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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len Jan 16. 2024

성장은 졌을 때 하게 된다

2018년, 전체 직원이 5명 남짓한 스타트업에서 한창 서비스를 리뉴얼하면서 나와 개발자 간의 '뒤로가기' 버튼 논쟁이 펼쳐졌다. 뒤로가기 버튼을 눌렀을 때 어디로 이동해야지 맞는가에 대한 이야기였다.



당시에 화이트보드에 IA(정보구조)라고 불리는 사이트맵을 그리면서 '하위2-1'에 있는 페이지의 뒤로가기 버튼을 눌렀을 때 어디로 가야하는지 이야기했다. '하위2-1'은 ① ~ ③의 경우처럼 접근되는 경로가 다양했다.


상하의 구조로 그렸을 때 당연하게도 '하위2-1'은 '하위2'에 종속되어 있으므로 무조건 '하위2'로 이동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주장이었다. 개발자는 접근되는 경로가 ① 또는 ③의 경우처럼 다양했기 때문에 '하위2'로 이동하는 것은 사용자가 혼란스러울 것이라며 접근하기 전의 페이지로 돌아가야 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나는 점심시간까지 할애하며 장표를 만들었고, 이 논쟁은 하루종일 이어졌다.


히스토리 스택 개념을 이야기하며 결국 주장의 승리는 개발자가 되었다. '이 작은 버튼하나가 뭐라고. 이렇게 까지 시간을 쏟았을까?' 이때의 논쟁은 일에 대한 시야가 넓어지는 어마어마한 경험이 되었다. 이 작은 버튼 하나로.



첫째, 개발(자)에 대한 이해가 조금씩 생겼다. 생활코딩의 이고잉님이 언어를 배우는 첫 강에서 한 말이 있다. '무엇을 모르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무엇을 모르는지 아는 상태가 되는 것' 이제 무엇을 모르는지 어렴풋이 아는 상태가 되었다. 그러면서 더 겸손해졌다.



둘째, 인정하는 마음이 생겼다. 언제나 내 주장이 맞을 거란 확신이 있었다. 이 경험을 통해 내 주장이 틀릴 수도 있다. 다른 사람의 경험과 지식은 나의 경험과 지식이 다르기 때문에 내가 한 경험은 다 옳을 수 없다.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의 인용문에도 있듯이 남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에포케'의 마음이 필요하다.



에포케는 결국, “당신이 객관적 사실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한번 보류해 보십시오.”라는 뜻이다. (중략) 그렇게 함으로써 대화할 수 있는 여지가 넓어진다는 점이다. 서로를 이해하지 못할 때, 자신에게 보이는 세상과 상대에게 보이는 세상은 크게 다를 수 있다. 그때 양자가 모두 자신의 세계관에 강한 확신을 갖고 있으면 그 어긋난 차이가 해소될 가능성이 별로 없다.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야먀구치 슈 / p.302



뜨거운 논쟁을 해보자. 나의 경험과 지식을 탈탈 털어서 다른 사람을 설득시켜보자. 끝까지 한 다음에 져보자. 진 다음에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다.





출처

생활코딩 - 웹 애플리케이션 만들기 오리엔테이션 (5분 16초 ~)

https://youtu.be/74WekWB4I2A?si=u0lnxsAYDRXEIMCU&t=316


책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야마구치 슈

https://www.yes24.com/Product/Goods/68749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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