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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현 Nov 20. 2018

모임에 참석하면 목이 아픈 이유

다른 관점으로 문제 바라보기

* 과거에 썼던 글들을 브런치로 옮기다 보니 시점이 안 맞는 문제가 있습니다. 내용 전달과 무관하니 수정하지 않는 점 양해바랍니다.



1. 왜 목이 아플까

정모같은 모임에 참석하고 나면 목이 아프죠. 그냥 사람 많은 술집을 상상하셔도 좋습니다.

정모 자리에서 잠깐 게임이론이 떠올랐었는데, 관련하여 몇자 적어봅니다.


게임이론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책이나 기타 인터넷에서 보시고,

모임에서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 역시 게임이론으로 설명이 가능합니다.


사람이 적은 경우에는 평상시의 소리로도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지만, 사람이 많아질수록 대화가 어려워지죠.

그러다 보니 목소리를 높여야 할 '동기'가 생깁니다. 

개인 모두 목소리를 높여야 할 '동기'가 있기 때문에 목소리가 높아지고, 이를 반복하다 보면 점점 목이 아파지는 거지요.


영화 뷰티풀 마인드(대학교 때 이 영화를 보고 게임이론에 관심 가지게 된 계기가 됐음)에서 쉽게 설명하는데,

개인의 최선이 사회적 최선이라는 아담스미쓰의 고전 경제학 이론이 무너지는 거죠.


개인에겐 목소리를 높여야 할 '동기'가 있기 때문에 최선을 다하여 목소리를 높이지만, 사회적으론 모두가 목이 아픈 결과를 낳게 되죠. 죄수의 딜레마와도 비슷합니다. 각 개인들에게 우월전략이 있어 우월전략을 선택하지만 우월전략으로 인해 얻는 이익의 총합이 열등전략의 총합보다 작게 되죠.



2. 그니까 왜 뜬금없는 게임이론?

작년에 이런 미션을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특정 기간에만 '한정 상품'이라는 명목으로 30% 할인해서 판매한 제품 A가 있다고 치자. 일정 기간 후에 MD가 '한정 상품'이라는 타이틀 없이 A제품을 30% 할인해서 팔면,  '한정 상품'이라는 판매형태가 신뢰를 잃게 된다. 이를 시스템으로 막아달라'


이 문제를 시스템으로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단 문제 정의 부터 어렵습니다. 저는 기획서에 '비슷한 혜택의 딜레마'라는 표현을 썼었는데요.

가령, 29%는 신뢰에 영향을 안 주나요? 28%요?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나면 이전의 할인율을 적용해도 될까요? 일주일? 한달? 일년? 다른 상품이랑 패키지를 했을 때의 할인율 계산은요?


시스템은 잘 정의된(well-defined)문제를 자동화하여 해결 할 수 있지만, 정의하기 어려운(ill-defined)문제는 적용할 때 비용이 엄청나게 많이 들지요. (뭐, 물론 그게 기획자의 역할이긴 합니다만)


전 저 미션을 받자마자 게임이론을 통해 풀어야 겠다고 생각을 했었는데요. 게임이론은 경제학에서 시작된 이론이어서 인지는 몰라도 세상을 지나치게 단순화하는 면이 있긴 하지만, 어찌됐건 복수의 플레이어가 존재하는 세상을 이해할 수 있는 도구 중에 하나입니다. 그리고 가끔은 현상을 잘 설명해주기도 합니다.


저런 행위를 배신으로 간주해보죠. MD에겐 배신을 할 경우 개인의 실적이 좋아지기 때문에 배신할 '동기'가 생깁니다.  게임이론에선 단발성 게임과 연속적 게임(무한정 또는 반복적인-얘도 물론 횟수가 정해진 것도 있지만 차치하고-)을 구분하는데, 일단 미션의 상황은 연속적인 게임 상황입니다. 


게임이 반복되는 경우에는 적절한 약속과 형벌을 통해 경기자가 항상 협력하도록 설계가 가능합니다.

실생활에서의 사례가 엘리너 오스트롬 교수님의 공유지의 비극 해결 모델입니다.

개인의 이기심을 통제하지 않으면 공멸하게 됩니다


중요한 건 '동기'를 줄이면 됩니다. 배신이란 건 협력을 유지함으로써 생기는 이익보다 배신하는 걸 안 들키고 성공했을 경우 얻는 이익이 크기 때문에 하는 거자나요.


