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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커: 폴리 아 되> 리뷰

보라, 이들의 로맨스를! 껴라, 특유의 음울한 무드를!

베일에 싸여있던 <조커: 폴리 아 되>가 드디어 공개됐다. 2019년 <조커> 이후 5년 만에 돌아온 속편이다.



미치광이 악당 조커와 할리퀸의 뒤틀린 로맨스를 그렸다. 고담시에 폭동을 일으키고 무고한 시민들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아서 플렉(호아킨 피닉스)은 수용소에서 조커의 열성팬인 리 퀸젤(레이디 가가)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리 퀸젤은 자신을 '할리퀸'이라 칭하며 아서 안에 잠들어있던 조커 본능을 깨우려 한다.



심란하고 혐오스럽기까지 한 <조커: 폴리 아 되>. 덕분에 특유의 으스스한, 다크한 세계관을 한껏 느낄 수 있는 영화다. 모두가 좋아할 만한 무드나 스토리는 아니지만 음울함에 심취할 각오를 한 관객이라면 충분히 흡족해할 것이다(호불호는 갈릴 것).


조커와 할리퀸은 서로에게 광기를 불어넣으며 둘만의 망상에 빠진다. 뜻밖의 로맨스지만 강렬하고 아름답다. 레이디 가가의 음색은 고독한 남자에게 동질감을 느끼고 사랑으로 발전하는 여정에 관객들을 끌어들이고 공감하게 만든다. 호소력 있는 보이스는 아서의 불길한 심리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한 마디로 '조커 세계관으로의 초대장'을 날리는 호스트 역할을 제대로 한 것!


모두가 그를 비웃어.
그들은 그의 외로운 마음을 보지 못해.
더 이상 혼자가 아니야.



호아킨 피닉스의 몸짓은 우스꽝스럽기도 하지만 그래서인지 인간적으로 느껴진다. 박자에 맞춰 몸을 흔들고 노래를 부를 때 비비 꼬는 기괴한 몸짓이 흉악한 살해범에 묘한 연민을 느끼게 만드는 포인트로 작용한다. 호아킨 피닉스는 이번에도 미친 연기를 보여줬다. 20kg 이상을 감량한 그는 육안으로 훤히 보이는 뼈와 근육의 움직임으로 내적 고통을 세밀하게 표현했다. 트라우마로 미쳐버린 사회 부적응자로 살 것인지, 수많은 추종자를 거느린 악당으로 살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선 고독한 인간의 감정 묘사는 이루 말할 것도 없다.


<조커: 폴리 아 되>의 매력은 뮤지컬 장르로 만들어진 점이다. 춤과 음악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전편을 이은 행보다. 토드 필립스 감독은 언론 간담회를 통해 "1편에서도 아서는 외톨이지만 내면엔 낭만이 있고 머릿속에선 늘 음악이 연주되고 있었다. 2편을 만든다면 아서의 내면이 밖으로 표출되기를 바랐다"면서 뮤지컬 영화로 결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부조리한 세상을 향한 조커의 거침없는 표현은 관객에게 공포와 희열의 감정을 동시에 전했다. 코미디언 아서 플렉이 폭력과 조롱, 소외를 견디다 조커가 되는 과정을 설득력있게 그린 전편은 2019년 최고의 문제작이었다. 범죄를 정당화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있었고, 개봉 당시 미국에서는 모방범죄를 우려하는 분위기이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조커: 폴리 아 되> 속 아서 플렉은 전작보다 다소 힘이 빠진 느낌이 있다. 전작에 열광했던 팬이라면 아쉬움을 표할 수 있지만 이번 작품 속 키 포인트는 조커와 할리 퀸의 공감과 사랑이기에 이 점에 집중하는 것이 포인트다.


영화 제목 속 '폴리 아 되(Folie à Deux)'는 프랑스어로 '두 사람(à Deux)의 광기(folie)'로,  공유 정신병적 장애를 뜻한다. 가까운 사람에게 망상과 환각 등의 정신병적 증상이 나타나는 상태를 말한다. 반드시 두 사람으로 한정되어야 한다는 조건이 없다고 하는데, 영화를 통해 두 캐릭터에 매료되고 공감을 느꼈다면 우리 모두 '폴리 아 되'를 경험한 게 아닐까 싶다. 쿠키 영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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