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주변에 일명 '파이어 족'들이 있다. 코인을 하는 친구, 선물을 하는 친구, 또는 다단계 화장품업을 하는 동생도 있었다. 그들은 단기간에 몇십억의 돈을 벌고 이른바 경제적 자유를 이루거나 혹은 이루는 과정에 있다.
당연하게도 나는 이런 삶과는 거리가 멀다.
일단 9시부터 시작되는 매일 동일한 출근 루틴, 하루에 몇백건씩 쏟아지는 사건들, 그리고 한달마다 찾아오는 달콤한 월급.
경제적 자유를 이룰 욕망도, 필요성도 아니 가능성도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최근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만약, 동일한 업무 강도를 조건으로 어딘가에서 지금 월급의 두~세배를 준다면 직업을 바꿀까?
한참 생각해본 결과 대답은 NO였다.
왜? 나는 지금 하는 일의 가치가 너무나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럼, 다섯배를 준다면?
앗! 그건 YES였다. 스스로도 너무 안타까웠다.
그래서 나는 경제적 자유의 정의를 이렇게 내리기로 했다.
나의 가치를 실현 할 수 있는데 방해받지 않을 정도의 경제적 능력
그래, 나는 다섯배의 월급에 가치가 흔들리는 여자였다.
그래, 결심했어. 강의라도 들어보자!
최근 습관 만들기를 하고 있다. 매일 운동을 하고 일기를 쓰는 것이다. 못하면 벌금이 만원이나 된다. 여튼 그 '만원방'의 일원인 전민건 대표의 경매 강의를 들었다. 일을 끝내고 강남까지 가서 몇시간씩 강의를 듣는 여정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집에서 넷플릭스를 보며 누워있는 시간들로 내 인생을 보내는 것보다 훨씬 질 좋은 일이라는 것을 내 오감이 말해주었고, 마침 친구가 신현욱 대표의 강의를 추천해주었다.
몇백억 자산가라는 분이 굳이 따로 시간을 내서 강의를 하는 이유도 궁금했다.
어떤 인사이트를 얻었나?
1) 장기적인 안목을 가져라
대부분의 투자는 단기적인 안목에서 시작되었다. 테슬라가 오른다더라, 이더리움이 오른다더라.
그렇게 오를때 들어가면 이미 정점을 찍고 내려갔고 당연하게도 손해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니 장기적으로 봤을 때, 옳은 돈과 옳은 사람, 옳은 시장이 내게 온다는 것을 일깨워주셨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하면 당장의 등락에 좌지우지 하기보다는 내가 투자하는 곳의 가치와 경쟁력, 그리고 신뢰에 기반을 두게 된다.
2) 나만의 경쟁력을 찾아라
결국, 성공적인 부의 추월차선을 타려면 경쟁력을 갖추어야 하고, 타 물건보다 희소성이 있어야 한다.
나는 종종 이렇게 브런치에 글을 쓰곤 하는데, 내 직업적인 부분에 있어서 나의 경쟁력이 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저 생각없이 하루하루 일하는 검사와 매일 치열하게 피해자와 피의자의 양측의 입장에서 정의라는 가치에 기반을 두고 일하는 검사는 반드시 다를 것이라고 믿는다.
수업을 마치고 함께 수업을 들은 친구들과 컨텐츠에 관한 이야길 했다.
친구들에게 물었다.
"내가 어떤 컨텐츠를 해줬으면 좋겠어?"
"누나가 여검사로 겪은 에피소드를 재밌게 풀어줘"
혹은
"남초 회사에서 여자로 살아남는 법, 혹은 공감많은 F인 너가 검사로 살아가는 이야기가 넘 궁금해"
라고 대답했다.
내가 물었다.
"그럼 내가 어떤 경쟁력이 있을까?"
"당연히 10년 이상 한 업종을 계속했고, 전문적인 지식이 있다는 것이 엄청 경쟁력 있지!"
강의를 들을때는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
10년 동안 공무원 생활을 한 내가 대체 어떤 가치가 있을까?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하루에 200건씩 영장을 처리하는 내게 있어서, 그 어떤 사건이 와도 나는 어렵지가 않았다. 또한 지식적으로도 명확하고 빠른 판단을 할 자신이 있고, 조직적인 남초문화에서 아등바등 살아남은 나만의 노하우도 있었다.(민희진이 말한 개저씨까진 아니더라도...이런저런 일들이 많기에)
당신은 왜 그 회사를 다니고 있나요?
내 돈의 가치는 20년 뒤 50%가 하락할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그보다 많은 임금상승률이 있어야 하고 그러려면 회사가 성장해야 한다.
내가 지금 선택한 회사는 성장하는 회사일까?
검찰은 어떨까? 사실 검찰은 사실 정권에 따라 굉장히 수명이 왔다갔다 하는 곳이다. 그럼에도 나는 검찰의 성장 가능성을 믿는다. 일단 이 곳은 좋은 일을 하는 곳이다. 너무 감성적인가? 그렇다면 이건 어떨까? 해외사례에서도 그들의 책임과 그만큼 부여된 권한은 막강하다.
사회 초년생이 있다면 회사를 선택할 때 그 회사가 얼마나 성장 가능성이 있고 해외사례는 어떤지, 동종 산업과 타산업은 어떤지를 꼭 공부하고 선택했으면 한다.
그리고 그런 곳에서 나는 내가 가진 레버리지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내 할일을 열심히 하고, 기록을 남기고, 나에게 영감을 주는 사람도 많이 만난다. 그리고 무엇보다 동료들에게 많이 베풀려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다.
결국은 또 가치
강의장에서도 가치라는 단어가 생각보다 많이 등장했다. 내가 늘 염두에 두는 단어라 들렸을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비용보다 더 나은 가치에 끌리고 기꺼이 이를 지불하기 위해 모든 것을 한다. 욕망해결, 불편해결, 더나은 서비스 등등...나의 직업적 가치를 꼽자면 결국 욕망해결/불편해결인 듯 하다. 사적복수가 허용되지 않는 사회에서 나는 공적으로 피해자의 욕망을 해결해 준다.
내 생각에 모든 사회적인 문제는 식욕과 색욕으로 귀결된다. 즉, 먹고사는 문제와 섹스이다.
돈을 잃었거나, 성적 자존감을 훼손당했거나, 혹은 억울하거나. 그런 사람들의 불편을 해결해 주는 것이 나의 가치이다.(변호사나 판사도 마찬가지 아닐까?)
나는 이러한 정의라는 가치를 위해 모든 것을 할 수 있고, 나의 모든 것을 줄 수 있다.
그런 나에게는 늘 언제나 고객이 넘쳐난다. 내 에너지도 고갈되지 않는다.
그리고 이러한 가치에 동의하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싶고 그렇게 하고 있다. 참 감사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