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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왕산, 수성동 계곡과 숲속쉼터

'인왕산 자락길'을 자락, 자락, 걷는다

by 유리안


길은 가까이에서부터 멀리 이어지고 아스라이 보이다가 굽어지며 다가온다. 걷고 또 걷다 보면 이어지는 '인왕산 자락길' 조선 시대에는 겸재 정선과 안평대군이 즐겨 찾았다는 '수성동 계곡'으로 걷는다. 푸른 오월쯤이면 더 좋겠다, 이 무렵 수성동 계곡에 들어서면 초입부터 꽃향기가 그윽하다. 아카시아 꽃이나 때죽나무 꽃향기가 한몫하고 있는 것이다. 갈림길이 보이면 어느 쪽으로 걸어도 지금 서 있는 지점으로 길은 다 연결된다. '기린교'로 추정되는 듬직하게 생긴 돌다리 옆, 작약이 피어있는 길섶을 지나 계곡으로 들어서면 사모정 정자가 보이고 그 아래로 얕은 물이 흐른다. 과히 풍류 즐기기 좋은 장소다. 널찍한 너럭바위에 마음대로 앉아 햇볕을 적시며 숲을 바라보다가 심심할 때쯤 뒤로 돌아앉으면 인왕산 봉우리가 보란 듯이 눈앞에 우뚝 서 있다.


하루 종일 머물러도 좋지만 물과 숲을 즐기다가 인왕산 정상 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땅을 향해 아래를 보며 피는 때죽나무꽃의 낙화가 무성한 산책로를 지나 인왕산로로 올라가 아카시아꽃이 만개한 길을 지나면 길에서 만나는 선물 같은 '더숲 초소책방'이 나온다. 북한 무장공작원 김신조 사건 이후 경찰초소로 건축된 건물을 북카페로 쓰고 있다. 이층 야외 테라스로 올라가 앉으니 서울 시내 전경이 선명하게 펼쳐진다.


초소책방 길을 건너 인왕산 정상으로 가는 나무 계단으로 올라간다. 조금만 올라가 뒤돌아 보아도 서울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조금 더 더 계속 올라가면 산 중턱에 성곽길이 정면으로 보이고 여기서 세 갈래 길로 나눠지는데 오른쪽으로 가면 청운문학도서관으로 가는 길, 위로 오르면 인왕산 정상, 왼쪽 길로 가면 짜잔! 뜻하지 않은 곳에 전혀 예기치 못한 또 다른 선물 인왕산 '숲속쉼터'가 자리 잡고 있다. 병사들의 거주공간이었던 예전의 '인왕3분초'를 통유리창과 골조 등을 정비해 시민의 쉼터로 제공하고 있다. 자연 속에 들어앉은 도심 속 보물 같은 공간이다.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하게 관리되는 숲속쉼터에서 쉬다가 다시 인왕산 정상으로 오른다. 어렵지 않게 정상에 올라 범바위에 앉으니 멀리 저 아래로 '남산 타워'와 '경복궁'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오래 앉아 서울 시내를 바라보고 있자니 머릿속이 맑아진다. 자, 이제 오른 만큼 내려가야 한다. 어렵지 않은 길이지만 많은 계단을 올라왔다. 올라온 길로 되돌아간다면 계단을 반복해 내려가면 되고 성곽길을 따라 반대 방향으로 가면 계단이 더 적고 조금 수월하지만 어쩌다 급경사의 어렵지 않은 돌바위들을 거쳐 무악재 하늘다리 쪽이나 종로 체육문화센터 방향으로 내려가면 된다. 더 걷고 싶다면 버스를 타지 않고 사직공원을 지나 매번 새로운 이벤트를 기획해 행사하고 있는 광화문 광장으로 걸음을 옮겨도 좋다. 마침내, 이순신 장군이 우리를 맞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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