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영화 <백만엔걸 스즈코>, 회피보단 맞서기!

목표를 정하고, 계획대로 살아가도 내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 게 인생이다. 예기치 않게 꼬이고 피해를 입는 상황에 직면할 때가 있다.


영화 <백만엔걸 스즈코> 속 스즈코의 상황처럼 말이다. 순간의 잘못된 행동으로 졸지에 전과자가 되어버린 스즈코는 출소 후 100만엔을 모으면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서 살아가기로 결심한다.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린 후 '회피형 인간'이 되고 만 스즈코는 떠돌이의 삶을 선택한다.


나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데로 갈거야.


스즈코가 떠돌이의 삶을 자처한 이유는 비난 받는 게 싫고, 타인과의 관계에 질려서다. 자신을 모르는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떠나면 괜찮아질거라 판단한 것이다. 사람 때문에 고난을 겪은 스즈코는 타인과 관계맺기를 철저히 거부한다. 어차피 떠날 곳에서 인연을 맺는 게 의미 없는 일일지도. 그러나 일은 열심히 한다. 돈을 모아야 하니까. 그러면서 자신의 쓸모와 가치를 발견하는 소소한 행복을 느끼곤 한다.



자발적 외톨이를 고수하던 스즈코도 변화의 순간을 맞게 된다. 아르바이트를 하던 숍의 동료와 사랑에 빠지게 된 것. 그러면서 스즈코의 삶에도 볕이 찾아든다. 그러나 그 시간도 잠시. 오해가 쌓이면서 스즈코는 다시 한 번 '떠날 결심'을 한다(스즈코와 그의 연인 간에는 오해가 있었다. 남자친구는 스즈코가 100만엔을 모으면 떠날까봐 두려워 돈을 빌렸고, 스즈코는 그가 자신을 이용한다고 여겼다).



스즈코는 거처를 옮길 때마다 동생 타쿠야에게 편지를 부치는데, 마지막 편지가 참 인상 깊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사랑을 경험하면서, 특히 타쿠야의 행동에서 깨달음을 얻은 것이다.


"나는 내가 훨씬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거든. 하지만, 그게 아니었어. 가족도, 연인도... 오래 함께 있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말을 안 하는 것이라고 늘 생각했어. 얌전하게, 적당히 웃다 보면 문제없이 지낼 수 있을 거라고 말이야. 어느 사이엔가 아무 말도 못 하는 관계가 되는 건 불행한 일이야.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기 마련인데 그 헤어짐이 두려워 누나는 무리를 했던 것 같아. 하지만, 만나기 위한 헤어짐임을 이제 깨달았어. 좋아하는 사람과 헤어졌다고 해도 조금도 울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어. 누나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도망쳐왔지만 이번에야말로 새로운 곳에서 내 힘으로 떳떳하게 살아갈 생각이야. 타쿠야에게 용기를 얻었어. 고마워!"


타쿠야는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해왔다. 싸움을 못한다는 이유로 온갖 폭력을 당했지만 꾹꾹 참아왔던 타쿠야. 어느 날 자신을 괴롭힌 친구들을 때려 징계를 받는다. 타쿠야 역시 스즈코처럼 졸지에 가해자가 되고 만 것이다. 그런데도 타쿠야는 타인의 뒷담화에도 자신의 살 길을 찾아 떠난 스즈코를 보며 용기를 냈다고 고백한다. 티격태격, 데면데면한 듯 보였지만 스즈코와 타코야는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받았던 것.


이렇게 <백만엔걸 스즈코>는 상황과 사람들로부터 도망치기만 했던 스즈코와 타쿠야의 일상을 통해 맞서고 부딪치는 것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영화다. 물론 누구나 도피하고 싶은 순간을 경험하기 마련이지만, 마냥 피하고 마음을 숨긴다면 나아가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새로운 곳에서 떳떳하게 살아낼 거라 다짐한 스즈코. 그녀의 삶은 분명히 나아질 것이다.


힘든 상황과 어려운 상대를 피하고 외면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백만엔걸 스즈코> 시청을 추천한다. 시청 가능한 OTT는 티빙, 웨이브, 왓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