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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비포 미드나잇> 리뷰

현실적인 결혼생활 보고서

<비포 미드나잇>이 9월 재개봉을 앞두고 있다. 현실적인 결혼생활을 그린 이 영화. 가을과 제법 어울린다. 연인, 배우자와 함께 손붙잡고 보면 좋을 영화로 추천한다.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비포 시리즈' 세 편은, 청년들의 만남, 성숙한 남녀로서의 재회, 지극힌 현실적인 부부가 된 남녀를 날 것 그대로 묘사한다. 우리는 제시와 셀린느의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그들의 역사와 삶의 다양한 지혜를 엿볼 수 있다.

<비포 미드나잇>은 비포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이다. <비포 선라이즈>에서 첫눈에 반했던 그들은 헤어졌고 <비포 선셋>에서 9년 만에 재회한다. 제시는 결혼한 상태이지만, 여전히 셀린느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있었다. 그리고 <비포 미드나잇>에서는 부부가 된 제시와 셀린느를 만나게 된다.

영화의 첫 장면은 제시가 공항에서 아들 헨리를 배웅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이후 제시는 셀린느가 기다리는 차에 탄다. 뒷좌석에는 쌍둥이가 잠들어 있다. 행복해보인다. 그것도 잠시! 이내 작은 말다툼이 시작된다. 제시와 셀린느가 이전부터 줄곧 해왔던 대화 그 이상의 논쟁은 <비포 미드나잇>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진다.

 

제시와 셀린느는 각자의 방식대로 제법 똑똑한 삶을 살아온 인물들이다. 이는 <비포 선셋>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비포 선라이즈>에서도 이들의 지식과 상식은 여과 없이 드러나지만, 특별함을 추구했던 그들도 결국 여느 직장인들처럼 비슷하게 취직하고 무언가에 쫓기듯 바삐 살아간다. 그야말로 너나 할 것 없는 전쟁 같은 현실 속 개인일 뿐이다.

셀린느는 하룻밤 사건으로 부엌데기가 된 자신을 한탄하고 제시는 운명적인 사랑을 지켜내고자 과거의 무게를 감당해가며 아슬아슬하게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제시와 셀린느의 그리스 휴가 속에서 별별 상황들을 다 본다.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서로를 헐뜯고, 각자가 망가져가는 둘의 모습은 무섭기까지 하다. 하지만 그 과정을 통해 기적처럼 사랑을 확인한다. 이들의 사랑은 환상적이라기보다는 현실적이다. 중년의 그들은 보다 행복한 부부가 되기 위한 방법들을 터득해나간다.



 

<비포 미드나잇>이 여느 시리즈와 다른 점은 다분히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내가 비록 이 남자와 쌍둥이를 돌보느라 사색의 시간이라고는 회사에서 똥 누는 시간밖에 없다지만, 이 남자가 바로 그토록 하룻밤을 함께하고 싶었던 사랑스러운 사람이었지!'라는 셀린느의 대사만으로도 알 수 있지 않은가? 특히, 그리스 게스트하우스 파티에서의 다양한 연령대 남녀가 펼치는 이야기는 관객들 스스로를 성찰하게 만든다.


결국 제시와 셀린느는 서로를 인정하고 다독여준다. 이들이 깨달은 것은 세상에는 완벽한 사람이 없다는 점이다. 좋은 관계를 이어 부부가 되고, 아이를 낳고 기르는 과정은 누구에게나 힘들다. 게다가 우리는 일까지 해야한다. 이 많은 역할들을 완벽히 소화해낼 수 있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아니, 불가능하다고 단언한다. 그러다보면 옆에 있는 소중한 사람에게 불만을 표하고 비난할 경우도 생기게 마련이다.

해가 뜨고 지듯이, 많은 것이 한 순간이죠.


머리로는 잘 알고 있다. 힘든 때일수록 함께여야 한다는 것을. 하지만 곧잘 잊는다. 함께인 사람의 소중함을 말이다. 완벽하지 않은 개인이라도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나간다면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사랑과 관계 역시 마찬가지다. 제시와 셀린느가 서로를 인정하고 화해한 것처럼, 상대와 갈등 중이라면 먼저 다가가 손을 내밀어보자.


아직, 사랑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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