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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이치 사카모토: 오퍼스> 리뷰

거장의 마지막 콘서트

음악가의 이름은 몰라도 'Merry Christas Mr. Lawerence', 'The Last Emperor' 등의 음악은 접해봤을 것이다. 故 사카모토 류이치. 일본 출생의 류이치는 3인조 음악 그룹 'YMO(Yellow Magic Orchestra)'의 멤버이자 영화 음악의 거장이다. <전장의 크리스마스>의 테마곡 'Merry Christas Mr. Lawerence'를 작곡하며 전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그는, 이후 <마지막 황제>, <마지막 사랑>,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분노> 등의 OST를 담당했다. 우리나라와의 인연도 있다. 2017년 개봉작 <남한산성>의 음악을 만들었다. 최근 개봉해 호평을 받고 있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괴물> OST가 그의 유작이다.


12월 27일 개봉하는 <류이치 사카모토: 오퍼스>는 류이치 사카모토의 연주 실황을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다. 고인의 마지막 콘서트로 볼 수 있다. 영화는 온전히 류이치만 조명한다. 피아노 앞에 앉은 야윈 등으로 시작해, 피아노를 연주하는 손을 포함한 몸짓, 표정, 숨소리까지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고 섬세하게 담아낸다. 한 장소, 미니멀한 세팅 위에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발산하는 류이치라는 주인공만 등장할 뿐이다. 영화는 2022년 9월 8일부터 9월 15일까지 8일 간 하루 3곡 정도를 2~3번의 테이크를 거쳐 완성되었다.



<류이치 사카모토: 오퍼스>에서 들을 수 있는 20곡의 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1.     Lack of love

2.     BB

3.     Andata

4.     Solitude

5.     For Johann

6.     Aubade 2020

7.     Ichimei - small happiness

8.     Mizu no naka no bagatelle

9.     Bibo no aozora

10.  Aqua (*note: the sequence with “piano tuning break”)

11.  Tong poo

12.  The wuthering heights

13.  20220302 - Sarabande

14.  The sheltering sky

15.  20180219 (w/prepared piano)

16.  The last emperor

17.  Trioon

18.  Happy end

19.  Merry Christmas Mr. Lawrence

20.  Opus - ending


세상을 떠나기 전, 전세계 팬들을 위해 직접 큐레이팅을 한 세트 리스트로, 그가 직접 참여한 영화 음악들과 마지막 정규 앨범인 [12]의 수록곡까지 만나볼 수 있다. <괴물>의 OST인 'Aqua'의 연주를 보고 들을 수 있는 것도 반갑다. 세상을 떠나기 전 수년 간 건강상의 문제로 라이브 공연을 하지 못했기에, 팬들에겐 <류이치 사카모토: 오퍼스>가 더 의미 있게 느껴질 것이다.나는 류이치 사카모토의 열혈팬이다. 영화보다 더 유명해진 <전장의 크리스마스> 테마곡 'Merry Christmas Mr. Lawrence'로 팬이 된 후 그의 음악을 줄곧 찾아 들었다. 류이치의 음악엔 고요함과 우울한 정서가 서려 있는데, 이 무드 때문에 늦은 시각 낮은 볼륨으로 틀어 놓고 잠들곤 했다. <마지막 황제>의 'Last Emperor'와 'Rain'은 많은 이들의 '인생곡'이기도 하다. 나 역시 좋아하는 곡!


그의 팬인 나는 2018년 개봉한 <류이치 사카모토: 코다>와 <류이치 사카모토: 에이싱크>를 극장에서 관람했었다. <류이치 사카모토: 코다>를 통해 암 선고를 받은 상황을 포함한 삶과 활동을 엿볼 수 있었고 <류이치 사카모토: 에이싱크> 속 그의 무대에 압도당한 경험이 있다. 특히 'Andata'가 취향 저격이었는데 이번 작품에서 다시 접하게 되어 감격했다.



<류이치 사카모토: 오퍼스>는 앞선 두 작품 이상의 풍부한 감정선을 선사한다. 더 이상 류이치의 모습을 볼 수도, 신곡을 접할 수도 없다는 사실로 인한 슬픔, 힘겨운 몸을 이끌고 곡을 연주해내려는 노고에 대한 감격,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악을 사랑하는 게 고스란히 반영된 표정을 보는 기쁨. 이 모든 감정이 섞여 보는 동안 묘한 기분에 휩싸였다. 



영화 속 류이치는 스스로에 엄격한 모습을 감추지 않는다. 뭔가 잘못됐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피아노 건반에서 손을 떼거나 같은 구간을 반복 연주하는 장면, "다시 합시다"는 단호한 말들은 그가 어떻게 거장의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었는지를 확인시켜준다. 음악을 대하는 자세, 더 좋은 연주를 향한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


음악을 감상하고자 눈을 지그시 감으려다가도 류이치의 연주 모습을 보고 싶어 의식적으로 눈을 뜨게 되는 기이한 경험을 하게 만드는 영화. 온 몸의 신경을 곤두세워 류이치의 모습을 열심히, 열심히 봤다. 


류이치의 팬이라면 놓치지 않겠지만, 거장의 마지막 연주 모습이 궁금하다면 반드시! 사운드가 좋은 극장에서 관람하기를 권한다. 러닝타임 103분. 돌비 애트모스 개봉.



본 글은 영화사로부터 시사회 초대를 받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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