이런 형태로 논리를 전개해서 시스템은 최소한의 모니터링만을 하는 것으로 얘기를 했었습니다.

뭐 물론, 추가적으로 배신하지 않는 행위 자체를 좋은 협력(브랜드나 기업에 도움이 되는)으로 볼 순 없으니, 그냥 협력과 좋은 협력을 구분할 수 있는 장치 등을 추가로 얘기했었지요.


첨언해서. 게임이론은 합리적 인간을 전제로 합니다. 내 전략은 합리적일 거라고 예측되는 상대방의 전략을 기준으로 실행하게 되는 거니깐요. 근데, 최근의 행동 경제학에서는 제한된 합리성(bounded rationality)을 얘기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이론이 단순화한 세상의 일부를 설명할 순 있어도, 이 역시 그냥 적용하기엔 고민할 문제가 너무 많습니다.




3. 시스템 사고에서 벗어나기

기획자는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기준으로 문제를 보고, 세상을 해석합니다. 

그러다 보니 자꾸만 기술에 의존하거나, 모든 것을 시스템적으로 생각할 여지가 많습니다.


정확하진 않지만 기억나는 사례 두 개가 있는데요. 정확한 내용은 모르겠지만 맥락은 비슷할 겁니다. 기업명은 기억 안 나고요.


첫 번째는, 비누공장이었나. 뭐 여튼, 포장갑에 비누를 넣는 공정이 있는데, 완제품을 검사하다보면 일정 비율로 비누가 들어있지 않은 포장갑이 있었답니다. 그래서 이를 개선하기 위해 컨설팅을 받았는데, 뭐 적외선 투시기, 무게 감지 등등등이 거론됐겠죠. 근데 실제 현장에서 어느 사원이 이 문제를 매우 적은 비용으로 해소했다고 하지요. 컨베이어 벨트에 선풍기를 통해 바람을 불어서 가벼운 포장갑은 떨어지게끔이요.

문제를 푸는 방법은 많습니다. 어렵다고 훌륭한 답이 아닙니다.


두 번째는, 무슨 호텔의 사례로 기억하는데요. 호텔에 재방문한 어느 오너가 로비에서 자기를 알아봐주는 것을 보고 감동을 받았답니다. 그래서 그 방식을 자기의 사업에도 써 먹으려고 또 컨설팅을 받았답니다. 얼굴인식 등 많은 기술이 거론됐겠죠. 로비에 물어보니 실상은 이렇더랍니다. 공항에서 호텔까지 오는 택시기사와 모종의 계약이 되어 있답니다. 공항에서 호텔까지 오는 동안 택시기사가 이런 저런 대화를 하다 자연스레 '이 호텔에 방문한 적이 있느냐'라는 질문을 하고 그 질문에 따라 호텔 도착시에 가방의 위치를 왼쪽(방문경험 X), 오른쪽(방문경험 O)으로 두었답니다.


시시하죠? 


근데 생각보다 많이 실수하고 놓치는 부분이지요. 시스템 사고에 갇혀 있으면 자꾸만 시스템으로만 풀려고 합니다. 

흔히 복잡성은 보존된다고 합니다. 하나의 복잡한 문제를 풀어낼 때 시스템에게 복잡성 전부를 맡게 할 수 있습니다.


시스템은 복잡하고, 커지고, 개발자는 죽어나고, 사용자도 많은 학습을 해야겠지요.

복잡성이 보존된다면 일부를 사용자에게 전가해도 됩니다. 사용자는 언제나 편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요?

그건 시스템의 특성에 따라 다른 거지요. 내부 인트라넷 설계라던가, 아니면 비즈니스 자체가 사용자의 재이용률이나, 체류시간이 핵심지표가 아니라면 좀 불편하면 어떱니까. 



4. 그래서 어쩌라고.

공부해야지요. 

나중에 또 시간나면 재미난 화두들을 던져보도록 하겠습니다.


때때로 공부란 것은 생각의 축 하나를 늘려줄 정도로 엄청난 영향을 줍니다. 서로가 배운 공부를 공유함으로써 생각의 축을 하나씩 넓힐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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