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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산, '무너미고개' 너머

연주대를 넘어 사당능선으로 걷고 또 걷는 바위고개길

by 유리안


경기 5악 중 하나로 서울 근교에 위치해 접근성이 좋은 해발 632m의 관악산은 출발하는 지점에 따라 등산 강도와 재미가 다르게 느껴져 즐거움이 색다른 산이다. 관악산역 앞 관악산공원을 지나 서울대학교입구에서 시작해 숲길을 조성해 놓은 코스는 가볍게 산책하기 좋고, 더 높은 강도의 등산을 원한다면 서울대입구나 서울대 내 건설환경종합연구소 앞에서 시작해 관악산 정상인 '연주대'로 오르거나, 서울대 입구에서 시작해 '삼막사'를 둘러보고 안양으로 가는 코스, 이 길은 포장도로로 내려갈 수 있어 연주대 방향보다는 수월하다.


연주대가 가까워지며 '제3깔딱고개'에서 갈라지는 왼쪽 길에 위치한 암릉 길은 굉장한 경치로 스릴은 있지만 암벽 난이도가 심하고 초입부터 접근이 쉽지 않아 마니아들이 자주 가는 코스이니 정도껏, 할 수 있는 만큼을 판단해 아찔한 심장 부여잡고 뒤돌아서 일반 등산로를 선택하는 것이 낫다. 연주대 정상을 너머 사당역으로 하산하는 길은 크고 넓은 바위들의 오르내림이 심하고 바위고개 구간이 길게 이어지는 길이다. 산길을 오가는 동안 까마귀들이 머리 위에서 자주 까악 까악 울어댄다. 까마귀들은 평상시에는 높이 날다가도 늦은 오후로 접어들어 해가 사라지거나 날이 흐려 일찍 어두워지면 더 낮게 날고 더 낮은 나무 위로 자리 잡는다. 사람의 머리 위를 거리낌 없이 가까이 날아 자칫 공포로 다가오기도 한다. 이 길고 험한 바위 고갯길을 옛사람들은 어떻게 오갔을지 놀랍다. 반대로 사당역에서 출발해 연주대를 오르는 코스는 사당능선이 2시간 30분 소요되는 코스라 차라리 하산길로 계획하는 게 덜 힘들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코스는 서울대입구에서 시작해 연주대를 오른 후 올라온 길로 다시 하산하는 코스지만, 연주대 너머 왼쪽으로 난 한고비의 아슬아슬한 큰 바위 하나만 거치면 사당역으로 넘어가는 코스가 즐기기에도 땀 내기에도 좋다. 가도 가도 끝이 없을 것만 같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는 길이 2시간여를 내려가야 하는 하산길이지만 '관악문'이라 불리는 바위문을 지나 너럭바위들이 펼쳐진 '마당바위'를 만날 수 있다. 또한 '연주암'을 지나 과천역으로 내려가는 길은 돌층계가 과천향교까지 매우 길게 이어지며 과천 풀장으로 이어진다.


관악산 인근은 호수공원 산책로를 비롯해 몇 분만 걸어도 계곡이 바로 시작돼 물놀이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호수공원 산책로를 한참 지나 산 중턱쯤에 오르면 관악산과 삼성산을 이어주는 무너미고개에 이른다. '무너미고개' 가는 길은 계곡이 많아 물에 발 담그며 쉬엄쉬엄 걷기 좋은 길로 고갯길의 호젓한 묘미를 즐길 수 있는 코스다. 더불어 징검다리를 건너는 재미도 있다. 큰 바위와 돌이 많은 관악산은 자운암 능선이나 말바위 능선, 팔봉, 육봉 능선처럼 멋있고 아찔한 암릉의 경관이 펼쳐지는 곳도 있지만 산속 깊이 숨겨진 보물 같은 숲속의 숲 '무너미고개'는 고요한 숲의 공간에서 또 다른 잔잔함을 누릴 수 있는 물의 길이다. 무너미고개에서 머물다 징검다리를 건너 서울대학교 관악수목원 길로 내려가는 코스는 한적하고 조용한 길의 마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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