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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록 Sep 14. 2022

꿈? 그런 거 없어요.

I HAVE A DREAM



모자가 무섭다고?


어린왕자가 첫 그림을 그렸을 때, 누군가 어린 왕자의 그림을 알아봐 주는 어른이 있었다면 어린왕자는 여섯 살 때 화가가 되려던 꿈을 멈추지 않았을까. 어린왕자는 그림 대신에 훨씬 쓸모 있어 보이는 비행기 조종하는 법을 배웠다.


어른들은 스스로는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고, 매번 설명해주어야 한다.

(어린왕자 中)



I HAVE A DREAM


열여섯 살 무렵 나의 싸이월드 대문에 한동안 걸려있던 문구였다. 당시 나의 짝꿍은 나에게 꿈이 뭐냐고 물어봤지만, 나는 수줍게 웃을 뿐이었다.


답을 몰랐다. 

꿈을 갖고 싶었지만 꿈을 꿀 수 없었다.

(나이가 들어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만의 착각이었음을 뒤늦게야 깨닫는다. 누구든 꿈을 꿀 수 있다!)


대부분의 가난은 꿈을 꿀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지 않는다.

학창 시절 내내 학교에 가면 급식비, 등록금, 방과후비, 우유비.. 등 매일 내야 할 고지서가 밀려 있었다. 때로는 그 미납자 목록을 성적과 함께 붙여 놓기도 했는데 그런 날이면 누구와도 대화하고 싶지 않을 만큼 신경이 날카로웠다. 또 야자가 끝나고 집에 가면 거의 매일 부모님이 싸우는 소리가 들리고, 때로는 지나쳐 피해 가려던 경찰차가 우리집에 와있었음을 뒤늦게 알아차린 날도 있었다.


싸우기만 하는 게 부부의 삶이라면 결혼을 하고 싶지 않았다.

피곤하게 사는 게 어른의 삶이라면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았다.





늘 정신적으로 피곤하고 멍 때리는 날이 많았지만, 학교에서 친구들과 빵을 사 먹고 웃고 떠드는 순간들이 참 즐거웠다. 시간은 늘 그렇듯 지나간 추억은 모두 좋은 추억만 남는다.

그렇게 나는 학창시절 동안 집과 학교만을 왔다갔다하며, 가난하지 않은 꿈을 꿀 수 있는 환경을 부러워했다. 

부러워만 하며 아무것도 꿈꾸지 않았다.


꿈 = 직업 이라는 생각에 어린왕자가 설명하기 좋은 직업을 선택한 것처럼 점점 꿈보다는 직업을 선택하는 것이 현실적이라 생각했다.



어린 시절 장래희망 칸에는 한의사, 공무원 같은 사회적으로 안정적인 직업을 적어 내고는 했는데 모두 그때쯤 엄마가 말한 직업이었던 것 같다. 한의사는 엄마가 아파서, 공무원은 안정적이라서 같은 이유였다. 꿈에 관한 이야기는 누구에게도 한 적이 없었다. 부모님은 현재 어떤 꿈을 꾸고, 무엇이 되고 싶은 지 대화하고 이야기할 여유가 없었다. 항상 부모님은 다달이 필요한 돈을 마련하기에 바빴다. 그 덕분에 늘 조금 늦게 필요한 것들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내게는 늘 늦은 타이밍이었지만, 부모님은 전속력으로 달리고 있었을 것이다.


목적 없는 도착지를 향해 20대에 세 번의 전공을 선택하며 공부했지만, 여전히 답답했다.


나는 이것을 왜 하고 있는가.

돈이 안 되는 직업은 선택권이 없음에도 나는 돈 이상의 가치를 추구한다고 생각하며 돈 버는 일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막상 가족들과 식당에서 외출 한 번도 마음 편히 못하면서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나는 꿈이 없었다. 그런 건 사치였다.

꿈보다 돈을 잘 벌 것 같은 직업을 선택하는 것이 최선이라 믿었다.


삼십대가 된 나는 여전히 가격표를 보고 선택하지만 다시 나의 꿈을 들여다볼 여유가 생겼다.


다시 찾아볼래, 

내 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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