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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혜 Mar 25. 2016

사람은 누구에게나 꿈이 있습니다.

어렸던 내가 언젠가는 되고 싶었던, 훗날의 '나'에 대하여.

  사람들은 누구나 꿈을 한 가지, 혹은 그 이상을 안고 살아갑니다. 어떤 사람은 그 꿈이 너무 많아 한아름 끌어안고 살아가는가 하면, 또 다른 누군가는 많은 꿈을 위태롭게 안고 나아가다 어떤 '벽'에 부딪혀 그 꿈을 떨어뜨리기고, 끝내는 줍지 못한 채 걸어나가기도 합니다. 그 벽의 재료는 무궁무진합니다. 이는 현실이 될 수도 있고, 주위 환경일 수도 있고 내 스스로의 판단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그 꿈이 과거와 다르거나, 같거나. 어쨌든, 우리는 모두 꿈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나는 어렸을 적 꿈이라는 것이 너무나 매력적이게 다가왔기 때문에 남들만큼, 혹은 남들보다도 꿈이 많고도 많았던 여자아이였습니다. 의사가 되고 싶었고, 디자이너도 되고 싶었고 또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중에서, 진심을 다해 되고 싶었던 것은 학자였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이었던 저에게 '꿈'이라는 것은, 그 또래 아이들이 어련히 생각하는 것처럼 '사람이 꿈을 가지면 언젠가 그 꿈의 모습으로 되려니' 하는 것 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의 저는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벽'에 쾅 부딪히기 전! 이었던 것 같습니다.


꿈을 갖고 있다면 언젠가는 되겠지.

당장 꿈 없는 애들도 많은 걸.

하지만 난 있잖아?


 그렇게 현실에 안주하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합리화하며 나는 자라났습니다. 삽시간에 시간은 흘러 얼떨결에 스무 살이 되어버린 나는, 내가 되고 싶었던 학자가 될 발판조차 마련하지 못했습니다. 내 꿈과 비슷하지만, 꿈과는 분명히 다른 학과에 들어가 대학생활을 하는 동안 나는 점점 꿈과 멀어져 간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주 내 스스로를 돌아보며 일기를 썼고, 왜 이렇게 꿈과 멀어져 버렸나 하는 질문이 끊임없는 한숨처럼 이어졌습니다. 그래도 늦지 않았을 거라며, 그렇게 또다시 스스로를 다독여 나갔습니다. 그렇게 꿈과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취업보다는 진학을 우선시하여 준비했지만, 이런저런 현실의 사정으로 나는 곧바로 진학하지 못했습니다. 그때 당시 내 기분은 퍽이나 심각하게도 꿈에서부터 도망쳐 버린 것 같아 나 자신이 부끄러웠고 점점 작아져버려 콩 한 알이 되는 것 같았습니다. 이렇게 스스로를 자책하던 어느 날, 강의 시간 중 교수님이 문득 '현 이십 대의 꿈'에 대해 짧게 이야기를 했었던 부분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며 볼드체처럼 도드라졌습니다.


"요즘 학생들은 문제야. 꿈이 없어. 되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언론에서 다룰 정도의 문제가 되었는데, 정말로 심각하다고 생각 안 하니?"


 그 순간, 지금까지 내 머릿속에는 마침표로 끝나 있었던 한 문장은 확신이 아닌 질문으로 돌변하여 나에게 다시 물었습니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꿈이 있습니다...?



 내 머릿속에 그 질문이 떠오른 이후 나는 지금까지 고민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주제를 가지고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나는 무엇이 되고 싶은지, 또 무얼 좋아하는지. 그리고 나는 어떤 일을 잘 하는지... 머릿속을 가득 채우며 밤낮없이 며칠을 고민했지만 생각의 끝은 마치, 나 스스로가 잿빛으로 변한 연기를 뿜어내며 서 있는 굴뚝과도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생각을 할 수 있는 회로의 일부가 어딘가에 잘못 연결되어 버린 것처럼 나는 답을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난 후에 지금에서야 다시 생각해보면, 그 질문들에 대한 답은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 평생이 걸려도 알아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현실과 나 사이의 선에서 접점을 찾아내어, 특별하진 않지만 단조롭게 흘러가는 일상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는 삶도 훌륭하고 좋아요. 하지만 꿈을 가지고 그 꿈에 도전하는 것도 인생을 살아가면서 한 번쯤 꼭 경험해 봐야 할 일이 아닐까요? 그 꿈이 작든 크든, 크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 꿈에 도전하고 현실로 옮기려는 그때가 언제이든 간에, 중요한 것은 내가 내 스스로를 얼마나 잘 알아주고 내가 원하는 것이 뭔지 생각해서 갖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고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싶습니다. 먼 훗날 언젠가, 이렇게 '꿈에 대해 꽤나 심각하게 고민하던 나'를 사랑스럽게 추억할 수 있을 때가 오는 날이 있겠지요?


 자, 그래서 이 이야기의 결말은,

사람은 누구에게나 꿈이 있습니다.

당신은 어떻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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