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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유명 Sep 28. 2020

얼마 주고 사세요?

욕구는 영원히 충족될 수 없다. 그래서 오늘 치킨을 먹는데 돈을 써도 또 다음 주에 먹게 되어 있고,

또 그다음 주에도 먹게 되어있다. 술을 마셔도 마셔도 어느 순간 또 먹게 되는 이유는 아무리 마셔도 충분치 않게끔 몸이 설계되어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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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 시간은 한정적인데 욕구는 무한하다. 

본질적으로 이 지점에서부터 크게 잘못됐음을 인지할 수 있어야만 한다.


어떠한 소비도 당신을 충족시킬 수 없다. 그게 식욕이든 수면욕이든 성욕이든 그 무엇이 됐든 간에.

욕구는 아주 짧은 주기로 무한히 솟구쳐 올라 당신을 괴롭힌다. 

반면에 만족감은 짧게 치고 올라가 아주 빠르게 하강한다. 굉장히 비효율적인 루틴으로 돌아감에도 이 과정이 반복되는 것에 반감을 갖지 않다 보면 스스로도 알 수 없는 상태로 빠져든다.


행복하기 위해 돈을 버는데 돈을 버는 과정이 불행해진다. 행복하기 위해 불행해짐을 스스로 선택하는 거다. 

노동의 목적이 단순 소비에만 있다면 돈을 버는 주체가 회장님이어도 마찬가지다.

이보다 황당한 로직이 따로 있을까 싶다. 그런데 상당수가 이렇게 산다.  


애초에 원하는 결과물을 산출하기 위한 투입물의 절대가치를 생각하지 않아서다. 잘 생각해보면 당신의 투입물은 얻기 위한 결과물보다 몇 배나 더 비싸다. 

비싼 술집에 가서 백만 원어치 술을 먹는데 걸리는 시간은 채 몇 시간이 안되지만, 그 돈을 버는데 드는 시간은 몇십 배가 든다.

훨씬 더 비싼 값을 치르고 소비가 이루어짐에도 그것이 당연하게 생각되는 순간부터 삶은 끊임없이 소모되기 시작한다.


여행 당연히 좋다. 다만 몇백 시간을 아무것도 안 하고 오직 여행만 가기 위해 어떠한 감흥과 배움 없이 돈만 버는 시간들은  그 자체로 낭비다. 여행에서 느끼는 짧은 쾌감보다, 당신이 벌기 위해 일하는 그 긴 시간들이 훨씬 더 가치 있기 때문이다.  


항상 내가 어떤 투입물을 대가로 치르고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

물론 때로는 지름신을 통한 만족도 삶에 필요하다. 하지만 평소 버는 돈의 얼마큼을 단순 재화에 소비하게끔 쓰고 있는지 정리해볼 필요가 있다. 

당신의 시간은 얻고자 하는 그것들보다 몇천 배, 몇만 배는 더 소중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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