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아이가 사람을 죽였다.당신의 선택은?
VIP 시사회를 통해 영화 <보통의 가족>을 먼저 만나봤다.
<보통의 가족>은 영화관을 벗어나도 인물들이 처한 상황과 그에 따른 감정선 등을 곱씹게 만드는 작품이다. 헤르만 코흐의 소설 《더 디너》를 원작으로 한 탄탄한 스토리, 긴장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섬세한 연출, 캐릭터들의 촘촘한 감정 묘사까지. 어느 것 하나 흠잡을 데 없는 영화다.
영화는 도심 한복판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시작한다. 사고라기보단 사건이라는 표현이 맞다. 앞차 운전자와 말다툼을 벌이던 재벌 2세가 홧김에 사고를 냈다. 상대 운전자는 즉사했고, 운전자의 어린 딸은 병원에 실려갔다. 피해자 딸의 수술을 맡은 의사는 재규(장동건), 재벌 2세의 변호를 담당한 변호사는 재규의 형 재완(설경구)이다.
졸지에 한 사건에 얽히게 된 형제. 하지만 재완과 재규의 태도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전문직에 종사하며 중산층에 속하는 둘은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다. 재완은 물질적 욕망이 크고 재규는 원리원칙을 중시 여긴다. 이를 통해 서로 다른 형제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던 어느 날 형제는 '공동의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재완의 딸과 재규의 아들이 노숙자 묻지마 폭행 사건의 가해자가 되고 만 것이다. 재완과 지수(수현), 재규와 연경(김희애) 두 부부는 사건 수습을 위해 한 자리에 모이고, 이때부터 대립각은 더 커진다. 네 명의 의견은 도무지 좁혀지지 않고 충돌하고 부딪치기를 반복한다.
형제 부부는 정기적으로 식사 자리를 갖곤 했다. 풍경 좋은 고급 레스토랑에 모여 품격 있는 모임인 듯 보였던 초반부와 달리, 사건 이후의 식사 자리는 싸움판이 따로 없다. '내 자식이 저지른 살인' 앞에 선 부모의 민낯은 어떨까.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에 '나라면 어땠을까'라는 상상과 함께 숨죽이고 지켜볼 수밖에 없는 풍경이다.
<보통의 가족>의 가장 큰 힘은 잘 짜여진 연출이 아닐까. 사건 전후의 일상을 늘어놓음으로써 자식 문제 앞에서는 원칙도, 이성도, 도덕적 신념도 잃어가는 부모의 모습을 명징하게 보여준다. 이를 통해 모순적이고 이중적인 인간의 민낯을 확인하게 된다. 허진호 감독의 연출력은 그야말로 갓벽 그 자체!
영화는 확고한 도덕적 잣대와 철학을 가진 인물들이 자식 문제 앞에선 언제 그랬냐는 듯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는 인물들을 통해 '당신이라면 이들과 달랐을까? 어떤 선택을 할것인가?'라 질문한다.
<보통의 가족>의 또 다른 매력은 다양한 사회 문제들을 꼬집어낸 점이다. 학벌 위주의 사회, 학교폭력, 생명 경시, 물질만능주의, 죄의식 결여 등을 다뤘다. 특히 엔딩이 꽤나 충격적인데, 덕분에 여운이 오랫동안 가시지 않는다.
영화의 몰입도를 끌어올린 배우들의 호연도 빼놓을 수 없는 관람 포인트! 설경구, 김희애, 장동건, 수현 네 주연 배우의 호연이 스토리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캐릭터
재완(설경구)
냉철하고 이성적인 변호사로, 아이들의 범죄현장이 담긴 CCTV를 본 후 이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재규(장동건)
자상한 소아과 의사로, 아이들의 범죄현장이 담긴 CCTV를 본 후 정의로운 자신의 신념을 지키려 노력한다.
연경(김희애)
프리랜서 번역가로 직업적 커리어와 자녀 교육, 시부모의 간병까지 모든 걸 해내는 성공한 워킹맘으로, 가족을 지키려 노력한다.
지수(수현)
동서 연경을 비롯해 가족들에게 은근한 비웃음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아이들의 범죄 사건을 가장 객관적인 시선으로 가족들을 바라보는 인물이다.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영화 한 편 보고 싶은 관객에게 추천하는 영화 <보통의 가족>. 전 세계 유수 영화제 19회 초청 및 수상 경력과 로튼 토마토 100%를 자랑하는 만큼 흥미롭게 관람했다. 이미 기대하고 있겠지만 기대 이상의 작품이라 말하고 싶다. 10월 16일 개봉.
당신의 아이가 사람을 죽였다.
당신의 선택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