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기행#43
춘천이 내려다 보이는 약사동 고개위 죽림동성당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두팔을 벌리고 춘천을 품고 계시는 예수성심상을 만나 볼 수 있습니다. 마치 리오데 자네이루에 있는 예수상을 떠올리게 하는 높이 3.5m, 너비 3m로 국내 최대 규모의 청동 예수 성심상입니다. 입구에서 올려다 보면 마치 하늘에서 내려보시는 듯한 모습이라 더욱 크고 웅장하게 보입니다. 입구에 들어서면 어서오란 듯 제일 먼저 반갑게 맞아주시는 예수님이십니다.
춘천의 죽림동 성당은 춘천의 첫 성당이자 춘천교구의 주교좌성당입니다. 죽림동성당이 지금의 성당으로 거듭나게된 중심에는 임주언 마르티노라는 분이 계십니다. 1872년 태어난 임주언은 전교를 받지 않고 스스로 천주학을 학습하여 스스로 신자가 된 사람입니다. 죽림동성당의 전신인 곰실공소를 만들고 후에 죽림동성당이 공소에서 성당으로 승격하는데 큰 역할을 했던 분입니다. 1955년 83세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며 헌신과 봉사로 전생애를 바치셨습니다. 춘천교구는 이를 오래도록 기억하기위해 마르티노의 우리말인 말딩회관이란 공간을 만들어 추모하고 그를 기리고 있습니다.
성당으로 오르는 계단을 올라가면 육중한 대리석으로 만든 세개의 아치형 출입구가 보입니다. 마치 성곽안으로 들어가는 성문입구 같아 보입니다. 둥근 아치형 출입구 사이로 둥근 아치에 담긴 성당의 앞모습이 보입니다. 강원도의 용소막성당이나 풍수원성당처럼 벽돌식의 고딕건축물과 달리 돌을 깍아 만든 석조건물이라 더욱 웅장하며 고풍스럽고 무겁게 느껴집니다. 특히 입구의 육중한 청동문은 석조의 외벽과 함께 어우러져 마치 오래된 성과 같은 느낌도 줍니다.
입구에서 부터 좌우로 이쁘고 잘 관리된 잔듸가 놓여있고 중앙에 돌을 놓아 만든 길 끝에 성당이 있어 아름답습니다. 성당의 앞마당에는 부활하신 예수님상, 성모상 등 다양한 조각들이 있는데 하나같이 예술작품으로 아름답고 정교하며 큰 의미를 담고 있는 듯합니다. 그리고 성전 뒤뜰에는 순교자와 성직자를 위한 묘가 있습니다. 한국전쟁당시 폭격으로 사망한 신부님과 수녀님 그리고 당시 북한으로 잡혀가셨다가 순교하신 여러 외국인 사제들의 묘소입니다.
전쟁의 와중에도 생사를 하느님께 맡기고 오직 믿음으로 한길을 가신 외국인 사제들의 죽음은 오늘도 죽림동성당의 뜰에서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 크고 깊은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 해마다 춘천교구에서는 11월의 첫 주간을위령의 달로 정하고 사제들을 추모하고 그들이 준 교훈을 되새기는 죽음의 행진 행사를 갖고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