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하는 무의식을 끌어모아
아침에 일어나서 45분간은 그무엇에도 방해받지 않는 깨끗한 생각들이 뇌에서 나오는 시간이라고, 그랬다. 그 시간에 매일 일기를 쓰면 삶이 바뀐다고. 지금의 나는 삶을 바꿔야 할 필요는 못느끼겠지만 재밌겠다고 생각했기에, 그리고 폭염으로 나락간 컨디션 관리를 위해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루틴을 가지고 있기에 한번 해볼만하다고 생각했다.
8월 13일 토요일. 첫 번째 모닝 페이지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장면들이 내 머릿속에서 재생된다. 나는 어딘지 모를 시장에 있고, 규모가 꽤 크다.
아주 옛날의 물건들이지만, 간혹가다 내 취향의 핑크색이며, 캐릭터가 그려진 무언가도 있다. 옆에 있는 사람은 내가 그걸 좋아할 줄 아는지 사라고 부추긴다. ... 그리고 나는 이런 시장의 떼먼지 묻은 제품들은 솔직히말해서, 싫은걸.
(생략)
나는 왜이리 예민한 사람일까. 어제는 정말 행복했다.
주인공이 된 기분. 생일 때보다 더 그랬다. '이상한 관습이야' 하면서 역으로 나에게... 선물하려는 그대들이 사실은 선물이다.
내 인생에서 만난 선물같은 사람들.
커피 대신 고디바를 먹었고, 정말 맛있었다.
그러나... 카페인을 섭취하지 않은 내 몸은 또다시 고장나게 되는데...
춥고, 목과 머리가 연결되어 쿵쿵거리고, 감기가 올 것처럼 코가 막힐 듯했다.
고작 매일 먹는 시간에 카페인 하나 들이키지 않았다고.
난 왜이리 예민한 사람일까? 야식 한번 먹었다고 다음날 반차를 써야할 정도로 속이 망가지고, 자기 전 물을 마시면 다음날 눈이 수분충전되어 부어있고. 매일 하던 마사지를 3일정도 하지 않으면 누가 봐도 얼굴이 좀 안 좋아보이고. 이런 내가 힘이 든다. 나는 유대인처럼 살아야하나 진정? 초단위의 약속들을 지키면서, 아침엔 기도하고, 또 수행하고, 여러 의식들을 챙기면서...
아! <unorthodox>를 원서로 읽겠단 목표가 있었는데 왜 잊고 살았지. 모닝페이지 다 쓰고 인터넷 찾아봐야겠다.
책이 읽고 싶지 않아. 내가 사랑해 마지않던 활자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아. 대신 요즘은 이미지가 재밌다. 그 다음은 음악이려나. 진정으로 음악을 느끼는 이들이 부럽다. 날 다른 세계로 데려다놓는 음악의 힘, 그걸 나도 진정으로 체감하는 날이 올까. 오히려 초등학생 때의 나는 취향이 편협하긴 해도 이러한 음악의 기능을 십분 누렸는데 지금은 왜 안되는지. '초딩솔의 플리' 내가 만든 내 플레이리스트 중 하나다. 여기서 shuffle 하면 나는 초등학교 5학년 때의 나로 shuffle 된다.
어릴 때의 나는 왜 크면 다 잊혀질 거라고 생각한 걸까? 잊혀지지 않는다. 나의 방, 내 방 창문, 피아노(흰 색), 책상(지금 쓰고 있는). 커튼의 모양까진 기억나지 않지만 침대시트가 무엇이었는진 기억이 나.
그리고 내가 듣던 팝송. 이 모든게 생생한데, 시간이 지나도 까먹지 않는 게 있다는 걸 알기엔 12라는 나이가 너무 작았나 보다.
행복하다 요즘. 좋은 사람들과 함께여서, 감사하다.
내가 상처주는 사람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나는 그들 앞에서 많이 자유롭고 나를 표현하기 때문에, 나의 어떤 특질이 그들을 다치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물론 내가 변할 생각은 없지만, 표현 방식의 문제다.
세 페이지를 거의 채워간다. 느낀 건 이거 정말 도움이 되는데? 일상 속에서 하기 힘든 생각들을, 항상 내가 굶주려 찾았던 영감과 생각들을 다 쓰게 되잖아? 라는 것이었고. 노트는 역시나 훌륭하지만 새 펜을 사야겠다는 다짐이다. 괜찮은 펜이 많았던 것 같은데... 막상 사려고 하니 생각이 나질 않아.
OTT, 책, 문자(톡), 인스타, 뉴스서비스 뭐 하나 없는 진공 상태로 부유하는 나의 생각들을 적어본다.
신성하다. 항상 일찍이 잠을 푹 자고, 좋은 컨디션으로 일어나 모닝페이지로 하루를 시작하자.
-2022년 8월 첫번째 모닝페이지
p.s. 숙면을 위한 향초를 선물 준 사람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