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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한국이 싫어서> 후기, '탈한국'이 답일까

공감과 씁쓸함에 사무칠 수밖에 없는...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에 취직한 20대 후반 '계나'(고아성)은 필사적으로 일을 하며 학자금 대출을 다 갚고 남자친구 '지명'(김우겸)과의 미래도 계획 중이었다. 그런데 계나에겐 '치명적인(?) 고민'이 있다. 한국이 싫다는 것!


직장 생활에선 대체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집안 사정은 가난해 더 큰 꿈을 꿀 수 없다는 생각이 계나를 사로잡고 있다. 그래서 그녀는 결심한다. 한국을 탈출하기로!


 

계나가 탈한국을 결심하고 향한 곳은 뉴질랜드다. 뉴질랜드로 떠난 후 대학원 생활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다 어딘가 이상하면서도 믿음직스러운 친구 '재인'(주종혁)을 만나고 자유롭게 연애도 하며 3년 간의 시간을 보냈다. 탈한국이 옳은 선택이라 믿었지만... 마음 한켠은 여전히 헛헛하다. 그리고 계나는 '진짜 헹복'을 찾기 위해 또 다시 여행길에 오른다.


 

<한국이 싫어서>는 꽤 직설적이다. '한국이 싫고, 한국에서는 못 살겠어서 한국을 떠난다'는 계나의 네레이션이 영화의 방향성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이어 많은 청춘들이 공감할 만한, 그리고 기성 세대가 청춘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섬세하게 그려지면서 관객들의 공감 포인트를 자극한다.

계나가 한국에서 힘들어하던 시기, 엄마와 멸치 똥을 따면서 나누던 대화 신이 인상적이다. 엄마는 참고 견디면 보상이 올 거고 결혼해서 안정적인 삶을 꾸리라고 말하지만 계나는 미래의 보상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조차 없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장면이다. 여느 가정에서 볼 수 있는 그런 모습.

또한 2030 청춘이라면 한 번쯤은 경험했을 에피소드들도 등장한다. 정해진대로, 주어진대로 일하는 계나와 그녀에게 융통성이 없다며 혼내는 직장 상사, 부유한 남자친구 가족과 식사 후 서러움에 울어버리는 계나. 이 모습들은 아주 일반적인 우리네 일상과 다르지 않다.


계나의 대학 동기 '경윤'(박승현)의 모습이 한국의 20대 청춘의 전형이다. 공무원 준비만 몇 년째인 경윤의 현실은 십여 년 전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청춘의 행태다.

이처럼 <한국이 싫어서>는 계나를 다각도로 비추며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굉장히 현실적인 영화다.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처럼.

그래서 탈조선을 택한 계나가 행복했냐고? 마냥 그렇진 않다. 뉴질랜드로 떠났지만 행복하지 못한 순간들에 직면한다. 한국만 떠나면 행복할 줄 알았던 계나의 생각이 잘못됐다는 지점도 그린다. 한국이 싫어서 떠났지만 외국에서의 삶도 녹록지 않다는 '현실'을 담담하게 그린다.

하지만 뉴질랜드에서의 계나의 삶을 한국에서의 일상과 다른 지점이 있다. 자신의 삶을 돌아보면서 계나는 자신이 한국인이는 점을 깊이 깨닫는다.

<한국이 싫어서>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영화다. 진짜 행복의 의미를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단순히 탈한국을 외치게 만드려는 의도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결국 '한국이 싫다'라는 단순한 현실에 대한 투정이 아닌, 그 너머의 의미를 생각하게 만든다.

어찌됐건 씁쓸한 마음은 떨칠 수 없는 영화. 공감과 더불어 현실을 자각하게 만들기 때문에 가슴 한 켠이 아릴 수밖에 없다. 현실적인 영화, 뭔가 공감할 만한 콘텐츠를 찾고 있다면 관람해도 좋을 성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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