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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프화가 Oct 25. 2023

문과 남자의 이과 공부 완독기

나는 거만한 바보를 면하려 한다.




책 표지


이 책은 과학책이 아니다.


이 책은 과학 책이 아니다.
이 책은 뼛속까지 문과인 저자가 과학을 공부하며 경험한 

'인문학'에 대한 탐구에 대한 이야기이다. 

저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문과 남자"로 남아 있는다. 

그는 과학 커뮤니케이터에게 감사의 의미를 표하며, 

이 책을 통해 '인간'에 대한 다양한 이해 과정을 과학적 도구로 탐구한다.


나는 인간의 언어로 과학을 가르쳐주는 과학커뮤니케이터를 은인으로 여긴다.


실제로 책 내용 전반은 '인간을 이해해하는 과정과 결과'를 담았다. 

단지 그 도구가 과학일 뿐. 마치 프리즘을 통해 

다른 각도에서 같은 대상을 보는 것과 같은 감각이다.


빛은 전자기파의 일종이지만, 빛이라는 단어는 그보다 많은 감정을 담고 있다.



지식의 진정한 가치


유시민 작가는 베스트셀러 작가, 교수, 경제학자, 정치인 등 다양한 타이틀을 가진 인상적인 인물이다. 

반면 TV에서는 과학적이지 못한 모습으로 웃음을 주기도 하였다(동시에 비난의 대상도 되었다.)


이랬던 사람이 과학을 공부했단다.
책에는 실제로 광범위하게 공부한 내용들이 등장한다.


내가 놀랐던 점은 그가 공부했다는 사실이 아니다.
과학 애호가인 내 눈으로도 사실 중간중간 어긋난 내용이 있기도 하고.


지식의 문제는 그 지식을 어떻게 다루느냐다.


청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빠삭하게 아는 사람의 지저분한 집.

자기 계발서 100권을 읽고 요약했지만 행동이 바뀌지 않은 사람들의 지식은 의미가 없다.
이는 읽었지만, 이해하지도, 삶에 적용하지도 못한 지식이다.


지식은 자신과 결합해 삶을 바꾸고 성장하게 함으로써 의미가 생긴다.


유시민 작가의 대단한 점은 공부를 한 다음,
자신의 지식 체계에 제대로 결합했다는 점.
그리고 그를 통해 성장했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그의 지식 일부가 잘못 정리된 것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게 된다.
사소한 지식은 틀릴 수 있으니까.
중요한 것은 그 지식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이니까.


거만한 바보

이 책에는 거만한 바보에 대한 이야기가 종종 등장한다.
거만한 바보라는 용어는 '리처드 파인만'의 책에 나온 내용이다.


리처드 파인만이 토론에 한번 참석한 뒤 그 뒤로는 참석하지 않았다.
제대로 알거나, 정의되지 않은 것들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잔뜩 등장해 

결코 결론이 나지 않는 무의미하게 이어지는 토론들에 질색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들을 '거만한 바보'라고 이야기한다.


"그들은 세계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스스로는 지혜롭다고 믿는 거만한 바보였다."



이 책도 재미있다. 믿음이 안 가는 표지긴 하지만.


유시민 작가는 '자신이 바보였음을 알고, 바보를 면하는 것이 바보인 줄도 모르고 사는 것보다 낫다.'라고 이야기한다. 이는 소크라테스의 '나는 내가 모르는 것을 안다'와 일맥상통하는 내용일 것이다.



나는 바보를 면하기 바란다.


자신이 바보였음을 알고, 바보를 면하는 사람은 타인을 함부로 비난하거나, 탓하지 않는다. 불만은 타인 때문에 일어난 감정이 아니라, 그 사람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나로부터 일어난 감정임을 알기 때문이다.


선택은 둘 중 하나다.
타인을 이해하길 거부하고 비난하거나, 비난하는 대신 타인을 이해하려 노력하거나.


나는 꾸준히 후자이길 바란다.
그래야 거만한 바보에서 벗어날 수 있을 테니까. 여전히 잘 되진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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