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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영 Feb 11. 2019

태국의 개

방콕 남부의 휴양도시, 후아힌 huahin, thailand.




후아힌은 조용하고 차분했다. 바닷가 휴양도시이지만, 흔하게 떠오르는 동남아의 청록빛 물색은 아니었다. 오히려 한국 서해바다가 떠오르는 색이다. 가장 인상 깊었던 후아힌의 모습은 한낮에 산책하는 개들이었다. 마주친 개의 대부분은 주인과 함께 산책 중이었고, 그들의 대부분은 목줄을 하지 않았다. 개와 보호자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걸었다. 골목의 낮은 주택의 마당에는 저마다 다른 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골목을 따라 푸른 잎이 즐비했고, 커다란 나무들이 작은 그늘을 만들었다. 낮은 하늘과 푸른 나무들, 개와 산책하는 사람,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한참을 바라봤다. 선선한 날에 한적한 골목 산책이라니, 첼시가 그리웠다.


태국의 개들은 주변에 무관심했다. 사람들 역시도 개를 그대로 두었다. 사람도 개도, 서로에게 예민하지 않다. 내쫓지 않으며 함부러 안으려들지도 않고, 그저 먹거리나 물을 나눠준다. 치앙마이에서 묵었던 숙소의 개는 혼자 산책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의 이름은 ‘댕’이었는데 종종 그의 친구가 홀로 놀러오기도 했다. 댕은 나의 손길을 거절하지는 않았으나 그다지 바라지도 않았고, 창밖을 내다 보는 것을 좋아했다. 댕의 보호자가 다른 개를 예뻐해도 질투하지 않았으며, 그저 좋아하는 자리에 앉아 밖을 구경하고 산책을 다녀왔다. 그 밖에도 식당에 드나드는 개, 사원에서 낮잠자는 개, 기차역, 해변 등 어디에든 개가 있었다. 사람들은 개를 내쫓지 않았다. 나는 그들의 평화가 너무나 부러웠다.   









65일간 남편과 동남아로 떠났습니다.
다녀온 뒤 여행지에서 쓴 일기를 보며
다시 그리고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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