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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ying Johan Feb 08. 2023

정대만이 만약 농구를 하지 않았더라면

[콘텐츠 인사이트 리뉴얼-01]

누군가 우리 인생을 B와 D 사이의 C라고 했다. 곧 'Birth(탄생)'와 'Death(죽음)' 사이에 'Choice(선택)'란 것이다. 따지고 보면 부모나 자녀처럼 선택할 수 없는 것들도 있지만 데카르트가 말했듯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직업이나 배우자의 선택은 물론이고, 사소한 점심 메뉴 하나 정하는 것까지도 순간순간이 선택이다. 그러고 보면 인생은 크고 작은 숱한 갈림길의 연속이다. 우리는 하루에도 얼마나 많은 갈림길에 서 있는가. 우리나라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은 '더 퍼스트 슬램덩크(The First Slam Dunk)'의 불꽃남자 정대만도 그랬다.


이번 글의 주인공 불꽃남자 정대만


촉망받는 인재에서 불량아로


그의 원작에서의 이름은 미쓰이 히사시(三井 寿)다. 중학교 때는 가나가와현 무석중의 넘버원 플레이어였다. 능남의 변덕규, 상양의 장권혁 등 가나가와현의 주요 선수들도 정대만이라는 이름을 잘 알고 있을 정도.


중학교 도 대회 결승전에서 턴오버로 패배가 눈앞에 다가와 패배의 그림자가 다가올 찰나, "포기하는 순간이 바로 시합 종료다"라고 말하며 공을 건네준 안한수 북산고 감독의 격려에 힘을 얻는다. 그리고 극적인 스틸 후 역전 버저비터로 무석중을 대회 우승으로 이끌어 MVP가 된다.



이 일로 안 감독을 존경하게 된 정대만은 명문 고교팀의 스카우트 제의를 전부 거절하고 공립인 북산에 진학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채치수와 묘한 라이벌 구도를 유지하다 무릎 부상을 당한다.


그러나 안 감독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부상이 완쾌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복귀했다가 다시 부상을 당하고 결국 포기 상태로 1, 2학년을 논다. 그 이후에는 머리를 기르고 주위 불량아들과 어울리면서 탈선의 길로 빠지게 된다.


윗 사진이랑 동일인물 맞나요?



선택의 대가, 기회비용


누구에게나 일상은 선택의 연속이다. 썸남썸녀는 사귐과 흐지부지됨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하고, 학생은 공부와 휴식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하고, 정대만은 농구를 계속하는 것과 그만두는 것을 선택해야 한다.


경제학에서는 이러한 선택의 비용을 '포기한 다른 선택에 대한 가치'로 측정하고, 이를 기회비용(opportunity cost)이라고 한다.


대학 진학을 선택한 학생의 기회비용은 대학 교육에 소요되는 비용과 취업을 포기한 결과로 발생하는 금전적 손실의 합일 것이고, 탈선을 택한 정대만의 기회비용은 농구를 계속함으로서 얻을 수 있는 여러 가치의 합일 것이다. 경제적 행위에서는 이렇듯 선택의 대가로 지불해야 하는 기회비용이 반드시 발생한다.


대만아 왜그러냐...


그 후 정대만은 농구부에 입부한 송태섭과 폭력 문제를 일으키나, 송태섭에게 맞아 병원에 입원한다. 그리고 송태섭이 농구부에 복귀할 때를 기다려 송태섭을 다시 급습하지만 강백호의 난입으로 인해 실패하게 된다. 이에 원한을 품고 불량배들을 끌어들여 농구부 코트에서 패싸움을 벌이려 했지만 이 또한 실패.


심신이 핀치에 몰리던 찰나, 안 감독이 등장하고 정대만은 "안 선생님…농구가… 농구가 하고 싶어요"라고 고백하며 농구부로 다시 돌아오게 되는데...


"안 선생님…농구가… 농구가 하고 싶어요"


후회해도 소용없다, 매몰비용


정대만은 그후 슬램덩크에서 없어서는 안될 핵심 멤버로 자리잡게 된다.


