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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ying Johan Mar 01. 2024

쌍둥이가 태어나던 날

2024년 새해와 함께 아내의 출산 예정일도 다가왔다. 아내는 당장 산통이 시작될 것처럼 완벽한 만삭이었다. 쌍둥이라서 다른 산모보다 배가 더 부풀어 보였다. 열 달 동안 무탈함에 감사하며 ‘나도 이제 드디어 아빠가 되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아빠가 된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각종 육아 방송과 유튜브를 시청하고 온라인 커뮤니티에 가입해 글을 정독하면서 ‘육아 공부’를 머리로 했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육아용품은 뭐가 좋은지, 아빠의 역할은 어때야 하는지 열심히 필기하고 공부했다. 


겪지 않은 미래에 대해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아내의 손을 꼭 잡으면서 말했다. 


“우린 잘할 수 있을 거야.”


드디어 출산 예정일, 아내는 병원에 입원하고 유도분만제를 맞았다. 아내는 쌍둥이지만 제왕절개술이 아닌 자연분만을 ‘용감하게' 선택했다. 덕분에 나도 처음부터 분만실에서 함께할 수 있었다. 아내 옆에서 빌고 또 빌었다. 제발 출산 때 아무 일이 없기를. 산모와 아기들 모두 건강하기를.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아내가 식은땀을 흘리면서 괴로워했다. 진통이 시작된 것이다. 이윽고 너무 아프다며 소리를 질렀다.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아픔이라면서 흐느끼기 시작했다. 난 아내의 손을 잡고 “괜찮아”라고 말하는 게 고작이었다. 자괴감이 밀려왔다. 이렇게 아파하는데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곧이어 분만실에 의사와 간호사가 들어왔다. 방해되지 않게 건너편 구석에 쪼그려 앉았다. 모두 퍼스널 트레이닝(PT) 구령을 외치듯 숫자를 외쳐댔고 아내는 소리를 지르면서도 ‘죽을힘’을 다했다.


“아기 어깨가 나와야 해요. 힘 더 주세요 산모님! 이제 다 돼가요!” 


의료진도 필사적이다. 지금껏 들어본 적 없는 비명소리가 아내 입에서 계속 터져나온다. 지켜보는 게 너무 힘겹다. 이 괴로운 시간은 언제쯤 끝이 날까?


“응애 ~응애~” 


진통이 시작된 지 약 7시간 뒤에 드디어 아이가 세상에 나왔다. 작은 생명체의 울음소리가 아직도 귀에 선하다. 아이의 울음소리를 듣자 내 속에서도 무언가가 끓어올랐다. 어느새 나도 울고 있었다. 


첫 아이가 나오고 약 12분 뒤에 두 번째 아이까지 무사히 나왔다. “너무 고생했어.” 아내에게 말했다. 너무 힘을 준 탓인지 눈가의 실핏줄이 다 터져서 눈이 새빨개진 아내가 살며시 웃었다.


다행히 산모와 아기들은 모두 건강했다. 출산을 지켜보면서 확실히 느꼈다. 이 과정을 겪은 모든 엄마는 세상의 존경과 경외를 받아 마땅한 위대한 존재라는 것을. 더불어 이 과정을 그대로 겪었을 부모님께도 더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사랑스러운 두 아이를 보면서 부모의 책임을 다하고 올바르게 자랄 수 있도록 키워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또 했다.


“아가들아. 세상에 나온 걸 축복하고 사랑한다.”



“아가들아. 세상에 나온 걸 축복하고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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