진 제주의 모습들을 감상할 수 있어서 너무 다행이에요.
괜히 출출한 기분이 들어서 에그 타르트 집으로 향했다.
마을의 깊숙한 곳에 위치하고 있는 카페는 그 마을과 동떨어진 이상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지만, 그런 낯섦이 되려 색달랐다.
인기가 많은 곳이라고 들었는데, 태풍 영향권에 접어든 탓인지 사람이 없어서 더 좋았던 것은 아닐까.
비가 점점 더 내리고 있는데 제주의 태풍은 괜찮을까요.
걱정이 되지만, 지금 커피와 에그타르트는 너무 맛있군요!
집으로 돌아와서는 화분에 물을 주고, (결혼식 플랜트 웨딩 후에 남은 것들인데, 최대한 살려서 가져가려고 해 보는 중입니다만…) 막걸리 뚜껑을 땄다.
(녹색 뚜껑의 제주 막걸리는 농협 하나로 마트에 있습니다!)
남원 농협이 참새 방앗간인 우리는, 그곳에서 뭐든 일단 집어 들어서 사고 보는 편이다.
오늘은 가려고 했던 두루치기 집이 문을 닫아서 농협에서 흑돼지 두루치기를 집어 왔는데, 정말 존맛탱이다.
제주의 농협은 정말 사랑이군요.
간장 베이스의 두루치기였는데 양념보다 훨씬 맛있습니다. (양념은 추후에 먹어봄)
밤마다 술을 먹고 바닥에서 뻗어서 잔다.
생각해보니 서울에서의 우리도 피곤해서 늘 정신 잃어 자는 편이었는데, 우리의 모습은 이대로 변하지 않을 것인지…
고민스러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