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인조잉 Aug 03. 2021

랜드마크 투어 VS 숨겨진 여행지

② 보통 여행자의 특별한 여행 방법론


숨겨진 여행지? 유명한 곳 돌아볼 시간도 없는데?


우리의 여행은 항상 바쁘다. 바쁠 수밖에 없다. 여행지에서 우리 머릿속은 이런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 "왔으니 최대한 많이 보고 가야지", "내가 어떻게 시간 내서 온 여행인데", "이날을 위해 1년을 모았다" 어떤가. 바쁠 수밖에 없다. 질문을 하나 해본다. 이번 휴가 때 파리에 가기로 했다 가정하자. 자, 과연 여러분의 선택은?

파리의 숨겨진 속살 여행 VS 파리 에펠탑, 루브르 박물관 랜드마크 투어

어떤 게 더 끌리는가? 뭔가 근사하고 있어 보이는 건 분명 전자다. 남들이 가보지 않은 나만의 여행지를 만들고, 진정 그 나라를 즐기고 느끼고 경험하고 돌아오는 것! 멋지다! 하지만 그러기엔 우리의 시간은 매우 한정적이다.



현실과 타협하고 놓칠 안타까운 것들

사실 위의 두 가지를 절묘하게 믹스해보고 싶지만 막상 일정을 짜고 진행하다 보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바로 알게 된다. 파리의 명소가 한두 군데라면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아는 파리는 상상 이상으로 다양하다. 몽마르뜨 언덕도 가야 하고 가는 길에 뮬랑루즈도 봐야 하고, 에펠탑은 기본이요, 루브르는 패스트트랙 겉핥기만 해도 반나절로 모자란다. 게다가 그런 박물관이 여럿이다. 그뿐인가. 노트르담 성당도 봐야 하고, 센강 유람선도 타야 하고, 개선문에 샹젤리제 거리까지... 아, 혹시 베르사유 궁전 같은 교외라도 다녀오려면? 데팡스 지역이 요즘 엄청 핫하다는데?

그만하자. 불가능하니까. 어차피 불가능한 일이었으니 상심할 것도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뭐하나를 포기하자니 드는 생각은 딱 하나다. "여기까지 왔는데..." 그런데 어쩔 수 없다. 그런 생각이 들어도 우리는 현실 속에 '포기'를 강요받는다. 우리의 시간과 돈은 한정적이니까.

그러한 마당에 숨겨진 속살 투어라니? 유명한 것 보기도 빠듯한데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그렇게 우린 마침내 포기한다. 아마 최소 열흘. 그것도 한 도시만 투어 한다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정말 한 달 살기, 프로 여행러의 삶이 아니라면 불가능하다. 보통의 여행자에게 주어진 우리의 시간은 짧게는 2박 3일에서 정말 길어야 15일 남짓이다.




파리의 에펠탑은 정말 활홀할 정도로 멋지지만 그렇다고 파리의 전부는 아니다.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는 것들

그러다 보니 숙련된 여행자가 아니라면 대부분 후자를 택할 것이 뻔하다. 이유는 이미 서두에 밝혔다. 어렵게 낸 시간, 어렵게 모은 돈. 어렵게 왔는데 이런 것들을 생각한다면 최대한 '유명'한 곳에 많이 들러 최대한 '증거'를 많이 남겨야 한다. 그리고 인스타든, 블로그든, 카톡이든 정신없이 나 자신을 인증하고 알려야 한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서는 계속 갈증을 느끼고 있다. 더 쉽게 말해 포기가 안된다. 아니 시간을 쪼개서 왔지만 명색이 여행인데 나에게 쉼을 선물하고도 싶고, 파리지앵처럼 할 일 없이 거리도 걸어보고 싶고, 카페에 여유롭게 앉아 파리의 커피도 한잔 마시고 싶고..

그렇다. 이것이 우리 보통사람들의 여행이다. 보통과 아닌 것으로 등급을 나누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첫 글에서도 밝혔지만 보통사람들에게 한 달 살기나 세계일주는 먼 나라 꿈같은 이야기다. 운이 좋아 경험했다 하더라도 지속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우리는 실제 우리가 자주 겪게 될 여행에 집중하고 그 안에서 최고의 여행을 만들어 내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아직 여행은 '느끼는 것'보다 '가보는 것'

아직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여행은 '느끼는 것'이 아닌 '가보는 것'이다. 아무리 해외여행이 보편화되었다 해도,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다녀온다 해도, 여행 자체를 온전히 즐길 수 있는 사람은 아직 많아 보이지 않는다. 나름의 여행에 의미와 스토리가 부여되어 있지만 진정 그 나라를 느끼는 이야기에는 할당된 섹터가 많아 보이지 않는다. 물론 여행에 옳고 그름은 없다. 지금 말하고자 하는 것은 '여유'다.

대부분의 전문여행가들이 릴랙스를 외치는 이유는 경험이 많기 때문이다. 물론 시간도 시간이지만 그들은 많은 경험을 통해 여행지에서 여유를 찾는 법을 알아냈기 때문이다. 나 또한 그랬다. 처음 여행은 그렇게 바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아직 프로 여행러들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가 될수록 나의 여행에도 여유가 생겼다. 그리고 그렇게 경험하다 보니 이 두 가지를 믹스할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음을 알게 되었다. 무엇이든 쥐어짜면 다 방법은 있다. 여행을 다니다 보니 이것도 요령이 생긴다. 그 방법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이야기해보도록 하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보통 여행자의 보통 여행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