능력치도 뛰어나지만 개인 플레이보다는 3점 슛 스페셜리스트로 확실히 자리매김하고, 거기에 2년의 공백기를 항상 의식하며 '예전보다 못하다'고 자책하며 서태웅과의 에이스 경쟁은 한 수 접어두고 훈련에 전념하며 스스로를 끊임없이 불태운다.


다만 그는 2년의 공백기 때문에 체력이 부족하다. 이 체력은 정대만의 발목을 계속 잡는데, 경기 후반에 갈수록 몸에 그려진 땀의 양이 다른 캐릭터보다 월등히 많아지는 것이 느껴질 정도다. 상양, 능남전에서는 결국 쓰러졌고 산왕전에서도 거의 좀비 상태나 다름없게 된다.


이 때문에 정대만은 끝없이 '젠장…왜 난 그렇게 헛된 시간을…'이라며 막 살았던 과거를 후회한다.




이렇듯 사람은 누구나 과거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 과거에 내린 결정, 그래서 소모한 시간과 돈은 아깝지만 되돌릴 수 없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매몰비용'이라고 부른다. 이미 지나가 매몰돼버린 비용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경제적 의사결정을 할 때 과거에 십 원을 날렸든 백억 원을 날렸든 매몰비용은 고려되지 않는다. 경제학에서 선택은 '한계(margin)'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회비용과 달리 경제적 비용으로 고려되지 않는다.


애인과의 이별을 고민하면서 그동안 지출했던 비용과 여기에 쏟았던 시간은 이미 끝난 얘기인 것이다. 과거에 내가 얼마나 많은 돈을 그(녀)에게 썼는지와 나의 미래 행복은 서로 연관을 끼치지 않기 때문이다.


정대만의 후회도 매몰비용에 들어간다고 볼 수 있다. 쉽게 말해 탈선으로 인한 체력 저하를 이제 와서 후회해 봤자 이미 지나간 일이라는 것이다. 그나마 안 선생님을 만나 농구를 다시 시작했으니 매몰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할까.

그의 회상에서는 지난날을 후회하는 장면들이 유독 자주 나온다


선택도 책임도 모두 내 자유


물론 기회비용과 매몰비용 모두 이론적인 '경제학'적 내용이다.일상생활에서 미련과 후회를 어찌 모두 버리기란 쉬운 게 아닐 것이다. 이 때문에 다들 고민을 한다.


'지금 내가 다니고 있는 직장이 평생직장일까'

'좋아하는 그녀에게 고백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이렇게 과거에 매달리는 행위를 심리학에서는 '매몰비용의 오류'라고 표현한다. 과거에 투자한 것이 아깝거나 그 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해 더 깊이 개입하는 현상이다.


애플의 전 CEO였던 스티브 잡스는 그의 명연설로 손꼽히는 2005년 스탠퍼드대학 졸업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Steve Jobs' 2005 Stanford Commencement Address



"If today were the last day of my life, would I wanted to do what I'm about to do today.
(만약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나는 오늘 하려고 했던 걸 정말로 내가 원하고 있었을까.)"


곧, 세상의 마지막 날에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정말로 내가 원하고 있는 일이겠냐'는 말이다.


이어 그가 내린 결론은 명확했다.


"You've got to find what you love"
(당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으세요.)


갈림길에서의 선택은 주체적이어야 한다. 생활은 끊임없이 해야 할 일의 연속이다. 이렇게 많은 일 중에서 매우 중요한 것은 어떤 일을 해야 하느냐의 선택이다.


그리고 무엇이 됐든 일단 선택한 다음에는 어떻게 하느냐가 더욱 중요하다. 해야 하는 일에 의미를 부여하고 정확히 해야 한다. 거기다가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마음을 덧붙여야 할 것이다.


그래도 다행인 건 어떤 선택은 골라야 할 것이 확실히 보인다는 것이다. 불량아 시절을 반성하고 농구를 다시 시작한 정대만처럼. 그의 3점슛이 더 빛나 보이는 이유다.



중요한건 꺾이지 않는 마음을 보여주는 그가 그래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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