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인형 뽑기에 성공했다

나는 인형 뽑기를 참 좋아한다.

뽑기 기계만 보면 고개가 돌아가서 벽에 부딪힐 정도이다.

그런데 4~5년 동안 인형 뽑기에 적지 않은 돈을 투자했음에도 단 한 번도 뽑질 못했다.

'아주 인형을 못 뽑게 기계를 개조했네... 사기 아닌가..?'

뽑기 기계를 향해 찌질한 원망을 돌렸다.

우연히 알라딘 중고서점을 가기 위해 강남역을 지나가던 중 여태껏 보지 못한 거대한 오락실이 보였고 난 홀린 듯 그 안으로 들어갔다.

반짝이는 조명 아래 수십대의 인형 뽑기 기계가 그곳에 있었다.

두세 번 시도했으나 역시나 실패. 낙담하여 밖에 나가려고 할 때즈음, 어떤 남자가 만원을 넣고 여유 있게 인형 뽑기를 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나는 또 홀린 듯 옆에 서서 그의 기술을 관찰했다.

그는 뽑기 기계 앞에 인형을 엄청나게 쌓더니 몇 번 만에 큰 인형을 뽑아버렸다.

평소 같으면 절대 2,000원 이상을 투자하지 않는 나는 과감하게 뽑기 기계 앞에 섰다.

결의를 다졌다.

그리고 몇 가지 실험을 통해 4번 만에 인형을 뽑는 데 성공했다.

우리는 아이처럼 소리를 지르며 하늘 높이 콩콩 뛰었다.

귀엽죠? 뀨

뽑은 인형을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내가 오늘 성공한 이유가 무엇일까?

우연일까?

아니, 아니다. 지금까지 머리로 익힌 3가지 '성공법칙'을

난 재밌게도 인형 뽑기를 통해 몸으로 경험했다.(무엇이든 경험이 중요하다)

1. 일단 해!

만약. 내가 '2,000원 다 썼으니 그만하자'라고 중간에 포기했더라면?

정주영 회장 주요 말버릇

예전에 들은 이야기다.

하느님이 어떤 청년에게 축복을 약속했다고 한다.

청년은 매일매일 기도했다.

'하느님, 제발 로또 당첨되게 해 주세요'

매일매일 죽도록 기도한 청년은 아무리 기다려도 하느님이 일확천금을 내려주지 않자 원망하기 시작했다.

'하느님, 왜 거짓말하시나요?'

그랬더니 답답한 하느님이 지상에 내려와 말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일단 로또를 사란말이야!'

무엇이든 행동하는 '의지'가 중요하다.

난 행동했다.(투자했다)(돈썼다)

승자는 일단 달리기 시작하면서 계산을 하지만
패자는 달리기도 전에 계산부터 하느라 바쁘다.
by 세이노의 가르침(유대경전 중)

2. 긍정 해석하기

나는 '기꺼이' 돈을 잃었다.

반드시 뽑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정주영 회장님의 긍정해석

우리는 한 번의 실패에도 주저앉는다.

나는 어릴 때부터 '반장',  '1등'으로 불리었고, 말 잘 듣는 학생이었다. 늘 선생님과 부모님의 칭찬 속에 자랐다.

그런 내가 처음 임용이 되고 검사로서 한 발을 내딛을 때마다 느꼈던 패배감과 열등감은 어마어마하게 큰 파도처럼 한 번에 밀려왔다.

바보 같은 실수와 실패한 수사들, 상사의 실망을 마주한 나는 생애 처음으로 맛본 쓴맛으로 인해 온몸이 마비될 듯한 고통을 겪었다.

I have not failed. I've just found 10,000 ways that won't work.
나는 실패한 것이 아니다. 나는 성공하지 않는 10,000번의 방법을 찾은 것뿐이다.
- by 토마스 에디슨

많은 친구들이 비참함을 느끼고 그만두거나, 급여가 높은 곳으로 옮겨갔다(물론 그들에게는 아니겠지만, 나에게 다른 대안은 도망가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나는 같은 실수를 줄여나갔고, 더 정교하게 수사하기 시작했다. 그 경험들을 통해 멋지게 착지하는 법과 더 높이 나는 법을 배웠다. 좌절은, 마치 폭풍에 휘말려 추락한 독수리가 다시 날개를 펼쳐 더 강하게 비상하는 것과 같다. 그 과정에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기꺼이 실패하는 태도가 몸에 배었다.(물론 아프다)

삶은 우리 모두를 내두른단다. 어떤 사람들은 포기하고 어떤 사람들은 싸우는데, 몇몇 사람들은 뭔가를 배워서 앞으로 나아가지.
이런 사람들은 삶이 자신을 내두르는 것을 오히려 환영한단다.

- by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 중 부자아빠의 말

3. 과학자인 것처럼~

또 주변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실험'하는 단계가 우리의 성공 가능성을 높여준다. 위대한 석유왕인 존 록펠러도 위대한 일들은 한순간에 이루어지지 않으며, 작은 노력과 지속적인 관찰이 쌓여 성공을 이룬다고 했다.

나는 뽑기에 성공한 남자가 성공할 때까지 옆에서 관찰하고 그대로 행동했다.

그리고, 몇 번의 실험을 통해 성공했다.

인형 뽑기에 뭐 대단한 인생철학이다 얘기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은,

단순한 인형 뽑기 앞에서도 계속 실패했던 나로서는 오늘의 작은 성공이 마치 나의 인생을 보는 것 같았다.

특히, 원하는 데로 되지 않을 때 '두려운' 감정과 '욕망'에 휘둘리는 내가 보였다.

검사로서 사람들을 돕고, 경제적으로도 좀 더 여유가 생겨 집필활동을 자유롭게 하고 싶다.

그래서 성공한 사람들의 책을 읽거나 수업을 듣고(관찰),

주식 반토막도 나보고, 경찰과 협의가 안되거나 법원에서 영장이 기각되기도 하지만(실패),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계부를 매일 쓰고, 브런치 글도 쓰고, 계속해서 사경과 협의하여 영장을 청구하는 등(행동)

오늘을 살고 있다.

가계부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