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기행 #37
작지만 소박하고 아름다운 진산성지성당을 순례하기로 정하고 이른 아침부터 길을 재촉합니다. 길가 약간 오르막진 곳에 위치한 진산성지성당은 오래되어 칠이 벗겨지고 군데군데 낡아 보수가 필요하다는 말을 인터넷 어딘가에서 본 기억이 있었습니다. 1927년 건립된 성당으로 아직도 미사공간으로 사용할 정도로 그 원형이 아름답게 보존되어있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늦은 오후 겨우 도착한 진산성지성당은 마침 복원공사중이었습니다. 초가을의 하늘 아래 군데군데 떠있는 파란하늘이 유독 공사중인 성당 첩탑의 십자가를 더욱 또렸하게 보이게 하여 아쉬운 마음이 더 깊었습니다. 올해 4월부터 시작한 공사로 내년 1월이나 되어야 복원이 마무리 된다고 합니다. 너른 대지 위 잘 자란 잔디밭위에 돌로된 야외제대가 있고 그옆에 조그마한 동상이 하나 있습니다. 애기를 포대기에 업은 모습인데 성모상인가 싶기도 하고 순교하신 윤지충바오로의 어머니 모습인가 싶기도 했습니다. 별다른 설명이 없어 알수는 없으나 성모님과 같은 마음을 품고 순종의 삶을 살아간 윤지충바오로의 어머니와 그 아들의 모습이라고 해도 크게 이상하지 않을 듯합니다. 사무실쪽으로 가보니 모든 미사가 새로 지어진 성전에서 집전된다는 안내문구가 있었습니다. 기대감을 품고 3분정도 거리에 있는 새성전을 순례하기 위해 발길을 돌렸습니다.
새로 조성된 진산성지는 규모가 꽤 커보였습니다. 금산에서도 한참을 들어간 작은 시골마을이지만 넓은 대지위에 진산성지성당과 사제관 등 현대식 건물들이 들어서 성지로서의 역활도 크게 할 듯 보였습니다. 아직 마무리 공사가 덜되었는지 공사흔적들이 군데 군데 있고 심은지 얼마되지 않된 것처럼 보이는 나무들이 듬성듬성 심어져 있었습니다. 입구에 들어서면 큰 피에타상이 처음오는 순례객들을 맞습니다. 가시관을 쓰고 두손을 가슴에 모은 예수님뒤로 성모님이 어깨에 손을 올리고 있는 모습입니다. 십자가의 길 14처도 동판으로 제작된 상당히 아름다운 예술적인 작품으로 보였습니다. 늦은 오후에 도착한 터라 사람의 흔적도 없이 고요한 성지. 새로 건축된 성전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여 살며시 문을 열어보았습니다. 다행히 문이 잠겨있지 않아 성지성전을 볼 수 없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을 감사함으로 날려버리는 순간이었습니다.
새 성전은 그리크지 않지만 십자고상을 대신하여 제대뒤쪽 승천하는 예수님상이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유리화를 뒤로 하고 하늘로 오르시는 예수님의 모습이 역동적이고 신비스럽게 보였습니다. 자연스레 두손을 모으고 예수님을 향해 기도하는 손이 되었습니다. 제대옆에는 순교자 세분의 유해를 모시고 있는 장식이 있습니다. 간결하지만 신비스런 성전의 모습이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을 듯합니다.
충남 금산의 작은 마을 진산에 있는 진산성지는 천주교 교리를 따르기 위해 조상의 위패를 불사르고 유교식 제사를 거부해 전주풍남문에서 참수된 첫 순교자 윤지충·권상연 복자 그리고 신유박해 때, 순교한 윤지헌 복자를 기념하기위한 성지입니다. 아직은 조선의 가톨릭이 겨우 첫발을 떼던 그 당시 사제도 없는 곳에서 피어난 신앙이 죽음을 내어줄 만큼 강한 신념으로 남을 수 있었는지 그 믿음을 주시고 키워주신 하느님의 은혜가 고스란히 내린 진산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축복받은 땅에 새롭게 조성된 성지는 순례길과 함께 성스러운 하느님의 땅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내년 공사가 마무리되면 기존의 성지성당과 함께 순교하신 세분의 복자를 생각하며 순례길을 걸어보기로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